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오아시 제냐로 가는 길
알레산드로 사르토리가 재정의한 오아시 캐시미어의 미학, 제냐 2024 F/W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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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제냐가 트리베로 공장 근처에 심은 나무 한 그루가 어느새 9900m2(3000만 평) 규모의 오아시 숲으로 자라났다. 이곳이 바로 제냐의 고향이자 시작점. 이들이 매 시즌 컬렉션의 영감을 오아시에서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월, 밀라노에서 열린 2024 F/W 컬렉션 역시 그 겹겹의 역사에 새롭게 쌓인 챕터라 할 만했다. 오아시 숲의 파노라마 이미지는 쇼장으로 이어지는 복도에서부터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고, 장내로 들어서자마자 천장을 뚫고 나갈 듯 높고 붉은 산이 관객의 시선을 압도했다. ‘더 오아시 오브 캐시미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캐시미어 섬유를 쌓고 또 쌓아 거대한 오아시 산을 런웨이 한가운데로 옮겨놓은 것. 이번 컬렉션의 핵심을 함축하는 상징적인 시노그래피였다.
소재와 컬러, 스타일링.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늘 이 세 가지를 조화시키는 데 많은 공을 들이지만, 이번엔 그 밸런스가 유독 더 정교했다. 마치 완벽하게 맞물려 움직이는 톱니바퀴처럼. 일단 컬렉션을 설명하려면 소재 얘기부터 해야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주인공인 캐시미어의 다양한 변주였다. 캐시미어를 셰틀랜드 울과 섞거나 비버 울과 혼방하는 것은 물론 플론지 레더에 덧대고, 모직물인 판노와 워싱 처리해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냈다. 뻔한 캐시미어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이런 미세한 차이들이 기분 좋은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질감과 표면을 다채롭게 처리한 점도 흥미로웠는데, 특히 캐시미어를 자카르 직조한 재킷과 스웨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아름다웠다. 게다가 유려한 컬러 팔레트는 또 어떻고. 유백색의 비앙코, 버터 같은 색감의 기야쵸, 아스팔트를 연상케 하는 부로, 미묘한 회색빛의 그나리토, 매트한 블랙 네로 오파코, 폴리아주 브라운 등 제냐가 즐겨 쓰는 부드러운 컬러들이 컬렉션 전반에 걸쳐 리드미컬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여기에 간간이 블루 인치오스트로와 알바 핑크 같은 쨍한 컬러가 더해져 생동감을 더했다. 스타일링 면에서는 아이템을 레이어드해 실용성을 높인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이를테면 날렵하게 재단한 블레이저 위에 커다란 포켓 베스트를 더하거나, 재킷 위에 블루종을 겹쳐 입거나, 재킷 위에 카디건을 걸치는 식. 사르토리는 이런 방식으로 더 자유롭고 편안한 옷 입기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액세서리의 적극적인 활용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낙낙한 하프 슬리브 톱에 매치한 두꺼운 리브드 글러브, 캐시미어 재킷과 코트 위에 레이어링한 머플러, 브리지리스 안경으로 세심하게 룩의 완성도를 높였다. 톤 수르톤 고무 밑창의 라운드 토 부츠와 새롭게 탄생한 트리플 스티치 몬테 스니커즈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그리고 마침내 피날레. 공들여 만든 56벌의 옷이 줄지어 나오는 순간, 각각의 룩을 관통하는 주제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아마도 사르토리는 이 핵심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그토록 예민하고 까다로운 착장 과정을 거쳤을 터. 고급스럽고 풍요로운 소재, 담백한 컬러, 여유로운 실루엣, 이 모든 요소가 결국 옷을 입는 사람들의 자세를 얘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애써 뽐내지 않아도, 과장된 제스처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것들. 그래서 더 우아한 것들. ‘더 오아시 오브 캐시미어’ 컬렉션은 21세기 럭셔리에 대한 비전 그 자체였다. 사르토리는 그것이 제냐의 본질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Credit
- EDITOR 이다은
- PHOTO 제냐
-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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