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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박보검이 창작 뮤지컬을 선택한 이유

프로필 by 박세회 2023.10.23
 
체크 코트, 셔츠, 팬츠, 타이, 벨트 모두 셀린느 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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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보검 씨가 남원 역으로 출연한 창작 뮤지컬 <렛미플라이>를 보러 갔다가 크게 놀랐습니다. 나사 연구원을 꿈꾸는 여주인공과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남주인공의 시간여행이라는 시놉시스를 보고 사이언스 픽션 뮤지컬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장르가 제 취향은 아니라 별 기대가 없었는데, 뮤지컬 시작 40분 후에 펑펑 울고 있는 저를 발견했지요.
(웃음) 너무 감사해요. 저도 이 뮤지컬을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나요. 이번에 저와 함께 남원 역의 트리플 캐스팅을 맡은 신재범 배우와 친분이 있어요. 같은 뮤지컬학과를 나온 동기죠. 작년에 이 뮤지컬이 초연을 할 때 재범 배우가 “보검아 꼭 한번 보러 와라”라고 초대해줘서 갔는데 저도 놀랐어요. 작품이 정말 좋았거든요. 우주에 대한 내용인가? 아니면 패션 디자인을 꿈꾸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긴가 싶었는데, 사실은 흘러가는 시간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던 거죠. “우리가 함께한 시간 여행이었어. 나는 다시 산다고 하더라도 돌아가지 않고 이 선택을 할 거야”라는 그 대사까지 완벽했고, 등장하는 노래들도, 소품이며 장식 하나하나까지 다 좋았어요. 제가 본 날에도 함께 본 관객들이 마스크가 다 젖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죠. 극을 보기 전에 가졌던 궁금증을 뛰어넘는 행복과 감동을 품고 극장을 나왔던 게 기억나요.
제가 본 날도 옆에서 ‘꺼억꺼억’ 소리를 내며 우는 관객들이 정말 많았어요. 저는 울음소리를 크게 내지 않으려고 조인성 씨처럼 주먹을 쥐고 참았고요. 그런데 그게 슬픔을 강요하는 최루성 눈물이 아니라 정말 행복한 감동에서 나오는 눈물이라 좋았어요.
맞아요. 관객들은 남원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정분에게 진실된 사랑을 고백하는 목소리를 듣게 되죠.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컵케이크’라는 키워드가 나오는 순간 관객들은 아마 선희의 정체를 확신하게 될 거예요.
실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 전부터 알게 되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알게 되더라도 상관없이 좋았어요.
다행입니다. 너무 기쁜데요
 
레오퍼드 퍼 코트, 셔츠, 레더 팬츠, 타이, 벨트, 부츠 모두 셀린느 옴므.

레오퍼드 퍼 코트, 셔츠, 레더 팬츠, 타이, 벨트, 부츠 모두 셀린느 옴므.

헤링본 코트, 재킷, 셔츠, 선글라스 모두 셀린느 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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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플라이>를 공연하는 극장이 300석 규모의 소극장이라는 점도 놀라웠어요. 한국 드라마의 간판스타가 소극장 공연에서 그렇게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이런 작품들은 보통 여러 배우들이 한 역을 돌아가며 공연해요. 아까 말씀드린 신재범 배우가 초대해서 공연을 보러 갔던 날의 캐스트는 오의식 선배님과 김지현 배우님이셨어요. 두 배우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보검 씨 우리 이거 같이해서 대극장 한번 가요”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제 마음속에서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당시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라는 말씀만 드렸죠. 이 뮤지컬을 기획한 기획사 쪽에서는 사실 저한테 진짜로 제안할 생각은 없었는데, 재범 배우가 ‘한번 넣어나 보라’고 했대요. 선배님들의 응원으로 싹튼 동기도 제 안에 있었고, 제안도 받았으니 안 할 이유가 없었죠.
타이밍이 너무 좋아요. 코로나 이후 창작 뮤지컬이나 창작 연극들이 힘들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거든요. 이런 시기에 <렛미플라이> 같은 수작이 하나 나와줬고, 그 작품에 박보검 같은 슈퍼스타가 출연해주었으니 대학로에도 활기가 돌겠죠.
제가 이 작품을 한 이유 중엔 ‘창작 뮤지컬’이기 때문도 있어요. 초연 때 제가 직접 보고 받은 감동을 많은 분께 알리고 싶었거든요. 제가 출연해서 한국뿐 아니라 해외 팬분들한테도 입소문이 난다면, 더욱 고맙고 감사한 일이고요.
제가 간 날도 북미나 동남아권으로 보이는 관객들이 꽤 있었어요. 재밌었던 건, 굿즈숍에 프로그램 북을 사러 갔는데 제 앞에 있던 해외 관객 한 분이 “여깄는 거 다 주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작품이 좋았는지 다 사고 싶어 하더군요.
진짜요? 그런 줄은 정말 몰랐네요. 너무 기쁜데요?
제가 간 날의 캐스트는 늙은 남원 역에 이형훈, 정분 역에 홍지희, 선희 역에 방진의 씨였어요. 그런데 다들 합이 어떻게 그렇게들 잘 맞아요? 3명씩 4개 역할이니까 매번 조합이 다를 텐데도 매일 같이하는 것처럼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정말 자신 있게 이 작품은 어느 배우의 캐스트로 보더라도 각자의 매력이 다 다르고 그 나름의 최고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다른 캐스트의 배우분들이랑 하면서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거든요. 그런데 칭찬을 너무 많이 해주셔서 오늘 공연도 힘을 받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인터뷰가 끝나고 또 공연이 있어요?
예. 김도빈, 최수진, 나하나 배우님과 함께합니다.
 
패치워크 블루종, 니트 크롭트 톱, 레더 팬츠, 벨트, 트리옹프 백 모두 셀린느 옴므.

패치워크 블루종, 니트 크롭트 톱, 레더 팬츠, 벨트, 트리옹프 백 모두 셀린느 옴므.

 
<렛미플라이>는 이제 대극장으로 가나요?
대극장은… 아직이 아닐까요? 지금 소극장 공연이 좋기도 하고 중극장까지는 괜찮을 것 같은데 대극장은 좀…. 그런데 뭐 그런 판단은 제가 할 게 아니라 제작사 분들이 내리실 결정이겠죠.
하긴 소극장의 맛도 있으니까요.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친밀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맞아요. 저도 그게 좋아요. 관객분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보고 체감할 수 있거든요. 물론 제 시점에서 얼굴이나 표정이 완벽하게 보이는 건 아니지만, 관객이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는 확실하게 느껴져요. 어떤 포인트에서 울음을 터뜨리는지 울컥하는지 그런 게 다 느껴져서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전 이 작품이 무대 연기로는 데뷔작이거든요. 무대가 주는 에너지라는 게 이런 거구나 처음 느꼈어요. 아까 얘기한 재범 배우와 같은 뮤지컬학과 동기지만, 대학 시절에도 저는 주로 연출이나 음악감독으로 참여했거든요.
 
코트, 재킷, 스트라이프 셔츠, 레더 팬츠, 타이, 부츠 모두 셀린느 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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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단한데요? 전 그래도 뮤지컬학과니까 대학 시절에 꽤나 연습이 되어 있었겠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응답하라 1988>의 최택도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도 뭐랄까, 다들 춤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들이라 이렇게 몸을 잘 쓰는 줄 몰랐거든요. ‘뿌잉’하고 삐치는 애교나 끼도 엄청 잘 부리고요.
아녜요. 춤과 노래는 주변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열심히 따라갔을 뿐이에요. 그런데 실은 그런 애교 장면은 어떻게 보면 청년 남원과 노인 남원 역할을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동기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서 나온 결정이긴 해요. 캐스팅마다 배우들의 매력이 다 다르거든요. 그날 한 이형훈 선배님의 노인 남원은 끼가 많은 캐릭터여서 그 캐릭터에 싱크로가 될 수 있도록 청년 남원인 나도 끼를 좀 부려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 것까지 신경 쓰는군요.
그런 게 재밌어요.(웃음) 같이 청년 남원 역할을 맡은 배우분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연습했어요.
연습 과정은 좀 어땠어요? 스케줄 짜기가 쉽지 않잖아요.
전 이게 첫 작품이잖아요. 게다가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연습하면서도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매일매일 커지더라고요. 드라마 촬영이 끝나도 시간만 나면 무조건 연습실로 달려가서 늦은 밤까지 안무 감독님과 연습했어요. 같이 출연하시는 배우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늦게까지 남아서 맞춰주셨거든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연습실로 가는 발걸음이 정말 가벼웠고, 즐거웠고, 행복했어요. 사실 저는 막내랄 것도 없이 그냥 학생이었어요. 모든 분이 다 제겐 선생이셨거든요. 특히 신재범, 나하나 배우님에게는 소리를 어떻게 내는지 배웠죠. 무대가 처음이니까 어느 정도 크기로 소리를 내야 하는지, 어떻게 내야 잘 전달되는지 전혀 몰랐던 거죠. 아! 그리고 특히 거울 안무가 나오는 장면, 노인 남원과 청년 남원이 거울을 마주 보고 완벽하게 똑같은 안무를 해야 하는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3명의 캐스트가 전부 그 장면만은 정말 똑같이 해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저 역시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거든요.
기억나요. 마임을 약간 섞은 듯한 안무가 인상적인 장면이었죠. 완벽하던데요?
그 장면만큼은! 다른 것도 다 집중해야 하지만, 그 장면만큼은 상대방의 눈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눈 한 번 깜빡이는 것까지 똑같이 해내려 했거든요. 숨을 쉬고, 걸음을 걷고,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것까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똑같이 하려고 엄청 연습하고 노력했죠.
 
스트라이프 슈트, 셔츠, 네크리스, 로퍼 모두 셀린느 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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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윤웅희
  • FEATURES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목정욱
  • STYLIST 김이주
  • HAIR 지경미
  • MAKEUP 이영
  • PRODUCTION 장호민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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