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당신은 이런 조웅은 처음 만날 것이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조웅이 테이프로 녹음한 어쿠스틱 사운드의 솔로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여백이 있고, 하늘이 보이는 낯선 사운드가 당신을 어리둥절하게 할 것이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3.10.29
 
 
이 인터뷰가 나올 때쯤이면, 조웅의 데뷔 앨범 <슬로우 모션>이 발매된 후겠군요. 앨범 아트워크가 특이해요. 지금까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아트워크를 한 적이 있었던가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에서의 밴드 앨범을 얘기하는 거라면 없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조웅 개인으로 내는 거니까요. 처음이라기엔….
아! 그렇지요. 질문이 잘못 됐네요.
아트워크는 현대미술 작가인 장종원 작가님께서 해주셨어요. 작가님께 음악을 들려드리고 그림을 받았지요.
음악은 잘 들어봤어요. 한국 가요 음계 쓰는 엘리엇 스미스 느낌도 나고, 아마추어 증폭기 생각도 났어요.
엘리엇 스미스요?(웃음) 아마추어 증폭기는 아마도 나일론 기타를 써서 그런 게 아닐까요? 첫 곡을 빼고는 다 나일론 기타로 쳤거든요.
앨범이 전체적으로 공간감이 좀 크다는 생각도 했어요. 소리는 가까이 들리지만, 엄청 큰 공간을 그리고 작업했다는 게 느껴져요. 상대적으로 밴드 사운드는 좀 타이트하게 잡지요.
그건 악기 편성 때문에 생긴 특성이기도 해요. 믹스된 음원에 리버브를 크게 주지는 않았지만, 녹음할 때부터 룸을 크게 잡긴 했어요. 그런데 그 룸을 좀 꽉 채웠죠. 특히 어떤 곡들은 소리가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워낙 심플한 악기 편성이라 그렇게 작업했죠. 믹싱(여러 소스 음원들을 편집해 최종적으로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의 트랙으로 뽑아내는 과정)까지 그렇게 해놓고 그 믹싱을 살리려고 마스터링(볼륨이나 주파수 특성 등 소리의 최종 값이 여러 기기에서 기타의 상용 음원과 지나치게 다르지 않은 형태로 재생될 수 있도록 맞추는 최종 편집 과정)을 몇 군데서 했어요.
왜요? 마음에 안 들어서?  
맞아요.(음원이) 마스터링 스튜디오만 네 곳을 돌아다녔어요. 전 마스터링에서 바라는 게 그저 믹싱을 많이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볼륨을 좀 잘 만들어주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마지막에 해준 미국 친구의 결과물이 너무 좋았어요. 제이크 바이에이터라는 친구였는데 내가 작업한 의도를 거의 나와 함께 작업한 사람처럼 다 알아채고 작업을 했더라고요. 그걸 받아서 들었을 때 “와 이 친구는 내 작업 마스터링을 엄청 즐기면서 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그 친구가 작업에 “너무 재밌었다”는 코멘트를 달아 보내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거 테이프 녹음인 건 어땠어요?
릴 테이프에 녹음했단 말인가요?
아뇨. 릴 테이프 말고 정말 작은 카세트테이프 녹음으로 했어요. 프로페셔널들이 쓰는 거긴 하지만 투 트랙으로 레코딩이 가능한 아주 옛날 장비죠. 앨범에서 반 정도는 드럼이 아예 없는 곡들이잖아요. 드럼이 없으면 수음(마이크로 음을 받는 것)을 여러 트랙으로 할 필요가 없으니 아예 보컬이랑 기타를 그 장비로 한꺼번에 녹음했죠. 보컬과 기타만 있는 곡들은 다 여기서 했어요. (그는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던 작업실을 가리켰다) 여기 전체에 원래 카펫이 다 깔려 있었거든요. 드럼이 있는 곡들은 트랙이 많이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이 컴퓨터에 녹음하긴 했지만, 그걸 일일이 다 테이프에 돌렸어요.
아, 질감을 입혔군요.
맞아요. 그래서 모든 곡에 테이프 노이즈가 있어요. 오늘 발표될 곡 ‘외롭고 시끄럽고 그리워’가 그 노이즈가 제일 심하죠. 일부러 더 그렇게 했어요.
드럼이 들어간 곡들은 그럼 어디서 했어요?
서교동에 고 김중업 선생님께서 설계하신 주택이 있는데, 당시에 ‘라이너 노트’라는 음악 서점이 그 주택을 임차해서 운영 중이었어요. 거기에 있는 방 한 층을 아예 빌려서 녹음했어요. 그 공간의 감각을 살리고 싶었거든요.
녹음실이 아닌 곳을 빌린 거군요.
그쵸. 저희 녹음을 담당하는 레코딩 스튜디오 타디스의 엔지니어 호건이가 장비를 다 들고 가서 녹음했죠. 재밌었어요.
엔지니어가 정말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요새는 밴드와 엔지니어들이 패키지처럼 움직여요. 예를 들면 A, B, C라는 밴드가 있으면 D라는 엔지니어가 붙어서 녹음도 같이하고 공연도 같이 다니고 그래요.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상실이 지배적인 감정처럼 느껴져요.
젊을 때는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확장해나가잖아요. 어제 나와 연결된 사람보다 내일 나와 연결된 사람이 더 많죠. 그런데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무슨 얘기를 하려다 보면 그 상실의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제는 점점 멀어지는 단계니까요. 인생의 맥락상 이 맥락에서는 그런 말들이 나오더라고요.
전 그런 정서를 주제로 잡은 줄 알았어요. 감수성 예민한 팬들이 밤에 혼자 들으며 위로받을 수 있게요.
어떤 큰 주제나 콘셉트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하나하나 곡을 만든 것 같은데, 아까 말한 것처럼 공통된 정서들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더라고요. 생각하고 만들었다기보다는 만들어서 모아두고 보니 느껴진 거죠.
사운드 클라우드에 데모로도 올렸던 ‘내가 뭘’이라는 노래는 좀 가슴아프던데요.
사실 그 곡은 20대 후반에 쓴 곡이에요. 사람은 주기가 있나 봐요. 20대 때 연애도 세게 하고, 사람들도 엄청나게 만나고 나서 뭔가 서른으로 넘어가면서 느꼈던 감정이랑 지금 다시 느끼는 그 쓸쓸한 감정이랑 결이 맞더라고요.
결국 이번 앨범은 정서와 그에 걸맞은 사운드에 관한 것이군요. 저도 들으면서 사람들이 좀 좋은 재생 장비로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테이프로 한 작업이고 그래서 믹스 단계에서 손을 댈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어요. 프리 템포라 박자를 밀고 당기기도 힘들었고 오로지 할 수 있는 건 그냥 포인트를 찍고 거기서부터 다시 녹음하는 것 정도였죠. 드럼 없는 노래들은 기타 연주와 보컬을 한꺼번에 해서 간섭까지 있으니 더욱 불가능하죠. 그렇게 되니까 녹음에 엄청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많은 사람은 디지털로 받은 녹음과 아날로그로 받은 녹음을 구분하지 않겠죠. 그런데 저는 해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 두 소리가 다르다고 저는 느껴요. 그건 밴드 활동을 할 때도 처음부터 그랬어요. 소리를 채집하는 과정 자체가 완전히 다른데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 더 자연스럽고 따듯해요. 이제 사람들은 음악 자체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 하지 않아요. 새로운 형태의 곡인지, 새로운 스타일이나 장르인지 이런 개념들이 중요한데 그런 걸 가치 있게 여기지 않죠. 전 이번에는 본질적으로 소리에 가치를 둔 앨범을 만든 거예요.
요새 나오는 노래는 음원 파형 이미지를 보면 거의 빈 공간이 없이 소시지처럼 뚱뚱하죠. 이건 소리가 정말 달랐어요. 여백도 많고 하늘도 보이고.
요새 나오는 노래는 트랙이 100개 정도 되거든요. 제 노래는 트랙이 2개나 3개 정도? 새롭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반응이 그렇더라고요. ‘이게 뭐지? 우주에 있는 것 같아’라는 댓글을 봤어요. 그런 조웅의 솔로 앨범을 바나(BANA)에서 낸다고 해서 좀 놀라기도 했어요.
저도 놀랐어요. 여기가 처음에 조웅으로 같이하자고 했을 때가 9년 전이에요. 그때도‘이왕할거면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로 같이하자‘고 했더니 조웅 솔로로 하고 싶다는거죠. 바나와 이번 앨범을 위해서 대만, 부산, 양양으로 송캠프를 간 적이 있어요.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다 찍었는데, 그걸 찍을 때마다 제가 그랬어요. “나 말고 너네들 찍어. 너네 찍는 게 재밌어”라고요. 정말 재밌고 다들 매력 있는 사람들이에요.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김성룡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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