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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시 & AC 호텔 DTLA는 LA 여행을 완전히 새롭게 바꿀 거점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LA 다운타운에 문을 연 ‘목시’와 ‘AC 호텔’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베뉴 ‘레벨 8’은 단순히 거점의 수준을 넘어, LA 여행이라는 경험을 새로운 단계로 확장해준다.

프로필 by ESQUIRE 2024.03.01
 
 
LA는 전형적 미국 문화와 서부 대륙의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접경한 남미의 분위기가 묘하게 뒤섞인 도시다. LA 다운타운, 약칭 DTLA는 그 안에서도 관광지 LA와 누군가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LA가 교차하는 지점이며, 코리안타운과 리틀도쿄 같은 이민자 거주지역, 아트 디스트릭트를 끌어안고 있다는 입지 역시 이 동네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할 수 있을 테다. 말하자면, ‘무엇이 생겨나도 이상하지 않을 동네’라는 분위기를. 지난해 이 지역의 서쪽 끝에 문을 연 두 개의 호텔 브랜드 목시 & AC 호텔 다운타운과 엔터테인먼트 베뉴인 레벨 8 역시 그 연장선에서 탄생한 시설이라 할 만하다. 한 건물 안에 이토록 다채로운 얼굴을 품고도 그 모든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건 다른 도시는 물론이고 LA의 여타 지역에서도 쉽지 않았을 것처럼 느껴지니까 말이다.
 
목시 & AC 호텔 다운타운 전경. 농구경기장 크립토닷컴 아레나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목시 & AC 호텔 다운타운 전경. 농구경기장 크립토닷컴 아레나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LA의 자유로움과 우아함
MOXY & AC HOTEL DTLA
 
“믿기 어렵겠지만, 이 호텔 프로젝트는 6년 전에 문을 연 뉴욕의 첫 목시 호텔과 같은 시기에 시작됐어요.” 목시 프랜차이즈를 개발한 라이트스톤의 대표 미첼 호흐버그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 호텔의 연원부터 되짚었다. 지난해 문을 연 목시 & AC 호텔 다운타운은 생각보다 오래된 아이디어였다는 것이다. LA에서 건축 허가를 받는 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을 뿐. “로스앤젤레스시에서 구역을 지정하고 일을 진행하는 게 워낙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저희가 하고자 하는 게 아주 특이한 상품이기 때문이었죠. 완전히 다른 두 호텔이 실제로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니까요.” 그의 설명처럼, 다운타운에 설립된 목시 & AC 호텔은 두 개의 호텔 브랜드로 구성되어 있다. 입구도 다르고 직원들도 다르며, 심지어 목시의 로비는  1층에, AC 호텔의 로비는 꼭대기층에 위치한다. 요는 사람들이 LA라는 도시에서 기대하는 바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목시는 특유의 젊고 팬시한 분위기를 가진 브랜드이며, AC 호텔은 절제미, 우아함을 표방한 브랜드다.
특히 목시 다운타운에서는 그 위에 한층 가미된 ‘LA스러운 위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 건축사인 겐슬러와 디자인 스튜디오 야부 푸셸버그는 개발 초기부터 이 호텔에 ‘스토리’를 이식하고 싶어 했고, 영화 <이지 라이더>를 주요 테마로 잡았다. <이지 라이더>는 1969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로, 당대 서부의 자유로움과 개척정신, 히피 문화와 바이커 문화를 잘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된다. “고객이 눈치채든 눈치채지 못하든 전체 호텔에서 하나의 감성으로 공감되기를 바랐다”는 미첼 호흐버그 대표의 설명처럼, 그 영화의 이름을 듣고 나자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다. 로비에 깔린 뱀 모티브의 카펫부터 황야의 암석을 연상케 하는 벽재, 층층이 곳곳에 장식된 모터사이클 관련 장식들까지. “객실의 한쪽 벽면을 채운 타일도 하나의 스토리텔링이에요. 지금 봐선 모르시겠지만, 아침에 커튼을 걷으면 햇빛이 반사되면서 황금빛으로 빛나거든요. 마치 아침의 사막처럼요.” 목시 & AC 호텔 다운타운의 제너럴 매니저 스티브 최가 눈부신 뭔가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목시는 숙박객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약간의 ‘Cheeky(짓궂음)’함을 추구하기도 한다. 반면 AC 호텔은 호텔이라는 경험에서 재미보다 다른 것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시설이다. 휴식과 안정. AC 호텔 다운타운의 입구는 목시 다운타운 바로 옆에 위치하지만 1층에는 엘리베이터만이 있을 뿐 프런트 데스크로 가려면 최상층까지 올라가야 하고, 객실로 가려면 거기서 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는 구조지만 덕분에 객실에 다다르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보금자리에 온 듯한 기분이 저절로 든다. 최상층을 거칠 때마다 마주치게 되는 AC 바 & 라운지의 근사한 LA 시내 뷰는 덤이고 말이다. ‘LA의 예술 애호 정신’을 테마로 차분하게 조성된 객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목시 다운타운의 객실. 공간 효율을 추구하면서도 창의적 구조와 인테리어로 쾌적함을 살렸다.

목시 다운타운의 객실. 공간 효율을 추구하면서도 창의적 구조와 인테리어로 쾌적함을 살렸다.

 
목시 & AC 호텔의 객실에서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공간 활용법이다. 미첼 호흐버그 대표는 이 시설이 호텔 객실에 대한 미국식 기준에 의문을 품으며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뭐든 커요. 자동차도 크고, TV도 크고, 편의점의 음료수 컵도 크죠. 호텔도 마찬가지예요. 미국의 호텔 객실은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도 평균적으로 훨씬 커요. 하지만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가 든 예는 크루즈선 객실이었다. 미국의 크루즈선도 객실이 좁지만 여태 작동하는 이유는, 첫째로 애초에 좁은 면적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 및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며, 둘째로 대부분의 승객이 관광을 하거나 다른 시설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뿐 방 안에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목시 & AC 호텔 다운타운 역시 작지만 잘 설계된 객실 그리고 객실 바깥의 충만한 즐길 거리를 핵심으로 한다. 옷장이나 테이블 같은 시설을 과감히 생략하고 침대 하단의 수납공간, 인테리어 요소이자 동시에 옷걸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구조물, 간이 책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베드사이드 테이블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공간 효율을 높였다. 여기서 주안점은 숙박객으로 하여금 객실 규모가 비용 측면 문제로 느껴지게 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객실 층고가 이렇게 높은 호텔은 흔치 않죠. 가능한 한 많은 면을 통창으로 활용한 구조도 객실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게 하는 요소고요. 저도 저희 호텔이 모두를 위한 호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런 좋은 마감재의 가치를 알지만 그렇게 큰 방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거죠.” 미첼 호흐버그의 설명이다.
 
AC 호텔 다운타운의 라운지 공간 ‘라이브러리’.

AC 호텔 다운타운의 라운지 공간 ‘라이브러리’.

 

 
레벨 8의 루프톱 풀사이드 바 골든아워의 전경.

레벨 8의 루프톱 풀사이드 바 골든아워의 전경.

 
LA 나이트 라이프의 여덟 가지 스펙트럼
LEVEL 8
 
미첼 호흐버그가 크루즈선을 예로 들며 언급한 ‘객실 바깥의 충만한 즐길 거리’의 요체는 바로 레벨8이다. LA 최고의 나이트 플레이스 기획자인 마크 & 조니 휴스턴 형제와 손잡고 만들어낸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 목시와 AC 호텔의 입구 옆으로 난 또 하나의 입구를 통해 건물로 들어서 8층으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데, 한 층에 자그마치 총 8개의 식당, 바, 클럽을 품고 있다. 미쉐린 스타 셰프 조슈아 길이 선보이는 프렌치 철판구이 전문점 ‘메종 카사이’와 오이스터 바 ‘마더 오브 펄’, <에스콰이어 US> 선정 올해의 셰프 레이 가르시아가 선보이는 남미식 그릴 바 ‘퀘 바르바로’, 멕시코식 길거리 음식 문화를 재해석한 푸드트럭 ‘더 브라운 십’, 조엘 로부숑의 제자 히사에 스턱 셰프가 세이로무시와 샤부샤부를 선보이는 ‘러키 미즈’, 칵테일과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여행 콘셉트의 바 ‘미스터 원더러스트’, 루프톱 풀사이드 바 ‘골든아워’와 LA 최고의 인기 클럽으로 떠오른 ‘시너스 이 산토스’까지. 그 누구라도 원하는 느낌의 밤을 보낼 만한 장소를 꼭 하나는 찾을 법하다.
 
 댄서가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미스터 원더러스트 내부.

댄서가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미스터 원더러스트 내부.

남미식 그릴 바 퀘 바르바로의 칵테일.

남미식 그릴 바 퀘 바르바로의 칵테일.

타코 푸드트럭 콘셉트의 더 브라운 십.

타코 푸드트럭 콘셉트의 더 브라운 십.

 
스피크이지 콘셉트처럼 켜켜이 문이 숨겨져 있는, 혹은 미로처럼 서로가 연결된 구조 때문에, 레벨 8에서는 화장실에 다녀오다 길을 잘못 든 방문자를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건물 8층에 옮겨 놓은 거대 타코 트럭, 벽면 전체가 회전하며 등장하는 피아니스트, 클럽 바 위에 설치된 특설 링에서 벌이는 레슬링 퍼포먼스 등에 넋을 잃고 만다. 직접 경험해보면 레벨 8이 ‘몰입형 발견’을 창조하는 프로젝트라는 마크 휴스턴의 다소 거창한 설명이 전혀 허풍이 아니란 걸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20년 넘게 LA 주변에서 레스토랑과 바를 열면서 저희가 배운 건 사람들이 단지 저녁 식사나 술 한잔 이상의 뭔가를 원한다는 겁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뭔가 다른 경험을 했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 하죠. 레벨 8은 몰입형 발견을 창조하는 프로젝트이며, LA 다운타운의 풍부한 유산과 역사에 경의를 보내온 저희 형제의 정점 격인 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니 휴스턴이 짚은 레벨 8의 또 다른 강점은 입지다. “크립토닷컴 아레나뿐 아니라 SoFi 스타디움, 기아 포럼, 뱅크오브캘리포니아 스타디움과 빠르게 연결되는 입지에 위치해 있으니, 다양한 행사 전후에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게 된 셈이죠. LA의 큰 공백을 메웠다고 생각해요.” 걸어서 LA 레이커스의 경기를 보러 갈 수 있다는 건 레벨 8뿐 아니라 목시 & AC 호텔 다운타운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
 
‘고해’를 테마로 한 클럽 시너스 이 산토스의 내부 인테리어.

‘고해’를 테마로 한 클럽 시너스 이 산토스의 내부 인테리어.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 Moxy & AC Hotel Downtown LA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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