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의 특징을 짚어볼 수 있는 독특한 물가 지표 3

물가상승이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서울의 생활물가가 아시아에서 가장 높아 뉴욕과 비슷하다는 통계가 공개됐다. 과연 서울 시민은 진짜로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비용을 치러가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걸까? 서울의 물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프로필 by 김현유 2023.11.04
 
얼마 전 인터넷에 “나라 망했다는 증거”라는 아주 자극적인(?)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별다른 설명 없이 식당 메뉴판 사진만 달랑 올라와 있었는데, 거기에 적힌 공깃밥 가격은 2000원이었다. 이럴 수가. 인터넷이 뜨거워질 만했다. 공깃밥은 1000원이어야 한다. 그건 문민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이 나라의 전통이다.
나라가 망했다는 표현은 과장이지만, 최근 물가가 심상치 않은 건 사실이다.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의 9월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557개 도시 중 서울의 장바구니 물가는 세계에서 15번째로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과 비슷하며, 아시아에서는 가장 높았다. 즉 서울 시민은 아시아에서 가장 비싸게 과일과 달걀, 소고기를 사 먹는다는 설명이다. 해당 내용은 <YTN>이나 <조선일보> 등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되었고, 댓글창은 분노로 가득 찼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6.9%로 잡았다. 7월 기준 OECD 국가들의 물가상승률은 5.9%였다. 그럼 유독 서울의 물가가 비싸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어떤 방식으로 조사해서 낸 통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맞는 내용이라는 생각은 안 드네요.”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의 말이다. “식품물가는 일시적인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 올여름 집중호우 영향이 컸을 거예요.” 실제 넘베오는 사이트 이용자들이 직접 관련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통계를 내기 때문에 공신력이 있진 않다. 물가상승은 유가 상승 및 이상기후로 인한 식재료 가격 인상으로 벌어진 범지구적 인플레이션과 궤를 같이하기에, 서울의 물가만 유독 높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주 실장의 설명이었다.
“중국의 인건비가 오르면서 수출가가 상승한 부분도 있죠.” 충남대학교 경상대학 장호규 교수의 설명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에서 일어난 변화 때문이니, 역시 서울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베오의 통계를 인용한 기사에 “아시아에서 제일 비싼 도시라는 걸 체감한다”며 공감 어린 분노를 표현한 이들이 많았던 이유는 뭘까?
“식품 물가가 높은 편이긴 하죠. 저도 장 보러 가면 화가 나는걸요.”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의 말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저는 유동성도 원인의 하나라고 봐요. 물가를 잡으려면 유동성을 더 꽉 조여야 하거든요.” 올해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진 여파라는 의미다. 그는 마트에서 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식품뿐만 아니라, 계절적 영향을 받는 농산물이나 외부의 요인으로 인한 변동 폭이 큰 기름값 등을 제외한 품목에서 산출하는 근원물가지수도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근원물가가 올랐다는 건 수입품의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는 의미인데, 가장 큰 이유는 환율입니다. 높은 환율 탓에 수입품을 더 비싸게 사고 있는 것이죠.” 장 교수의 말이다. 지난해 환율은 연평균 12.9%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전년 대비 7.7% 줄었다. GNI는 달러화로 환산해 측정한다. 환율이 오른 만큼 GNI는 줄어든다.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줄었는데, 물건은 원래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야만 하는 것이다.
올라간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있을까. 이 교수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여러 이유로 가격이 올라갈 수는 있거든요. 그런데 그 반대는 없어요. 공급자 입장에서 한 번 올린 가격을 다시 내릴 이유가 없는 거죠.” 다시 내려가진 않더라도, 더 올라가면 큰일이다. 다행히 주 실장은 긍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물가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어 가고 있어요. 아무래도 유가가 좀 안정된 부분이 있어서 더 오르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장 교수 역시 ‘당장’은 이보다 더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내년이 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사실 올해도 파산하는 민간 금융기관이 나오고, 주택시장도 내려앉았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부가 겨우 지탱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아마 환율은 더 올라갈 겁니다. 그럼 또 한 차례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에 영향을 미치겠죠.”
서울의 모든 것이 비싸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기후, 국제 유가, 공급망 변동, 유동성, 환율까지 모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한 가지 요인으로 서울의 물가가 급등한 게 아닌 만큼, 칼로 무 자르듯 물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공깃밥이 2000원이 되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공깃밥 가격이 2000원이 된 서울은 우리 모두에게 버거운 도시가 될 것이다.
 
 

SEOUL COST INDEX

서울만의 특징을 짚어볼 수 있는 독특한 물가지표를 꼽았다.
세계 1.56달러 서울 2.24달러
전 세계 생활물가를 비교하는 글로벌프로덕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서울의 우유 가격은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다. 세계 도시들의 평균가격이 리터당 1.56달러인 데 반해 서울은 2.24달러에 이른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위스 취리히의 2.16달러보다도 높다. 이는 한국의 우유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 생산비의 증감 폭에 맞춰 형성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한 제도였으나 우유 가격이 오르면 빵, 커피, 과자 등의 가격도 올라 물가상승에 주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서울에서 우윳값이 더 부담이 되는 건, 1인 가구 및 편의점 이용객 비율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일부 우유업체는 정부의 감시를 받는 마트용 판매가는 4.9%만 인상하는 한편 편의점에서만 판매하는 가공유 가격은 11% 이상 올리는 식의 꼼수를 부린 바 있다. 다행히 생산비 연동제는 올해 폐지됐으나, 그런데도 원유 가격은 최근 10년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당분간 서울 시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를 사 마셔야 할 것이다.
 

전국 1770.9원 서울 1855.9원
국제 유가의 변동 폭에 따라 국내 기름값이 요동칠 수밖에 없는 것이 비산유국의 슬픔이다. 지난 9월 15일, 국제휘발유(92RON) 가격은 배럴당 111.76달러를 기록해 올해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이에 따라 10월, 한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800원을 바라볼 수준으로 급등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세계 휘발유 가격을 비교하는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에 따르면 같은 시기 세계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349달러였고 한국은 1.347달러로 평균가격과 거의 같았다. 이는 2021년부터 2년 가까이 이어져온 유류세 인하 조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인하 폭이 다소 조정됐지만, 현재까지는 조치 전 대비 휘발유는 리터당 205원의 가격 하락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서울이다. 서울의 휘발유 가격이 더 높은 건 잘 알려진 대로 땅값과 인건비가 높기 때문이다. 또 법인사업자 고객이 타 지역에 비해 많아 높은 가격에도 수요가 늘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다행히 국제 유가는 어느 정도 안정성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휘발유가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사실에는 변함없을 것이다.
 

세계 24% 서울 93%
지난 9월,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넘베오가 공개한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인용해 한국의 주택 가격이 비싼 편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PIR은 26배로 나타났는데, 연간 평균 가계 소득을 26년간 모아야 27평형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보다 이 수치가 높은 나라는 10개국뿐이다. 소득에 비해 집값이 비싼 편인 것이다. 또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임대수익 대비 집값 소유비용 비율(PRR)이다. 임대수익 대비 집값과 같은 금액으로 얻을 수 있는 연간 이자로, 높을수록 집값이 실제 가치 대비 고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시기 서울의 PRR은 93%로 도시별로 측정했을 때 세계  3위였다. 세계 평균 24%에 비해 상당히 높다. 집값이 비싸다 보니 매매를 위해서는 많은 빚을 낼 수밖에 없다. 서울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MPI)은 215%로 소득의 두 배가 넘는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말까지 8%선에 다다를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물가상승은 억제된다. 그러나 가계 입장에서는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가상승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어 복잡한 상황이다.
 
 

Credit

  • EDITOR 김현유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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