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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어>가 꼽은 광주비엔날레의 단 한 작품

겹침 소리의 광주 기록

프로필 by 박세회 2024.09.26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부딪힘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라는 세 가지 구분을 따라가도록 구성됐다. 이 중 ‘겹침 소리’ 전시장에 프랭크 스커티의 ‘광주 기록’(Gwangju Recordings)이 전시되어 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부딪힘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라는 세 가지 구분을 따라가도록 구성됐다. 이 중 ‘겹침 소리’ 전시장에 프랭크 스커티의 ‘광주 기록’(Gwangju Recordings)이 전시되어 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 꼽은 단 한 작품을 설명하자면, 존 케이지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존 케이지가 가장 큰 환호를 받았을 때는 ‘4분 33초’를 연주했을 때가 아니다. 그건 그가 퀴즈쇼에서 우승했을 때였다. 존 케이지는 1959년 작곡가 친구를 보기 위해 이탈리아를 찾았다가 이탈리아의 한 유명 텔레비전 퀴즈쇼에 다섯 번이나 출연한 적이 있다. 퀴즈쇼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한 질문을 받아 정답을 맞히면 상금의 액수를 두 배씩 올리는 형식이었는데, 최종 직전까지 모든 문제를 다 맞힌 케이지의 상금은 5만 리라에 달했다. 파이널 라운드의 질문은 무척 어려웠다. “미국 곰팡이 연구소에서 확인한 백색 포자 느타리 24종의 이름을 모두 말하시오.” 케이지는 24개의 이름을 다 말했다. 심지어 알파벳 순서까지 외워서 말이다. 여하튼 중요한 건 4분 33초로 유명한 존 케이지가 버섯 덕후였다는 점이다. 사실 케이지는 “음악은 음악이고 버섯은 버섯”이라고 음악과 버섯의 무관계성을 선언하면서도 한 가지 재밌는 분석을 남겼는데, “사전을 찾아보면 ‘Music’ 항목 바로 전에 ‘Mushroom’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름만 들으면 미국인 같지만 이탈리아계고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아티스트 프랭크 스커티(Franck Scurti)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의 커미션 의뢰가 들어왔을 때, 존 케이지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 옆에 버섯을 두기로 했다. 프랭크는 광주의 넝마들을 모아 악보를 만들고, 광주의 쓰레기들로 만든 버섯을 그 옆에 두려했다. 그 결과물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겹침소리’ 전시장에 설치된 그의 작품을 보면, 벽에 설치된 오선지 형태의 녹슨 와이어들 사이로 철거된 콘크리트 벽에서 잘라낸 철근들, 무언가를 쌓았던 산업용 팔레트 폐기물들이 마치 음표와 악상기호처럼 걸려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3개의 버섯이 서 있다. 광주의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찾은 플라스틱 폐기물, 플라스틱 물병, 일회용 음식 용기 등을 모아 그 인장들을 살려 캐스팅한 뒤 그 석고들을 모아 버섯 모양으로 빚었다. 캔과 금속을 압착한 폐기물로 좌대를 만들고 그 위에 버섯을 올렸다. 올해 참여한 작가 중 유일하게 제1회 광주비엔날레 때도 참가한 바 있는 작가의 이번 작품 ‘광주 기록’(Gwangju Recordings)은 광주의 기록이면서 또 소리다. “작가가 광주에 한 달 정도 머물면서 폐기물 처리장과 채석장, 또 비엔날레 본전시관 근처의 아파트촌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것들로 만든 작품이에요. 문서라면 ‘광주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레코딩’이라는 단어에는 ‘녹음’의 의미도 있어요. 작가는 실제로 이 소비되고 남겨진 것들이 하나의 소음처럼 소란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거든요.” 광주비엔날레 이은아 큐레이터의 말이다. 작가는 석고로 캐스팅을 할 때 음식물 플라스틱 용기들을 깨끗하게 세척했지만, 그럼에도 용기에 묻어 있던 유기물들이 캐스팅에 조금씩 묻었다. “그래서인지 깨끗하다고 생각했던 석고에 곰팡이가 슬었어요.” 일회용 용기들을 캐스팅한 석고에 핀 곰팡이라니, 완벽하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Courtesy of galerie Michel Rein Paris-Brussels/Yoon Joonghoon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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