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Part 2. 서현이 말하는 <도적: 칼의소리> 남희신과 자신의 공통점
성적 취향을 주제로 한 <모럴센스>, 사기꾼으로 변신한 <사생활> 그리고 판타지가 가미된 <징크스의 연인>까지, 막내 이미지를 탈피하고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던 서현이 이번에는 <도적: 칼의 소리>를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에 도전한다. 스스로 중심이 잘 서 있는 사람이라고 밝힌 서현은 자신과 남희신의 공통점으로 ‘내면의 힘’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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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하는 내내 한 캐릭터에 깊게 이입해야 하는데, 그걸 철저히 나의 삶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어렵지 않나요?
캐릭터에 처음 접근할 때, 그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 환경부터 뜯어보다 보니 가능한 일 같아요. 인물 안에 들어가서 그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게 아니라, 관찰자 시점에서 그를 뜯어보는 식으로 접근하거든요. 촬영장에서도 캐릭터가 아닌 인간 서주현으로 있으려고 해요. 카메라가 돌 때 집중해서 내가 준비한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저로 돌아오는 식이죠. 사실 하루 동안 즐거운 신도 찍다가 슬픈 신도 찍다 보니, 하나의 감정을 계속 갖고 있으면 다음 신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요. 그래서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죠. 사람이다 보니 마음대로 스위칭이 되진 않아요. 그래도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요. 카메라 앞에서는 ‘나 지금 캐릭터 스위치가 켜졌다’고 암시를 하죠. 촬영이 끝난 후에는 ‘끝, 털어버려, 다음 신 가자!’(웃음)
덕분에 작품 활동을 하면서 소녀시대 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던 거군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소녀시대 활동을 하는데 무리가 없었던 건, 제 스타일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스케줄이 바빠서 몸이 힘들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소녀시대 활동을 하면서는 정말 좋은 에너지를 받았어요. 전혀 힘들지가 않더라고요. 어떤 일이든 그렇지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사람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잖아요. 배우도 마찬가지고요. 소녀시대 활동으로 얻은 엔도르핀이 가득한 상태로 촬영장에 가니까 행복하게 임할 수 있었고, 결과물도 좋았죠.
멤버들 사이 케미가 워낙 좋으니까요.
철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왔으니 이제는 운명이라는 단어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관계예요. 소녀시대는 제 인생의 정말 찬란한 한 부분인데, 그 시기의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7명이나 된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되죠. 옆에 계속 붙어 있으면 소중함을 모른다고 하잖아요. 옛날에는 싸우고 삐지곤 했어요. ‘언니들은 내 마음도 모르고 짜증 나!’ 이런 때도 많았어요.(웃음) 이제는 많이 애틋하고, 일반적인 우정 차원을 넘어선 어떤 관계예요.
최근에 수영 씨가 한 인터뷰에서 멤버들이 다들 다른 활동을 하고 있어도 가슴속에는 ‘나 소녀시대야’라는 마음이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진짜로 그래요. 서로 토라졌을 때 ‘어우, 미워’ 하다가도 누군가 우리가 아닌 사람이 소녀시대 얘기를 꺼내면 ‘소녀시대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마!’ 하고 한마음이 되는 거죠.(웃음) 떼려야 뗄 수 없는, 또 하나의 심장 같아요.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멈추면 큰일 나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자랑스러워요. 지금은 배우 일을 하고 있지만, 저는 제가 아이돌이었다는 데 자부심이 커요. 쉽지 않았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고 10여 년간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단적인 예로, 지금의 저는 어떤 촬영 현장을 가도 긴장하지 않아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공을 쌓아서라고 생각해요. 만약 아이돌 경력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난관에 의연하게 대처하진 못했을 거예요. 인간은 힘든 일을 겪으며 성장하는 존재잖아요. 내면이 굳건해질 만한 일들이 많았던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고요. 개인적으로는 살아가는 데 무엇보다도 내면의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이 됐든, 인간관계가 됐든, 체력을 지키는 일이 됐든 내면의 힘이 받쳐줘야 무엇을 해도 흔들리지 않고 해낼 수 있는 거니까요. 아이돌 활동을 통해 저는 내면을 탄탄하게 다질 수 있었어요. 인생에 다시없을 소중한 경험이죠.
<도적: 칼의 소리>가 곧 공개 예정이죠. 서현 씨가 맡은 ‘남희신’은 어떤 인물인가요?
삶의 무게가 큰 사람이에요. 배경이 1920년대인데, 당시를 살아가는 모든 이가 각자의 아픔을 갖고 있지만 남희신은 그중에서도 고민이 커요. 그녀의 부모님은 친일파인데, 친일파의 딸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건 아닐 거잖아요. 편하게 친일파로 살 수도 있겠지만, 남희신은 독립운동가의 길을 택해요. 엄청난 용기를 내지 않는 한 정말 힘든 선택을 한 거죠.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고, 내가 죽는다고 해서 독립이 되는 것도 아니죠. 또 친일파지만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은 어떻게 될 것이며…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을 무릅쓰고 남희신은 자신의 사명감과 가치관을 따라 살아가요.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을 안고서요. 그러나 그 시절 여성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죠. 매 순간 한계에 부딪히면서도 거기에 지지 않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도적: 칼의 소리>는 서부극 스타일, 이른바 ‘마카로니 웨스턴’ 장르더라고요. 한국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르다 보니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공들여야 할 부분이 많았죠. 그런데 제가 액션을 담당하는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김남길 씨가 고생을 많이 했죠. 시원한 액션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액션뿐만 아니라, 스토리 면에서도 통쾌함을 주는 장면이 있어요. 실제 역사를 토대로 했지만 약간의 상상력을 불어넣었거든요. 저는 조각조각 찍은 장면들이 하나로 모여 완성된 것을 보고 가슴이 웅장해지더라고요. 아마 시청자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 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100년 전 사람이고, 또 그 시대를 살아보지도 않았으니 남희신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하기가 꽤 어려웠겠어요.
역사적인 맥락을 많이 찾아봤어요. 어떤 환경 속에 놓여 있는지 알아야 남희신의 행동과 선택을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 테니까요. 배경 지식을 쌓는 데 시간을 꽤 들였어요. 그 시절에 찍힌 영상을 보면서 그 시대 여성들의 모습도 연구했고요.

재킷 스포트막스. 톱, 팬츠 모두 알렉산더 왕. 모자 런던 언더그라운드. 신발 악셀 아리가토.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현 씨와 남희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꼽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일단… 고집이 세다.(웃음) 자기 확신이 있고 내면의 힘이 있다는 점이 비슷해요. 다른 점은, 저는 액션에 욕심이 많아요. 그런데 캐릭터에 주어진 설정이 있다 보니 제 안의 액션 본능을 눌러야만 했죠. 말 타면서 총 쏘는 그런 액션 잘할 수 있거든요. 제가 소녀시대 활동으로 단련된 세월이 있잖아요. 만약 제가 그 시대에 태어나 남희신 같은 선택을 했다면, 몸을 더 많이 썼을 것 같아요.(웃음)
아직 해보지 않은 것 중에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본격 액션도 해보고 싶고, 또 제대로 된 로코도 해보고 싶어요. 또는 정통 멜로. 그리고 캐릭터는… 특별한 뭔가가 있지 않아도 동년배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어떤 여자. 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그런 역할인 것 같고요. 지금의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죠.
올해로 데뷔한 지 16년이 됐어요. 연차에 비해 논란거리가 정말 없더라고요.
기특하죠?(웃음)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옛날에는 그런 생각도 못 했어요. 하루하루 강박이 많다 보니, 눈앞에 있는 불을 꺼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버텼거든요. 나 오늘 노래 정말 잘해야 해, 나 오늘 무대 잘해야 해, 나 구설수 생기면 안 돼, 그런 생각만 했던 거죠.
그러니까 언니들한테 미라 같다는 소리를 듣고요.(웃음)
맞아요.(웃음) 점점 성장할수록 그런 성격을 바꾸고 싶어졌죠. 제가 싫어하는 제 모습, 나를 갉아먹는 나쁜 습관을 없애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사람이 한 번에 바뀌지는 않더라고요. 매일매일 조금씩 바꿔봐야겠다고 다짐하며 하나씩 바꿔나갔어요. 내 자신이 좋아하는 모습,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하고 싶어서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돌직구 스타일 좋아하니까, 망설이지 않고 바로바로 바꾸려고 노력했죠. 그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제가 있을 테고요.
지금의 서현 씨는 옛날에 싫어했던 것들을 어느 정도로 개선했나요?
다는 아니죠. 아직까지도 싫은 모습이 있긴 해요. 그래도 많이 없어졌고, 옛날보다 저를 사랑하고 있죠. 이제는 많은 것이 그냥 다 괜찮아졌어요.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크고요. 정크푸드 조금 먹어도 다시 끊을 자신이 있고, 운동 며칠 안 해도 다시 해낼 자신이 있어요. 이미 다 해봤으니까요. 이제는 그 시절의 저에게 고마워요. 그렇게 혹독하게 살아준 덕분에 지금 제가 마음 편히,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서현 씨의 커리어에 별점을 매긴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요?
어렵네요.(웃음) 별 5개 중 3개 할게요.
5개가 아니고요?(웃음)
속마음으로는 5개 하고 싶었어요.(웃음) ‘너 너무 잘했어!’ 이런 마음보다는 ‘너 충분히 잘했으니까 더 잘할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세 개 줬어요. 그런데 사실 저도 부족한 면이 있죠. 연기하면 할수록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끼거든요. 그래도 제가 스스로를 너무 하찮게 평가하면 안 되니까, 여태까지 해온 노력과 앞으로 더 잘할 거라는 믿음을 담아 세 개를 줍니다.
별점 높인다고 다시 미라가 되지는 말고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웃음)
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GRAPHER 신선혜
- STYLIST 성선영
- HAIR 케이트
- MAKEUP 원정요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최지훈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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