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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몬 증류소 그 지속력과 원동력에 대하여

롱몬 증류소는 위스키 산업 역사상 단 한 번도 생산을 중단한 적 없다.

프로필 by 김장군 2024.01.30
 
 
산업혁명 시대 증기엔진에서 뿜어져 나온 힘은 런던을 넘어 최북단 스코틀랜드까지 미쳤다. 이로써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증류소에선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고, 생산 과정에서 효율성도 증대됐다. 위스키는 증기기관차에 실려 전국으로 빠르게 유통되었고, 증기엔진을 타고 바다를 건너 아시아와 미국 시장에도 수출되었다. 기술 혁신을 맛본 19세기 후반 스코틀랜드 증류소는 위스키 대호황을 맞았다. 이때 여러 증류소의 몰트 위스키와 곡물 위스키를 혼합한 블렌디드 위스키가 등장하는 등 제품 혁신도 일어났다.
호황을 맞이한 여느 산업이 그렇듯 당시 스코틀랜드에선 위스키 투자가 성행했고, 수많은 위스키 증류소가 설립됐다. 사업가이자 세계 여행가였던 존 더프(John Duff)도 1894년 스페이사이드에 위스키 증류소 ‘롱몬’을 열었다. 존 더프는 다른 투자자들과는 달랐다. 그는 위스키 증류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고, 좋은 위스키를 생산하고 유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롱몬이 자리한 곳은 위스키 증류소 운영에 알맞은 탁월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가까운 번사이드에서 깨끗한 물을 수급할 수 있었고, 질 좋은 보리는 인근 지역인 모레이에서, 이탄은 인근 마노크힐에서 구할 수 있었다. 롱몬 위스키에는 스페이사이드의 물과 공기가 담겼다.
전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한 존 더프는 진보적인 사고관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교통의 중요성을 알고 일찌감치 증류소에 자체 철도를 건설했다. 좋은 재료로 만든 스페이사이드 싱글 위스키는 증기기관차에 실려 빠르게 시장에 공급됐다. 롱몬은 스페이사이드의 맛과 향 그리고 공급망을 확보해 다른 증류소들과 차이를 만들었고, 시간이 흘러 위스키 붐 때 설립된 대부분의 증류소가 문을 닫았을 때도 살아남았다. 위스키 산업 역사에서 곡물 부족과 전쟁에도 생산을 중단하지 않은 증류소는 몇 없는데, 롱몬 증류소가 그중 하나다. 한 번의 도산 없이 100년 넘게 꾸준히 싱글 몰트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반 소비자 외에 블렌디드 위스키 제조사와의 거래도 롱몬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다. 롱몬의 싱글 몰트 위스키는 처음 출시된 이래 위스키 블렌더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원료로 손꼽혔다. 과일 향과 스파이시한 향, 균형 잡힌 단맛으로 스페이사이드의 개성을 잘 표현해 블렌디드 위스키의 주원료로 사용하기 탁월했기 때문이다.
2024년은 롱몬에게 도약의 해가 될 것이다. 새롭게 리스테이지를 준비한 롱몬은 18, 22, 30년 총  3종의 라인업을 선보이며, 해당 제품은 매년 각기 다른 특징을 담아 ‘애뉴얼 에디션(Annual Edition)’으로 판매된다. 새로운 라인업은 모두 기본적으로 원액에 물을 넣어 희석하지 않는 캐스크 스트렝스 방식이며, 냉각 여과를 거치지 않는 논-칠 필터 공법을 적용해 스페이사이드 싱글 몰트 위스키 원액의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먼저 롱몬 18년은 18년 동안 200L 수준의 캐스크인 배럴과 240L에 달하는 캐스크인 혹스헤드에서 숙성한 싱글 몰트 위스키다. 토피 애플과 살구를 시작으로 신선한 열대 과일의 풍부한 맛이 이어지며, 밀크 초콜릿의 달콤하고 크리미한 질감이 입안에 감돈다. 롱몬 22년 역시 배럴과 혹스헤드 캐스크를 사용한다. 시트러스 향이 정교하게 느껴지고, 잘 익은 서양배의 풍미가 개운함을 선사한다. 이어서 헤이즐넛 프랄린과 토피가 달콤하고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롱몬 30년은 혹스헤드와 아메리칸 배럴 두 종류의 캐스크에서 30년 동안 숙성해 오크 캐스크의 스모키 향이 자연스레 밴다. 롱몬의 시그너처 풍미인 풍부한 토피가 잘 익은 자두와 체리 향과 조화를 이룬다. 이어서 구운 호두와 시나몬 맛이 은은하게 지속되며 스파이시한 마무리를 이룬다. 숙성 기간처럼 여운이 길다. 위스키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것은 미세한 차이다. 원료의 질이 다를 수 있고, 숙성 과정에 사용할 재료들이 다를 수도 있다. 캐스크도 같을 수 없다. 롱몬은 이 차이를 강조해 특징으로 만들 계획이다. 맛과 향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하지만 100년 넘게 이어온 롱몬 싱글 몰트 위스키 본연의 맛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과 다름없이 청명한 스페이사이드의 환경처럼.

Credit

  • EDITOR 김장군
  • WRITER 조진혁
  • PHOTO LONGM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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