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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서현이 '절대 8시 이전에 깨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유

성적 취향을 주제로 한 <모럴센스>, 사기꾼으로 변신한 <사생활> 그리고 판타지가 가미된 <징크스의 연인>까지, 막내 이미지를 탈피하고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던 서현이 이번에는 <도적: 칼의 소리>를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에 도전한다. 스스로 중심이 잘 서 있는 사람이라고 밝힌 서현은 자신과 남희신의 공통점으로 ‘내면의 힘’을 꼽았다.

프로필 by 김현유 2023.09.22
 
재킷, 화이트 셔츠, 데님 팬츠 모두 잉크. 톱 YCH. 신발 컨버스.

재킷, 화이트 셔츠, 데님 팬츠 모두 잉크. 톱 YCH. 신발 컨버스.

3년 전, <에스콰이어> 면접을 볼 때 셀럽 화보를 찍는다면 누굴 찍을 거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한참 <사생활> 방영 초기였기에 서현 씨와 고경표 씨를 판교 카페거리에 데려다 놓고 커플 화보를 찍겠다고 답했죠.
정말요?(웃음) 아, 인연이네요! 당시 고경표 씨와 ‘판교 부부’로 불렸죠. 만약 찍었으면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 됐을 거예요.
<에스콰이어>와는 3년 만인데,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열심히 작품 활동 하면서 아주 바쁘게 지냈어요. <징크스의 연인> <모럴센스> 그리고 곧 공개되는 <도적: 칼의 소리>와 아직 개봉 안 한 영화 <거룩한 밤> <왕을 찾아서>까지 다섯 작품을 연달아 했네요.
3년 동안 다섯 작품이라니. 게다가 작년에는 소녀시대 활동도 했잖아요?
그렇죠. 촬영 사이에 15주년 앨범 활동도 하고, 아주 알차게 지냈죠.(웃음)
세상에, 좀 쉬기는 했어요?
가장 최근 촬영이 3주 전에 끝나서, 그 시간 동안 조금 쉬었어요. 부모님과 국내 여행도 갔고요. 가평 쪽에 반려견 펜션이 굉장히 잘 돼 있더라고요. 사람보다는 저희 강아지 뽀뽀를 위한 맞춤 여행이었죠.(웃음) 반려견 식당, 반려견 카페를 돌면서 가족들과 힐링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요즘 여행 가면 가장 중요한 게, ‘즉흥형’인지 ‘계획형’인지 여부죠. 서현 씨는 어때요?
저는 완전 계획형이에요. 그렇지만 강박적이진 않고, 약간 즉흥을 즐기는 계획형. 과도하게 세세한 계획은 세우지 않아요. 예를 들어 가평에 간다고 하면 반려견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들을 미리 찾아보는 정도죠. 몇 시에 정확히 어딜 가야 한다는 식의 계획을 짜진 않아요. 그러면 강박이 생기더라고요. 예전에는 여행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정해진 대로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많이 덜어냈어요.
학생 때부터 연예인으로서 살았기 때문일까요?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나라는 사람이 뭘 좋아하고, 뭘 할 때 행복하고,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거든요. 집에 있으면 불안했어요. 한심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강박이 어느 정도였냐면, 소녀시대로 활동하던 때에는 한 번도 알람 소리에 깬 적이 없어요. 늘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곤 했죠.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거예요. 잠도 푹 들지 못했어요. 잠자리에 누우면 늘 ‘내일은 이 일을 해야 해, 늦으면 안 돼’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거든요. 지각해서 스케줄을 망치거나 시간에 쫓기는 꿈을 꾸고요. 알람도 울리기 전에 벌떡, 깜짝 놀라서 깨어나는 일이 잦다 보니 언니들이 저한테 미라라고 했죠.(웃음)
강박을 덜어낸 계기가 있었어요?
딱히 하나의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에요. 미성년자 때 데뷔를 했으니,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만이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순간 쌓아온 삶이 버겁게 느껴지더라고요. 타이트한 하루의 끝에 ‘나는 행복한가?’라는 고민을 해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경주마처럼 사는 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쳤어요. 올라가면 내려가기도 하고 바빴으면 쉬기도 해야 하잖아요. 비우고 채우는 것을 반복해야 발전이 있는 건데 저는 계속 채우려고만 한 거죠. 조금씩 변화에 도전했어요. 알람을 안 맞추고, ‘절대 8시 전에 일어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고, 벌떡 일어나지 말고 꾸물대면서 일어나는 식으로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조금씩 나아졌고 이제는 알람 소리에 깨요. 꾸물꾸물대면서.(웃음)
지금은 행복해 보여요.
강박을 덜어내고 나니,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어요. 전에는 나 자신을 믿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강하게 제재했던 거거든요. 이렇게 하면 안 돼, 저렇게 하면 안 돼, 그런 말들로 스스로를 가뒀죠. 지금은 스스로에게 브레이크를 걸지 않더라도 나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나를 챙길 수 있고 나를 보호할 수 있으니, 조금 내려놓고 살아도 괜찮다는 걸 알죠.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 훨씬 더 행복해졌어요. 저는 항상 지금 이 순간 제일 행복한 사람이고 싶어요.
즉흥형, 계획형 얘기 하려다가 다소 진지한 이야기로 넘어갔네요.(웃음) 몇 년 전까지만 해도‘막내 이미지가 강해 키스신도 못 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이십대 중반이 넘어갈 때까지도 막내 이미지가 강했나 봐요. 그때는 언니들도 ‘우리 막내 누구한테도 못 준다, 절대 안 돼, 뮤지컬에서 뽀뽀하지 마!’ 이런 식이었고요.(웃음) 지금은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아요. 나이대에 맞는 자연스러운 성장을 했다고 생각해요. 이제 삼십대인데, 지금도 그러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웃음)
톱, 이너 모두 알렉산더 왕. 팬츠 인스턴트펑크. 신발 잉크. 네크리스, 링 모두 우영미.

톱, 이너 모두 알렉산더 왕. 팬츠 인스턴트펑크. 신발 잉크. 네크리스, 링 모두 우영미.

막내 이미지를 벗어나며 성장한 데에는 서현 씨의 노력도 컸죠. 단막극 <안녕 드라큘라>에서는 성소수자 역할이었고, 성적 취향을 주제로 한 영화 <모럴센스>에도 출연했잖아요. <사생활>에서는 사기꾼이었고요. 걸그룹 출신이 선뜻 맡기 어려운 역할들일 수도 있을 텐데요.
작품을 만날 때 딱히 거부감이 없는 편이에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보여지는 일이잖아요. 당연히 제 모든 걸 보여드리진 못해요. 대중은 단면적인 모습을 보고 저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죠. 막내 이미지도 그중 하나고요. 옛날에는 나에게는 모범적인 막내의 모습뿐만 아니라 다른 면도 있는데, 왜 이렇게만 생각하는가에 대해 답답한 마음도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더라고요. 24시간을 함께하지 않는데 어떻게 제 모든 것을 다 보여드릴 수 있겠어요? 여기서 답답함을 느낄 게 아니라, 제가 직접 저의 다른 모습을 공개하며 제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죠. 파격적인 역할을 맡는 게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실제로 저는 돌직구 스타일을 선호해요. 한 번에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 성격에도 맞았어요.
돌직구를 선호한 덕분에 모범적인 막내 역할에서 조금씩 일탈한 게 아니라 갑자기 사기꾼이 되었다가, 초보 BDSM 플레이어가 되었다가 한 거군요.(웃음)
맞아요.(웃음) 다양한 역할을 경험한 덕분에 사람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어요. 캐릭터는 저와 다른 사람이잖아요. 작품을 접하면 ‘그녀는 왜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를 생각해봐요. 저랑 살아온 환경이 달랐을 텐데, 만약 나였다면 이런 환경에서 성장했을 때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점점 가지를 뻗어 나가보는 거죠. 사실 작품을 통해 이해하게 된 인물이 많아요.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는 ‘난 이런 캐릭터는 어려울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가, 막상 작품을 마주하고 열어보면 이해 못 할 인물은 없더라고요. 물론 그 캐릭터가 너무나 비도덕적이고 몰상식한 인물이라면 조금 다르겠지만요.(웃음)
지금껏 맡은 캐릭터의 연령대가 다양했어요. 배우로서 여러 연령대를 맡을 수 있다는 건 장점일 수도 있지만 또 본인의 나이와 맞지 않는 캐릭터를 맡는다는 건 단점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막내라는 이미지가 있다 보니, 그게 장점으로 작용해 여러 연령대를 맡을 수 있었을 거예요 <징크스의 연인>도 고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됐거든요. 솔직히 이런 생각은 했어요. ‘이래도 되는 건가? 양심상 고등학생은 아닌 것 같은데?’(웃음) 그래도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또 마냥 어린 역할만 들어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 또래인 30대 중반이나, 아기 엄마 역할도 들어오곤 하거든요. 오히려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편견 없이 봐주셔서 감사한 일이죠.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를 잘 떠나보내나요?
완전 바로 헤어져요. 바이바이.(웃음) 연기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아마 배우들마다 방식이 다양할 거예요. 제 경우는 작품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에 대해 엄청나게 연구하고 고민을 해요. 작품에 들어간 다음에는 캐릭터가 되어 놀아보자, 대신 끝나면 바로 털어버리자는 생각을 하고요. 다른 캐릭터를 또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작품 준비할 때에는 열심히 빠지려고 노력하고, 끝나면 바로 빠져나오자는 게 제 모토예요.
캐릭터와 서현 씨를 철저하게 분리하는 거네요.
만약 캐릭터에 너무 매몰돼서, 인간 서주현이 아니라 그 캐릭터의 성향이 너무 짙어지면 그때부터는 연기가 아닌 거잖아요. 실제가 되는 거죠. 저는 스스로 중심이 잘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캐릭터를 제 안에 남기고 싶지 않아요. 그런 혼동을 겪고 싶지 않고, 그게 또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생각해요. 일은 일이고, 나는 나니까요.

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GRAPHER 신선혜
  • STYLIST 성선영
  • HAIR 케이트
  • MAKEUP 원정요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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