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여우가 왜 위험한 줄 아는가? 한국의 여우는 진돗개의 성체보다도 살짝 작은 편이고, 꾀가 많다고 한들 동물이라 크게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여우가 위협적인 이유는 단 하나다. 여우가 지나치게 귀여워서다. 최근 방송가에서 섭외 1순위인 덱스 역시 너무 귀여워서 위험한 스타일이다. 그의 인기가 폭발한 장면에는 이견이 없다. <솔로지옥> 시즌2 3화. 메기남으로 등장한 덱스는 기존에 있던 남성 출연자 2명과의 줄다리기 싸움에서 맹수처럼 돌진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승리를 거두고 특유의 긴 머리를 쓸어 올리던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당시에는 ‘와! <피의 게임>에 나왔던 덱스, 역시 UDT 출신이라 너무 멋지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나의 마음은 조금 변해 있다. 방송에서 수십 번씩 재생되는 바로 그 장면, 줄다리기에서 이기고 긴 머리를 쓸어 올리며 멋진 척하는 덱스를 보면 ‘푸훗, 폼 오지게 잡네. 귀여운 자식’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덱스가 그냥 멋져 보이는 건 위험하지 않다. 그런데 덱스가 귀엽다? 그건 위험하다. 귀여운 걸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덱스는 강인한 육체로 시청자를 사로잡지 않았다. 그 육체를 가지고 어떻게든 상대방을 이겨보려는 승부 근성을 아주 사랑스럽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2에서 인도의 중학생 레슬러에게 패배한 후 씩씩거리는 귀여움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미디어는 다원화되었지만, 셀러브리티가 되는 문은 더욱 좁아졌다. 방송사의 코미디언 공채는 사라졌고, 예전처럼 음원을 듣고 음반을 내주는 기획사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가수 할래?”라는 말을 듣고 한 달 준비해 데뷔했다는 이효리의 이야기를 들으면 오래전 갈 데가 없어 삼성전자에 들어갔다던 1996학번 아저씨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와중에 덱스는 유튜버에서 시작해 당당하게 공중파에 입성하는, 셀러브리티가 되는 새로운 루트를 만들어낸 선구자 중 하나다. 물론 그런 루트로 공중파에 입성한 게 덱스 뿐인 건 아니다. 빠니보틀, 곽튜브, 김계란, 문상훈이 비슷한 선구자들이다. 그러나 개중에서도 덱스는 특별하다. 덱스의 채널은 방송에 나오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구독자 수에 그저 그런 조회수를 가진 별 볼일 없는 채널이었다. 장외에서 먼저 가격이 형성된 후 공중파에 뛰어든 다른 개척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덱스의 채널은 방송에 나오고 나서야 급격하게 구독자가 늘기 시작했다. 유튜브의 구독자 추이를 지금 확인할 순 없다. 그러나 <솔로지옥> 시즌2에 출연할 때까지 덱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만 명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145만 명이라는 사실은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월드컵 때의 조규성에 비할 만한 성장세다. 그러니 우리 모두 조심해야 한다. 덱스라는 여우가 우리의 마음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