STYLE

Part 2. 김성균이 지난 10여 년동안 40여개에 달하는 작품을 할 수 있었던 이유

프로필 by 오성윤 2023.08.25
 
재킷 토즈.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토즈.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세 아이의 아버지이시잖아요. 그 부분이 작품 선택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할까요?
그런 부분이 있죠. 사실 그건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큰 복이에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하고 싶은데 그런 작품이 들어오고 제가 할 수 있다는 건. 예전에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새로운 낙원> 목소리 더빙했을 때도 회사에서 그랬거든요. “형, 뭐 이런 게 들어왔는데 혹시 뭔지 알아요?” 육아를 안 하니까 점박이를 몰랐던 거예요. 제가 황당해하니까 더 어리둥절해하고요. “야, 너 이게 어떤 작품인데 이걸 몰라? 점박이는 공룡 콘텐츠의 신화야, 신화.” “아, 그럼 이거 어떻게…” “무조건 해야지!”(웃음) 그렇게 아이를 안 키우는 집에서는 아예 낯선 부분도 있으니까요.
디즈니플러스 <무빙>은 초능력자 아이들을 둔 초능력자 부모들의 이야기잖아요. 비슷한 시기에 여러 각본이 들어오면 그런 이야기에 좀 더 마음이 기우는 부분도 있으려나 했어요.
맞아요. 우리처럼 애 키우는 집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대본을 읽을 때 객관적일 수가 없어요. 감정이 훨씬 더 들어가죠.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냥 좀 슬픈 장면도 저희는 막 미어지고 가슴이 찢어지고.(웃음) 그래서 좀 더 들여다보고, 마음도 더 가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그렇게 아이들이나 부모를 다루는 작품 중에 제가 하고 싶었는데 결국 성사가 안 된 작품도 꽤 있거든요.
다소 무리한 연결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나오는 작품들이 다 우리 사회의 구멍 같은 걸 비추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D.P.>든 <무빙>이든 <타겟>이든요.
그러네요. 저야 들어온 것 중에 선택한 거지만 아무래도 제가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을 눈여겨 본 거겠죠. 지금의 제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내 일상에서 화두가 되는 이야기요. 자식을 키우면서 느끼는 부분이 있고,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조직 사회에 대해 생각하는 것들도 있잖아요. 그런 주제의 작품들을 하겠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질문하셔서 생각해보니까 저도 그런 부분에 끌려서 작품들을 선택한 것 같아요.
이번의 경우에는 타이밍 문제라고 하셨지만, 실제로 김성균은 언제나 일을 많이 하는 배우였어요. 지난 11년 동안 40여 개의 작품을 하셨더라고요. 1년에 세네 개의 작품을 해온 거죠.
(웃음) 그냥 제가 그런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들어오는 작품들 중에 ‘최선이다’ ‘내가 해보고 싶다’ 하는 걸 선택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죠. 뭐 어떤 커리어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라든가 그런 건 일절 없었어요.
그렇게 작품을 많이 하다 보면 완벽히 준비를 못 하고 들어가는 경우도 생기지 않나요?
있죠. 그런데 결과물을 놓고 봤을 때 어떤 경우가 더 나을지는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준비를 완벽히 못 하고 시간에 쫓기듯이 찍는다는 게 배우로서의 제 태도 면에서는 빵점이죠. 그런데 다급한 순간에 제 몸에 배어 있던 게 나오기도 하고, 말하자면 ‘진짜’가 나오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님들도 그래요. 제작 환경이 지금보다 좀 열악했을 때에는 작품 초반부는 정성스럽게 찍다가 후반부에는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찍어서 내보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본인이 어떻게 찍고 편집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어?’ 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거예요. 체득된 뭔가가 툭 나오는 거죠. 그래서 저도 뭐든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제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물 흐르듯이 하려는 것 같아요.
다작이 체질에 맞는 거군요. 사주팔자에 일복이 있다는 얘기도 한 적이 있어요.
그게 사주인지 뭔지는 모르겠는데요. 엄마가 어디서 점을 봤다고 했던가, 하여튼 일복은 타고났대요.
결과 중에 다른 얘기는 또 뭐가 있던가요?
말년에 외롭게 죽는다고 하던데요.(웃음)
하하하. 이 얘기는 안 쓰는 게 낫겠네요.
그러게요. 그렇게 끔찍한 얘기를 듣는 경우가 잘 없을 텐데.(웃음) 일복이 많고 그렇다고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크게 잃는 것도 없어서 돈 걱정은 안 하고 산다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게 정말 좋은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큰 욕심 없이 그냥 성실하고 평탄한 삶. 좋아요.
 
재킷 어나니마우스. 셔츠 오스모스. 네크리스 불레또. 링 포트레이트 리포트.

재킷 어나니마우스. 셔츠 오스모스. 네크리스 불레또. 링 포트레이트 리포트.

무당 역할도 하신 적이 있잖아요. 작품 수도 많지만 김성균이라는 배우는 스펙트럼이 정말 놀라워요. 연쇄살인마부터 건달, 대학생, 소시민 가장, 정신지체 장애인, 초능력자까지.
제가 예전에 그런 얘기를 자주 했어요. 저는 ‘분식집’ 같은 배우인 것 같다고요. 배우들을 식당으로 표현한다면 뭐 원조 국밥집도 있고, 다른 데에서 흉내도 못 낼 맛을 내는 평양냉면집도 있을 거고, 자기만의 분명한 색깔을 가진 독보적인 배우들이 있잖아요. 거기에 비하자면 저는 이것저것 두루두루 파는 분식집에 가까운 거죠. 이것저것 많은데 그렇게 깊이는 없어.(웃음)
그렇게 말하면 너무 평가절하인 것 같은데요. ‘메뉴가 정말 많은데 뭘 시키든 이상하리만큼 다 맛있는 밥집’ 정도가 어떨까요?
(웃음)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저는 사실 매 작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딱히 있지는 않았어요. 똑같은 연기를 해도 주변 사람들이 바뀌고 대본이 바뀌고 장소가 바뀌니까 다 다르게 보이는 거죠. 감독님들이나 연출가님들에게 감사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왜 ‘이 배우를 데려다가 그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하는 그런 욕심을 가진 분들이 있거든요. 저한테 그런 도전을 해주시면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런 분들이 저한테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한식집인데 갑자기 ‘파스타 있어요?’ 하면 파스타를 만들어주는 거군요.
어, 원하세요? 들어오세요. 만들어드릴게요. 금방 하면 됩니다.(웃음) 뭐 그런 거죠.
어떤 작품이 가장 큰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나오는 <무빙>이요. 제가 초능력자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하고 다녔는데, 이게 실제로 해보니까 어려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괴력과 빠른 스피드를 표현해야 하니까. 가뜩이나 고소공포증도 있는데 높은 데에서 뛰어내려야 하고 와이어 액션도 해야 하고 그런 부분이 어려웠어요.
육체적인 어려움이 컸군요. <응답하라 1994> 같은 작품의 어려움과는 또 다른 측면으로.
(웃음) 어, 그 작품도 도전이었죠. 정말 큰 도전이었어요. 아까 작품 공개 전에 긴장하는 편이냐고 물어보셨는데, 그때는 걱정을 진짜 많이 했거든요. ‘조폭으로 나오고 살인마로 나오던 사람이 갓 상경한 대학생이라고 하면 과연 받아들여질까?’ 심지어 저는 그게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데다가 보는 사람을 웃겨야 하는 작품이니까 어떻게 보일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첫 방송 나가고 반응 보니까 다들 굉장히 좋아해주시길래 그제야 신나서 연기를 했죠. 신나게 하고 나서는 또 ‘큰일 났다. 어떻게 돌아가지’ 걱정하고.(웃음)
그게 <범죄와의 전쟁>과 <이웃사람> 이후였으니 커리어 초창기부터 스펙트럼을 끝에서 끝까지 넓혀놓은 셈이었죠.
그때 그런 깨우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 내가 다른 옷을 입고 다른 연기를 하면 사람들은 그렇게 봐주는구나.’ 만드는 사람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냥 믿고 가면 사람들도 그걸 믿어주는구나 하는 걸 느낀 거죠. 어쩌면 그래서 제가 그 뒤로도 겁 없는 도전들을 계속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중의 시점에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좀 더 믿을 수 있게 됐군요.
사실 대중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궁금해요. 그래서 예전에 한번은 와이프한테 “나는 어떤 배우야?” 하고 물어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와이프라고 그런 걸 어떻게 알겠어요? 제 가족이니까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죠. 저도 제가 어떤 배우인지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런 게 궁금한가 봐요.
그때 아내분은 뭐하고 하시던가요?
뭐라더라. 제 생각보다 너무 높게 쳐줘서 놀랐는데요. “어떤 종류의 작품이든 주인공을 할 수 있는 배우”라고 했던가 그랬어요. 그래서 무슨 소리냐고, 너도 객관적일 수가 없구나 하고 넘겼죠.
맞는 말인 것 같은데요? 저도 잘은 모르지만 대중이 생각하는 김성균이라는 배우도 비슷한 느낌 아닐까요.
아니에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정말로 그렇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배우로 받아들여주신다면 좋겠네요.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한다고 해도 ‘저 사람이 그걸 한다고?’ 하면서 놀라는 배우가 아니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배우라면요.
대뜸 중식을 내오겠다고 해도 아무 의심이나 불안감 없이 설레게 되는 한식집처럼요.
(웃음) 네. 제가 또 메뉴는 금방 만들어내니까요. 전국 4대 짬뽕까지는 아니더라도, 입에 착착 달라붙는 짬뽕까지는 내올 수 있습니다.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LESS
  • STYLIST 박선용
  • HAIR 민아
  • MAKEUP 은경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김대섭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