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EV9 4WD

전기차가 눈에 띄게 많아지긴 했지만, 커다란 차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드물게 존재하는 덩치 큰 전기차들은 가격이 1억을 훌쩍 넘어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젠 아니다. 기아 EV9의 차체 길이는 쏘렌토(4810mm)보다 길고 카니발(5155mm)보다 짧은 5010mm로 대형 SUV에 속한다. 실내 공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휠베이스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EV9의 휠베이스가 3100mm로 가장 길다. 참고로 같은 세그먼트인 테슬라 모델 X의 휠베이스는 2965mm다.

몸집만 키운 건 아니다. 넉넉해진 실내 공간을 활용해 거주성을 한껏 높였다. ‘스위블 시트’가 좋은 예다. 돌리는 방향에 따라 90도 또는 180도 돌아가는 스위블 시트를 활용하면 2열과 3열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다. 기차에서 의자를 돌려 앉아 마주 보며 여행을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어린 자녀가 있는 사람에게 특히 유용한 기능이다. 반드시 7명이 탑승하는 게 아니라면 2열을 180도 돌려놓고 3열에 앉아 실내 공간을 훨씬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전기차의 친환경적인 특징을 강화화기 위해 EV9은 재생 소재를 적극 사용했다. 차 한 대당 500mL 페트병 약 70개 분량의 리사이클 소재가 쓰였으며, 일반 가죽이 아닌 옥수수에서 추출한 소재로 만든 바이오 PU를 이용해 시트를 덮었다. “개발팀, 재료팀, 원가팀 등 여러 관계 부서와 수많은 회의를 통해 의견을 교환했어요. 양산성, 원가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최대한 많은 재생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죠.” EV9의 CMF(Color·Material·Finshing) 디자인에 참여한 김경미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기아는 추후에도 재생 소재를 꾸준히 사용할 방침이다.
듀얼 모터를 선택했을 때 누릴 수 있는 385마력의 최고 출력 역시 EV9이 선사하는 즐거움이다. 2.5톤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5.3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주행 모드에 따른 변화도 뚜렷한 편이어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액셀링 감각이 예민해지고, 에코 모드를 선택하면 항속 주행 중 뒷바퀴만 구동하는 식이다. 스노, 머드, 샌드 같은 오프로드용 주행 모드는 덤이다.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2개, 1단 자동 최고 출력 385마력 최대 토크 71.4kg·m 가속도(0→100km/h) 5.3초
주행 가능 거리 454km(21인치 기준) 가격(VAT 포함) 7685만원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