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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작품이 되어버린 33권짜리 피카소 도록

프로필 by 오성윤 2023.10.29
 
 
카이에다르는 1926년, 미술평론가 크리스티앙 제르보스가 프랑스 파리에 설립한 예술서적 출판사다. 파리 기반 예술 서적 출판사의 연혁이 100년에 달할 때 무슨 일이 생기냐면, 이 출판사는 자그마치 파블로 피카소 본인이 직접 참여해 만든 피카소 도록을 갖고 있다. 40여 년에 걸쳐 피카소의 작품 1만6000여 점을 망라한 33권 분량의 카탈로그 레조네(특정 미술가의 모든 작품을 시대순, 주제별로 분류한 책) <Pablo Picasso par Christian Zervos>를 출간했는데, 그 내용 선정과 편집 과정에 피카소가 긴밀히 관여했다는 것이다. 컬렉터와 현장 미술 전문가들이 해당 책을 여태 가장 큰 참고 기준으로 여기는 건 그런 이유다. 그 초판본의 시중 거래가가 무려 2억여 원에 달하는 것도. 2011년 카이에다르를 인수한 스테판 아렌버그 대표는 이 책이 그보다 좀 더 실질적으로 읽히고 사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2014년부터 프랑스어와 영어로 재출간하고 있다. 그마저도 한정판이라 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최근 카이에다르가 카이에다르 코리아를 거점으로 아시아 론칭을 발표하며, 이 책을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물론 피카소 도록만 들여온 건 아니다. 카이에다르는 앙리 마티스, 마르셀 뒤샹, 만 레이 등 역사적 거장들부터 엘스워스 켈리, 히로시 스기모토, 알렉산더 칼더, 이우환, 가브리엘 오로즈코, 김용익 등 오늘날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는 작가들까지 넓고 깊게 다뤄왔으며, 개중 대표 서적들을 송보영 카이에다르 코리아 대표가 운영하는 아트 플랫폼 아투(artue.io)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단연 이우환 작가와 협업한 서적들. ‘레포렐로’ 형식(아코디언처럼 접힌 형태)으로 에칭을 재현하는 도록 <Traces>나 수평성을 한계까지 펼친 동판화 에디션 <Untitled 1>에서는 그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않으면서 예술 책을 작품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카이에다르의 지향성을 선명히 느낄 수 있다.
 
<Pablo Picasso par Christian Zervos> 3800만원 카이에다르.

<Pablo Picasso par Christian Zervos> 3800만원 카이에다르.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정우영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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