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하우스 오브 산토리 그 역사의 시작

대체 불가한 위스키 하우스 오브 산토리 100년의 이야기.

프로필 by 김장군 2024.01.26
 
 

HOUSE OF SUNTORY

과일의 달콤함과 신맛이 스모키 향과 함께 입안에 감돈다. 미각을 섬세하게 자극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 산토리가 제조 100주년을 맞아 ‘하우스 오브 산토리(House of Suntory)’ 캠페인을 진행하며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산토리가 어떻게 일본 최초로 위스키를 생산하고, 맛과 향을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었는지, 일본 위스키의 기준을 정리하기까지의 모험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였다. 산토리 100년사의 시작은 토리 신지로(Torii Shinjiro)라는 소년에서 시작된다.
집안의 활발한 상업 활동 덕분에 토리 신지로는 일찍부터 비즈니스 세계에 발을 내딛고, 새로운 문물과 고급 문화를 경험했다. 일본 전통술이 아닌 수입산 스피릿의 맛에 눈뜬 것도 그때였다. 추종하는 대상을 재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마니아의 공통된 기질일 것이다. 신지로 또한 서양식 스피릿 맛을 재현하기 위해 화학과 블렌딩 기술을 배웠으며, 스무 살 무렵에는 ‘오사카의 코’라 불리며 일본 최고의 미각을 지닌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다. 신지로는 자신이 경험한 위스키, 와인, 진 등 외국 주류의 매력을 자국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토리 쇼텐(Torii Shoten)이라는 전문적인 서양 주류를 판매하는 매장을 열고 음식과 와인을 판매했다. 하지만 서양 주류의 풍부한 풍미는 일본의 평범한 소비자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신지로는 와인과 스피릿을 조합해 일본인의 미각에 맞는 술을 개발했고, 1907년에는 아카다마 포트 와인을 출시했다. 과일 향이 풍부하고 균형 잡힌 풍미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블렌딩 와인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신지로가 가장 좋아한 스피릿은 위스키였고, 그는 언젠가 서양 위스키의 품질을 능가하는 일본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다.
위스키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자연이 담긴다. 신지로 역시 진정한 일본 위스키라면 일본의 자연과 환경, 사람들의 미각을 반영한 최고 수준의 맛과 향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1923년 산토리는 교토 인근 야마자키에 일본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를 설립했다. 3개의 강이 흐르는 교토 교외 지역은 위스키 제조에 탁월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청정 수원지라는 점, 3개의 발원지와 수온이 다르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각기 다른 온도의 강물이 하나로 합쳐지면 겨울에도 안개가 낄 정도로 습도가 유지되어 위스키 숙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계절에 따라 급격한 기온 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위스키 숙성에선 장점이다. 뛰어난 환경 덕분에 위스키의 복합적인 풍미를 끌어낼 수 있었고, 이는 산토리 위스키만의 독특한 특징이 되었다. 하지만 증류소가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1929년 출시한 야마자키 증류소의 첫 제품 ‘시로후다(Shirofuda)’는 스모키 향이 강했고 무거운 질감으로 섬세한 스타일을 원한 신지로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의 꿈과 열정이 담긴 첫 작품은 실패였다. 그때 신지로는 산토리의 모토가 되는 말을 남겼다. “실패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세요.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끝까지 해내는 것뿐이에요.” 그는 포기하지 않고 개량 작업을 이어갔고, 위스키 생산을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8년 뒤인 1937년 마침내 신지로는 만족스러운 위스키를 생산하게 된다. 일명 ‘네모난 병’이라 불린 ‘가쿠빈(Kakubin)’은 섬세한 풍미로 일본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산토리 위스키를 일본 전역에 알린 제품이자, 현재까지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위스키로 남아 있다. 신지로는 성공에 도취하지 않고 복합적이고 균형 잡힌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그의 아들과 함께 이어갔다.
1961년 아들 사지 케이조(Saji Keizo)는 산토리의 마스터 블렌더 역할을 승계하며 신지로의 모든 기술을 전수받았다. 1992년부터는 케이조의 아들 토리 신고(Torii Shingo)가 마스터 블렌더를 맡았으며, 산토리 위스키의 블렌딩 기술은 3세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사지 케이조 시대에 산토리는 치타 그레인 증류소와 하쿠슈 몰트 증류소를 개장했고, 1980년대에는 규모도 두 배로 확장하며 다양한 스타일의 복합적인 풍미를 가진 위스키를 생산했다. 산토리가 지나온 100년의 역사, 그건 소년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동화이자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이어온 기업의 성장기다.
 

 

HIBIKI 

히비키

히비키

Hibiki 21 100th Anniversary Edition

히비키는 우리말로 ‘여운’을 뜻하며, 1989년 일본 위스키의 선구자 산토리의 창립 90주년을 기념해 출시했다. 히비키 라인업 중 특별히 높은 평가를 받은 건 히비키 21년이다. 몰트 위스키의 풍부한 향과 다양한 싱글 몰트 및 그레인 위스키가 조화를 이루며 맛과 향이 섬세하게 표현되며, 일본 위스키의 장인정신이 돋보인다. 히비키 21년은 세계적인 위스키 상도 다수 수상하여 자연스레 글로벌 위스키 시장에도 소개됐다. 애호가들 사이에서 히비키 21년은 일본 위스키의 전통과 현대적인 매력을 동시에 표현한 제품으로 잘 알려졌다.
일본 최초의 몰트 위스키 증류소를 설립한 ‘하우스 오브 산토리’는 증류소 개장 100주년을 기념해 주요 제품들을 한정판으로 공개했다. 히비키 21년에는 한정판 보틀 디자인 및 100주년 기념 라벨 디자인이 적용됐다. 한정판 보틀 디자인에는 생명과 활력,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일출 등 일본 문화의 핵심 요소를 새겼는데, 삶에 감사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히비키 21년의 제조 과정은 예술 작업과 유사하다. 특히 일본 위스키의 탄생을 기념한 100주년 에디션은 예술적 감각과 영감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수석 블렌더는 새로운 블렌딩에 도전했고, 산토리의 다양한 증류소에서 생산된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섬세하게 혼합하여, 풍부한 맛과 향의 조화로운 오케스트라를 구현했다. 히비키 21년 리미티드 에디션은 산토리의 장인정신과 고급스러움, 미감 등을 결합한 독특한 예술 작품이 되었다. 위스키 제조 과정에서 중요한 건 캐스크 선택. 과거에는 셰리 캐스크에서 위스키를 숙성시켜 히비키의 풍미를 강화했는데, 이번에는 일본의 전설적인 참나무 미즈나라 캐스크를 사용했다. 또 최종 블렌딩 과정에선 위스키 구성 요소 각각의 디테일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지, 또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탐구하고, 재평가하는 과정을 거쳤다. 히비키 21년의 가치는 단순히 맛이나 품질에 국한되지 않고, 위스키에 대한 철학과 장인정신으로 평가되고 있다.
산토리의 철학은 사람과 자연의 조화다. 이 철학은 히비키 21년 제조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야마자키와 하쿠슈 증류소의 수원은 맑기로 유명하다. 특히 ‘미나세노’라고 불리는 야마자키 지역의 물은 일본에서 깨끗한 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하쿠슈의 물은 수천 년 된 화강암 바위를 통해 여과되어 부드럽고 맑다. 이러한 물은 위스키의 풍미를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계절 변화 역시 위스키의 숙성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온도와 습도의 변화는 캐스크를 숨 쉬게 하고, 위스키에 깊이를 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히비키 21년 10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은 연한 황금색으로 빛난다. 금귤과 재스민의 세련되고 우아한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고, 달콤한 맛과 향이 부드럽게 입안에 퍼진다. 이어서 스파이시한 미즈나라 참나무의 깔끔한 향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히비키 21년 10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은 균형의 산물이다. 제조 과정에서 위스키를 구성하는 요소들, 맥아나 물, 꽃과 과일, 나무 등 자연 본연의 아름다움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다. 따라서 이것은 섬세한 장인정신과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으로 빚은 예술 작품이라 할 만하다.
 

 

YAMAZAKI

야마자키

야마자키

Yamazaki Mizunara 18 100th Anniversary Edition 

1923년 교토 인근 세 강줄기가 만나는 산지에 일본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가 들어섰다. 야마자키 증류소는 일본 위스키의 고향이자, 오늘날까지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위스키 생산지다. 야마자키의 자연은 또 어떠한가. ‘산비탈(mountain cape)’을 뜻하는 야마자키는 한적한 숲으로 뒤덮였다. 산줄기를 따라 흐르는 맑은 청정수는 위스키의 품질을 높이고, 짙은 안개는 위스키의 숙성을 돕고, 사계절의 뚜렷한 변화는 위스키의 깊이를 만든다. 물과 습도, 기후 모두 위스키 제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여기서 산토리 야마자키 미즈나라 18년 10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이 탄생했다.
일본 시장은 일찍부터 위스키 특유의 묵직함이나 스모키 향보다 섬세하고 복잡한 풍미를 선호했다. 그러니까 과일의 상큼함과 초콜릿의 달콤함, 스모키 향과 스파이시한 향이 어느 하나 강조되지 않고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며 조화되길 원한다. 지난 100년 동안 야마자키 증류소에선 지속적인 시도로 발전과 혁신이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의 전설적인 참나무 미즈나라를 사용한 것이다. 1940년대 토리 신지로는 일본만의 독특한 위스키를 개발하기 위해 일본의 자연환경에서 해답을 모색했고, 관리하기 까다로운 미즈나라를 위스키 숙성에 사용하는 모험을 했다. 기대와 달리 미즈나라에서 숙성된 위스키는 거칠고 기름진 느낌이었다. 맛과 향의 균형이 맞지 않아 산토리 초창기에는 미즈나라를 사용하지 않았다. 1960년대 산토리의 2세대 마스터 블렌더 사지 케이조가 복합적이고 균형 잡힌 캐스크를 발견한 다음에야 미즈나라 사용 비중을 늘려나갔다.
야마자키 증류소에선 다양한 위스키들이 생산되고, 그 맛과 향도 조금씩 다르다. 코어 몰트나 캐스크 등 블렌딩 과정에서 사용되는 요소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중 야마자키 18년은 야마자키 증류소가 설립된 이후 가장 핵심적인 풍미를 담은 제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셰리주 만드는 데 사용된 스페인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되어 건포도와 카카오 같은 풍부하고 짙은 과일 및 스파이시한 특징이 나타난다. 한편 산토리 100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야마자키 미즈나라 18년 10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은 기존 ‘야마자키 18년’보다 풍미가 가볍고 복합적이다. 이 제품은 미즈나라 캐스크에서 최소 18년 이상 숙성된 여러 연산의 원액들로 구성되어 미즈나라 특유의 우아함이 극대화되었다. 야마자키 땅에서 숙성된 것이니 야마자키의 물과 바람, 사계절도 품고 있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제품을 살펴보면, 빛깔은 붉은 황금색을 띠며, 스파이시함이 은은하게 입속에 퍼진다. 다크 체리와 복숭아 향, 계피와 육두구 향이 밀려오며, 백단향과 말린 코코넛의 여운이 길게 지속된다.
 

 

HAKUSHU

하쿠슈

하쿠슈

Hakushu 18 Peated Malt 100th Anniversary Edition

산토리의 2대 마스터 블렌더 사지 케이조는 가이코마산에서 회사를 이끌어갈 다음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산토리의 세 번째 증류소다. 야마자키, 치타에 이어 1973년 사지 케이조는 가이코마산 깊은 곳에 하쿠슈 증류소를 설립했다. 산토리는 증류소마다 다른 위스키를 생산하며 위스키 포트폴리오를 다채롭게 구성하게 되었고, 산토리의 장인들은 기존 증류소에서 얻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여러 스타일의 위스키 제조를 시도했다. 세 번째 증류소 설립이라는 과감한 선택이었고, 그 배경에는 위스키 제조에 최적화된 자연환경이 있었다.
일본 남부 고산 지역은 일본의 알프스라고 불린다. 험준하고, 맑고, 극적인 계절 변화로 붙여진 별명이다. 하쿠슈 증류소는 알프스 기슭에 위치한다. 숲으로 둘러싸였으며, 스코틀랜드보다 계절 변화가 뚜렷하다. 캐스크가 깊이 숨 쉬며 위스키를 숙성시키기 좋은 기후다. 하쿠슈 증류소의 자연환경은 숙성 목표 기간이 짧은 캐스크에서도 다채로운 풍미를 끌어내고, 위스키에 이 지역만의 독특한 특성을 담는다. 하쿠슈 증류소를 개장할 당시 사지 케이조는 그의 아버지가 그러했듯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 야마자키 위스키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며 일본 자연의 다른 면을 담은 새로운 스타일의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만드는 것. 위스키의 기본은 물이다. 맑고 차가운 수원지에서 좋은 위스키가 만들어진다. 산토리는 하쿠슈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생수의 수원지도 바로 이곳이다. 알프스의 만년설처럼 하쿠슈 증류소 인근 가이코마산에는 겨울 동안 산 정상에 눈이 쌓인다. 녹아내린 눈은 화강암층을 따라 자연 여과되어 오지라강으로 모이고, 이 물로 만든 하쿠슈 위스키 원액은 신선하고 부드러운 특성을 갖는다. 산토리는 위스키의 품질 유지와 지하수 보호를 위해 자연 수목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연 수목 보호 활동의 원칙은 숲에 충전된 지하수의 양이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것의 두 배가 넘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하쿠슈 증류소에는 7가지 종류의 증류기가 있어 80종이 넘는 다양한 위스키가 생산된다. 그중 한 병을 고르라면 피트로 훈연한 맥아인 피티드 몰트 비율이 높은 ‘하쿠슈 18년 피티드 몰트 10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이 현명한 선택이겠다. 이 제품은 피티드 몰트 비율이 높은 스카치 위스키와 다르다. 다른 스모키 향이 담겨 있다. 숙성 과정에서 미즈나라 캐스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다른 증류소와의 차이다. 공통점도 있다. 위스키를 구성하는 맛과 향을 모두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아로마, 과일, 스모키 등 각 요소를 선별하고 균형을 맞추는 블렌딩 작업은 야마자키나 치타 증류소와 다르지 않다.
하쿠슈 18년 피티드 몰트 10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은 산토리 위스키 100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싱글 몰트 위스키다. 하쿠슈 위스키 본연의 순수하고 부드러움이 강조됐고, 하쿠슈의 상징인 스모키 향은 과일 향과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맛을 낸다. 여기서 스모키 향은 거칠고 무거운 질감 없이 섬세하게 표현된다.
위스키란 신비한 술이다. 여러 위스키를 조합해야 하고, 오랜 시간 숙성해야 한다. 물이 중요하고, 바람도, 온도의 영향도 받는다. 그래서 잘 만든 위스키에는 자연이 담긴다. 맛과 향은 한 지역의 자연환경을 넘어선다. 허브와 자몽, 꿀과 풋사과, 파인애플, 초콜릿, 견과류 그리고 스모키 향과 스파이시, 크리미한 질감이 어우러지며 황금처럼 빛난다. 컬러는 섞을수록 어두워지지만, 자연은 그 반대다. 향과 맛은 모일수록 더 가치가 높아진다. 일본 알프스의 자연이 만든 싱글 몰트 위스키, 하쿠슈 18년 피티드 몰트 10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에는 신록의 싱그러움이 담겼다.

Credit

  • EDITOR 김장군
  • WRITER 조진혁
  • PHOTOGRAPHER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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