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part 2. '쿨한데 귀여운 언니'라는 이미지에 대한 신혜선의 답
신혜선은 아직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사실 딱히 답을 찾아낼 생각도 없어 보였다. 조용하게, 시끄럽게, 냉철하게, 상냥하게, 좋아하는 일을 오래도록 열심히 하며 살 수 있다면 그걸로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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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니트 풀오버, 스커트 모두 루이 비통. 블랙 워커 닥터마틴. 글리터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올해로 데뷔 13년 차가 됐는데, 최근에야 혜선 씨에게 생기는 새로운 이미지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하자면… ‘쿨한데 귀여운 언니’ 같은 느낌?
<SNL>이나 <유퀴즈> 같은 예능 프로그램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이제 나이도 서른이 넘었고, 키도 크고 하니까 그냥 그런 이미지로 봐주시는 거 아닐까요? 저는 쿨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전혀 쿨한 사람이 아니에요.
귀엽다는 부분은 인정하시는 건가요?
(잠깐 머뭇거리다가) 귀엽지도 않아요.
이 부분은 약간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아, 저도 제가 귀여운 사람이면 좋겠는데.(웃음) 그런데 아닌 것 같아요. 남들이 보는 것보다 되게 시크하고, 쿨하다고 하기에도 되게 소심하고 생각도 너무 많은 편이에요.
저도 사실 오늘 인터뷰에 어떤 사람을 마주하게 될지 가늠이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혜선 씨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시원시원한 것 같은데 또 되게 조심스럽고, 섬세한 것 같다가도 굉장히 상냥하고, 엉뚱한가 하면 모든 걸 정연하게 정리하고 싶어 하는 사람 같기도 했거든요.
맞아요. 저도 그게 다 저 같아요. 어디 가면 되게 얌전해지고, 어디 가면 되게 시끄럽고, 어떤 사람 만나면 시크해지는데 또 어떤 사람을 만나면 애교가 많아지고. 그래서 인터뷰에서 보통 이런 질문 많이 나오잖아요. “혜선 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저는 그때마다 모르겠다고 답해요. 저는 저를 잘 모른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속단하고 규정하지 않아 재미있는 사람이 된 걸지도 모르죠.
그러네요. 스스로 ‘나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규정을 짓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야 자존감이 덜 떨어지거든요. 어떤 일을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내 자신이랑 좀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게 되면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잖아요. 저는 사실 그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스스로를 잘 모른다고 하시니, 혹시 엿볼 수 있을 만한 질문을 하나 드려도 실례가 안 될까요?
네. 좋죠.
사람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속성과 싫어하는 속성이 뭐예요?
저는 미안해할 줄 안다는 게 제일 좋아요. 그리고 싫어하는 건 가르치려 드는 거. 그건 어릴 때부터 싫어했어요. 어른들이 뭘 가르쳐주려고 하면 그게 그렇게 듣기 싫었어요. 아기가 맨날 혼자 뭘 하겠다고.(웃음) 청개구리였죠.

블루 니트 풀오버 루이 비통.
만약 그런 사람을 연기한다면 어떨까요? 입만 열면 저절로 훈수가 나오는 구제 불능의 꼰대를 맡는다면?
상관없어요. 재미있으면 뭐든 좋죠. 내가 싫어하는 종류의 사람이라도 그걸 연기적으로 푸는 건 다른 문제이니까요. 꼭 선한 역할, 멋있는 역할만 맡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런 부분은 있을 수 있죠. 영화 <타겟>을 하면서 초반에 좀 힘들었던 게, 대본으로 읽었을 때 개인적으로 주인공인 수현이가 그렇게 호감이 가는 인물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는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그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의 상황에 몰입하고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물론 매력적이지 못한 인물인 채로도 사람들을 끌어들여 몰입시키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저는 아직 좀 조심스럽거든요. 사람들이 이입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고 고민되는 지점이 있었죠.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몇 달 전에 인터뷰한 김성균 배우는 <타겟>을 촬영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어요. “역시 신혜선은 신혜선이더라.”
에이. 그건 그냥 하시는 말씀이죠.
스스로에 대한 칭찬이 나올 때마다 너무 겸양의 제스처를 취하시는 것 같아요. 자부심 섞인 말씀을 한 번만 들어볼 수 있을까요? 누군가 ‘신혜선은 신혜선이더라’라고 했다면 그게 어떤 뜻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기사에 제가 이렇게 열심히 부탁드려서 한 답이라고 단서도 붙일게요.(웃음)
하하하. 글쎄요. 열심히 했다? 집중하려고 노력하더라? 뭐가 있을까. 너무 어렵네요. 이게, 요즘은 또 자기 어필 시대가 아니에요. 다시 겸손의 시대가 돌아왔다고요.(웃음)
그건 또 맞는 말이네요.
그래서 예전에 한동안 제가 그런 얘기를 많이 듣긴 했어요. “혜선 씨, 겸손만이 미덕이 아닙니다.” 제가 딱히 겸손하게 굴려고 한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냥 내세워서 뚜렷하게 자랑할 만한 게 없는 사람인 거죠. 제가 어떤 분야의 1인자라면 당연히 자부심을 드러낼 수 있겠지만, 그런 게 아니잖아요. 실체가 없는 걸 끌고 와서 굳이 자랑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막 자랑해놓고 나중에 가서 잘 못하면 너무 창피하잖아요. 그럼 그게 스스로를 옥죄는 굴레가 되어버리는 거죠. 자기가 한 자랑을 못 지킬까 봐 전전긍긍하고, 얽매이고, 부자연스러워지고. 저는 그래서 자기 어필 시대가 지나가고 겸손의 시대가 온 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럼 표출하기가 싫다뿐이지 혜선 씨 안에는 자부심이 있는 건가요?
그럼요. 저는 제가 한 모든 작품에 자부심이 있고, 다 제가 낳은 자식들 같아요. 물론 그게 따지고 보면 감독님 작가님 자식인데, 제가 갑자기 제 자식이라 주장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웃음) 아무튼 시청률이 어떻고 평가가 어떻게 됐든, 하나도 안 빼놓고 모든 작품과 캐릭터가 저한테는 소중해요. 자부심이 있죠.

화이트 드레스, 블랙 브라톱 모두 가브리엘라 허스트. 화이트 스니커즈 컨버스. 이어링 프레드. 글리터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혜선 씨 인터뷰를 보다 보면, 투박한 표현인데도 혜선 씨가 했다는 데에서 감동이 오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농담으로라도 진심이 아닌 말은 못 하는 사람이라는 게 보이니까요.
그래요? 어떤 부분이? 저는 뭐 평생 감동적인 말 같은 걸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일단 지금 떠오르는 건 이거예요. 예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배우로서의 스스로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는데요. “나는 내 자신을 너무 사랑한다. 내 얼굴도 좋고 다 좋다. 이번 작품 초반 댓글을 보니까 나보고 안 예쁘다는 사람들이 많더라. 내가 보기엔 너무 예쁜데.” 정확한지는 몰라도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요.
(웃음) 맞아요. 저는 제 얼굴이 좋아요. 언제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제가 대중에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한 말이었을 것 같은데, 이제 오래 보셨으니까 익숙해지셨을 거잖아요. 심지어 예뻐 보일 수도 있을걸요? 이제는 저를 예쁘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계실 거라, 저는 만족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투적인 질문 하나 드리고 인터뷰를 끝낼까 봐요. 요즘 혜선 씨 작품이 연달아서, 다양하게 나오면서 ‘전성기’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스스로는 지금이 배우 신혜선에게 어떤 시기라고 생각해요?
음. 상투적이라고 하셨는데 또 깊이 고민하게 되네요.
원래 식상한 질문이 답변자에게는 제일 어렵죠.
(잠시 생각하다가) 얘기하기 좀 오글거리지만 그냥 해볼게요. 저는 요즘 새로움을 찾는 시기인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갈수록 설렘을 느끼는 빈도가 옅어지고 강도는 점점 세지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웬만한 일로는 설레지 않는데 한번 열정이 생기면 아주 강렬한 거죠. 정말 그래요. 저는 신이 나면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화가 안 나요. 누구의 어떤 것이든 다 수용할 수 있고 밤을 계속 새우면서도 일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어떤 걸 하면 제가 더 열정을 가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매너리즘이나 번아웃에 대비하고 더 재미있게 일하면서 오래 살 수 있기 위해서… 그런데 이게 질문에 대한 답이 맞아요?
어… 살짝 다른 것 같긴 하지만….
그쵸. 굉장히 엇나간 것 같은데.(웃음)
아무튼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져서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답에 맞춰서 질문을 좀 바꿔 써보든 할게요.
(웃음) 죄송합니다. 제가 체력이 다 됐나 봐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최문혁
- STYLIST 최자영
- HAIR 백흥권
- MAKEUP 김수빈
- ASSISTANT 신동주
-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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