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광주 비엔날레에서 마주쳐야 할 장면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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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광주 비엔날레에서 마주쳐야 할 장면들

문득 궁금해졌다. 비엔날레란 무엇인가? 광주비엔날레란 무엇인가? 좋은 비엔날레란 무엇인가? 사흘을 비우고 마음 편하게 광주로 내려갔다. 천천히 여유를 두고 걸었지만, 가끔 날카로운 감흥들이 어떤 장면을 기억 속에 캡처했다. 그렇게 저장된 5개의 장면을 끄집어내 봤다. 반드시 전시 장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3.05.28
“역시 테이트에 있는 감독이라 다르네. 정말 볼 만하다.” “제3세계권 작가들의 뎁스가 어마어마하다.” 이숙경 감독이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난 뒤, 갤러리의 기자 간담회를 돌아다니다 이런 얘기를 주워들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그러나 지면에는 다른 얘기들도 있었다. “대체 왜 ‘광주’ 비엔날레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같다” “비엔날레가 아니라 그냥 고급 미술관 전시 같다. 시대정신도 날 선 담론도 없다”는 말이 동시에 들렸다. 심지어 광주비엔날레 개관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 일간지 기자는 “광주비엔날레는 이제 한물간 것 아니냐”는 질문을 주최 측에 던졌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비엔날레란 무엇인가? 미술관 전시란 무엇인가? 시대정신이란 무엇인가? 담론의 날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을 마음에 품고 광주로 향했다. 전시관을, 양림동 골목을, 습지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내가 품은 질문에 조금이라도 조응하는 장면들을 포착했다. 
‘Aporetic Spectacle’, Florian Amoser, 2017.

‘Aporetic Spectacle’, Florian Amoser, 2017.

scene 01 :
알프스산맥 터널의 환기구
 
처음으로 나를 사로잡은 장면은 스위스 사진가의 컴퓨팅 이미지였다. 이이남 스튜디오는 양림동 제중로 언덕 아래 마치 서울의 연희동처럼 작고 예쁜 카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 골목 끝에 있다. 광주를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이름이 붙은 스튜디오는 카페 공간과 전시 공간이 잘 어우러져 있다. 플로리안 아모저의 ‘Aporetic Spectacle’은 전시 공간으로 들어서는 입구의 한쪽 벽을 가득 채운다. 왼쪽 페이지에서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거대한 환기구다. 스위스 유라와 알프스산맥 곳곳을 관통하는 터널들의 숨통, 산맥의 산등에 마치 고래의 숨구멍처럼 뚫린 환기구들이다. 작가 아모저는 환기구 6개의 정확한 위치를 GPS 경로로 특정하고 컴퓨터 보조 카메라를 설치한 자동비행 드론을 띄워 각 환기구당 12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이를 다 전시할 순 없어 이 중 같은 환기구를 찍은 12개의 이미지 한 세트를 전시했다. 2개의 사진은 큰 사이즈로 확대되어 있고 10개는 작은 사이즈인데 모아 걸어둔 세트를 살펴보면 건물을 스캔하듯 촬영한 이 이미지들이 같은 경로, 같은 프로그램에 따라 생생됐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르게 왜곡되어 있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사진은 연장된 인간의 신체 기관이라는 새로운 본질을 갖게 됐어요. 그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작업이에요.” 해당 전시를 기획한 천경우 작가의 설명이다. 이는 천 작가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주제의식의 큰 축을 담당한다. “이미지 폭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이미지로 보는 공간과 실제 공간을 혼돈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주변 세계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 지나치게 이미지에 의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편향이 우리의 세계관과 시각 해석에 큰 영향을 주고 있죠. 이미지 의존 시대에 대한 질문과 경고를 사진예술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주 단순하고 쉽게 정리하자면, 이제 우리의 인식 저변에는 누군가가 ‘찍었다’고 말하는 모든 걸 의심해보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플로리안 아모저의 또 다른 작품 ‘Splicer’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스플라이서는 인간이 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들을 보는 도구로 사진을 활용해왔다는 사실, 그래서 이제는 사진 장치의 발달 자체가 인식 확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아래 사진은 금속으로 된 실린더 형태의 방열판을 특수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피사체와의 거리를 조절함에 따라 마치 유기체가 흐르는 듯한 굴곡과 파장이 드러난 이 사진의 길이는 4m에 달한다. 전시관에는 이 긴 사진이 천천히 돌아가는 롤러에 달려 있다. 새롭지 않은 질문이라도 다른 방식으로 던지면 새롭다. 어쩌면 그것 역시 비엔날레의 본령이 아닐까? “어떤 가치를 드러내는 새로운 방식을 소개하고, 주목받지 못했던 담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게 비엔날레의 가치 아닐까요?” 천 작가의 말이다.
‘아포레틱 스펙타클’ 설치 전경. 하나의 환기구를 촬영한 12개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아포레틱 스펙타클’ 설치 전경. 하나의 환기구를 촬영한 12개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플로리안 아모저의 ‘스플라이서’(2022) 설치 전경. 7m에 달하는 사진이 롤에 감겨 돌아간다.

플로리안 아모저의 ‘스플라이서’(2022) 설치 전경. 7m에 달하는 사진이 롤에 감겨 돌아간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플리곤에 전시된 모리 유코의 키네틱 작품 ‘I/O’ 설치 전경.

호랑가시나무 아트플리곤에 전시된 모리 유코의 키네틱 작품 ‘I/O’ 설치 전경.

scene 02 : 
모리 유코와 한강의 하얀 것들
 
소설가 한강의 산문 〈흰〉은 하얀 것들에 대한 상념과 작가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숨을 거둔 작가의 언니를 함께 떠올리는 이야기집이다. 전통적인 내러티브 구조와는 매우 멀리 떨어진 이 산문은 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인 채 출간되었으나 산문이라고 보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이 산문에서 작가는 아기를 감싼 하얀 강보와 하얀 배내옷과 하얀 달떡과 하얀 수의와, 온갖 흰 것들을 떠올린다. 가나가와현 출신의 설치미술가 모리 유코의 키네틱 작품 ‘I/O’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설치되어 있다. 들보에서 늘어진 하얗고 긴 종이들은 바닥에 닿아,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미세한 먼지와 잔해들을 쓸어 모으고 이는 센서를 통해 감지되어 마치 악보처럼 작동한다. 센서가 부스러기들을 감지하면 공간에 설치된 조명과 블라인드 등의 물체에 신호를 보내 켜고, 끄고, 내리고, 올리는 등의 동작을 반복한다. 태어나자마자 하얀 강보에 싸였고, 강보에 감싸이자마자 죽어 하얀 수의를 입어야 했던 한강의 언니. 한강이 산문 〈흰〉을 쓰지 않았다면 그녀에 대한 감상들은 작가의 마음속에서 흘러가 ‘기록된 적 없는 수많은 역사’로 남았을 것이다. 바닥에 조용히 내려앉은,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도 종이에 쓸리지 않았다면 기록된 적 없는 역사로 남았을 것이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은 원요한 선교사가 생전에 살던 집이다. 원요한은 존 T. 언더우드의 한국명이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이 있는 양림산 일대는 배유지, 오원 선교사가 학교와 병원을 세우기 전까지는 돌림병에 걸린 아이들의 시신을 버리던 풍장터였다. “아직도 밤에 호랑가시나무가 있는 쪽에서 아기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이강하 미술관의 학예실장 이선 씨가 말했다. “양림동 일대는 나병 환자들이 살던 곳이기도 했어요. 한때는 광주 시내에서 가장 낙후된 기피 지역이었던 셈이죠. 아픈 자들이 있는 곳에 선교사들이 자리를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에요. 집값이 싸니까 가난한 예술가들이 몰려든 것도 우연이 아니었고요. 언더우드 선교사는 그곳에서 병자들을 돌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홍차와 커피 문화를 전파하며 선교 활동을 펼쳤어요. 그곳에 한강의 〈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의미를 파생시킨다고 봐요.”
 

 
‘Untitled’, Quvianaqtuk Pudlat, 2022.

‘Untitled’, Quvianaqtuk Pudlat, 2022.

scene 03 :
이누이트 그림과 민중예술 
 
광주에서 보낸 첫날 밤, 한 펍에 들렀다가 옆자리에 앉은 손님과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40대로 보이는 그는 “그래도 광주비엔날레라고 하면 현대미술도 좋지만, 광주 사람들이 보고 위로를 받는 작품이 필요한 거 아니겠느냐”는 견해를 내비쳤다. 대학에서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은 세대에겐 참여주의 민중예술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거부감이 있다. 지나치게 직접적이고, 서술적이고, 설명적인 미술 작품들이 불편하다.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설명되는 작품, 하고 싶은 말이 지나치게 명확한 작품보다, 아트 그 자체가 말하게 하는 작품이 더 탁월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현재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전시 중인 작가 마이클 라코위츠와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말했다. “맞아요. 우리는 미술 작품은 이야기 없이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죠. 그런데 그건 미국 백인 중심주의의 조금은 폭력적인 미학론 같아요.” 이라크 출신 유대인인 라코위츠는 지난 2018년 ISIS가 폭파해 없애버린 옛 아시리아 궁전의 라마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현해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전시한 바 있다. 나는 당시 그의 작품에서 라마수 석상을 폭파한 ISIS나 라마수 석상을 훔쳐간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를 느끼지 않아 좋았다. 그것은 폭력의 내면을 까발리는 유머러스하고 지적인 경고였다. 이번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언의 전시 〈신화, 현실이 되다〉를 보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억압의 역사를 지닌 킨가이트 이누이트 선주민 커뮤니티가 그리고, 조각하고, 찍어내기 시작한 역사는 60년. 그 시간은 한 사람의 인생으로 보면 길지만, 서양미술의 거대한 역사 속에서는 부피도 길이도 없는 하나의 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뉴욕의 미술계를 휩쓸던 시대에 처음 시작됐으니 말이다. 이들의 그림은 직접적이고 단순하며 도상적이지만, 현대미술사를 전혀 알지 못해도 느낄 수 있는 유머와 온정이 배어 있었다. 또 비슷한 감정을 느낀 곳은 비엔날레 본관 2전시실에서였다. 길이가 2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판화들이 전시장 천장 아래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다. 도열한 관짝들, 꽃을 들고 싸우는 남자들, 높이 치솟은 저항의 상징이 익숙하지만 조금 낯선 그림체로 그려져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작가, 음악가, 사회활동가들이 모인 예술집단 ‘팡록 술랍’이 광주 출신 목판화 작가들의 작품들과 5.18의 역사를 기록한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고 그 시각언어를 나름의 방식으로 체화해 구현해낸 작품이다. 팡록 술랍이 소셜 메시지를 전파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매체가 판화라는 사실, 이들의 판화와 광주 민중예술의 판화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수단과 목적이 확실한 형태의 예술에 대한 마음가짐이 조금은 바뀌었다. 
‘Untitled’, Qavavau Manumie, 2022.

‘Untitled’, Qavavau Manumie, 2022.

‘Gwangju Blooming’, Pangrok Sulap, 2023.

‘Gwangju Blooming’, Pangrok Sulap, 2023.


 
고이즈미 메이로의 ‘삶의 극장’(2023) 설치 전경.

고이즈미 메이로의 ‘삶의 극장’(2023) 설치 전경.

scene 04 :
고려인들의 연극과 월곡동
 
“거기 가면 국수가 있는데, 겉보기엔 우리나라 잔치국수랑 똑같이 생겼어요. 어떻게든 조국의 잔치국수 모양을 만들어보려고 그랬겠죠. 그런데 생긴 건 잔치국수인데, 먹어보면 차가워요. 따듯한 국수가 아니라 냉면이더라고요.” 광주의 월곡동에 가보려 한다고 내가 말하자 바에서 만난 한 손님이 친절하게 말해줬다. 우리나라가 중국 동포와 고려인 동포(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들에게 문을 연 것은 2007년이다.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문취업비자 제도를 내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광주는 2013년 지자체 최초로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한 포용의 도시로, 광주시 월곡동에 대다수의 고려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요코하마 베이스의 일본 작가 고이즈미 메이로는 광주비엔날레의 커미션 작품을 위해 이 월곡동을 네 번 찾았다. 고이즈미는 우선 고려인의 역사와 월곡동 정착 시절에 대해 공부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식사했다.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마을에 있는 고려극장은 20세기 고려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역사적 공간이다. 고이즈미는 월곡동 고려인 마을의 청소년 15명을 데리고 광주 국립박물관에서 고려극장의 사진 기록물에 있는 연극 장면들을 재현하기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연기 선생이 15명의 아이들에게 걷기와 뛰기 등 아주 기본적인 동작부터 고려극장의 사진을 보고 상황을 연상해보는 과정까지 단계적으로 매우 세심하게 가르쳤다. 본관 제4전시실에 있는 ‘삶의 극장’은 이틀 동안 이어진 이 연극 워크숍 장면들을 3개의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인간에게는 러시아의 극작 이론가 니콜라이 예브레이노프가 말한 ‘연극적 충동’, 즉 일사의 의례와 놀이를 통해 자신의 환경과 정체성을 변형하고 싶은 충동이 있다. 메이로가 하고자 한 것은 이 청소년들이 각자가 당면한 역사의 무게와 현실을 배경으로 고려극장의 기록 사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연습하는 일이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의 땅에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 지금은 광주 월곡동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무척 필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메이로는 〈에스콰이어〉에 “아이들 중에는 전쟁으로부터 도망친 우크라이나 출신도 있었다”라며 “아이들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흘렸고, 그들이 하는 얘기는 지금까지 내가 뉴스를 통해 안다고 생각했던 전쟁의 실상보다 훨씬 심각했다”라고 전했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더라도 고이즈미 메이로의 ‘삶의 극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대단한 힘을 지녔다. 3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들이 중첩되는 양상은 마치 땅의 역사와 개인의 정체성이 얽히는 과정처럼 읽힌다.   
 

 
뮤직바 ‘포플레이’에서 음악을 틀기 위해 소스 창고를 뒤지고 있는 라의승 대표의 뒷모습.

뮤직바 ‘포플레이’에서 음악을 틀기 위해 소스 창고를 뒤지고 있는 라의승 대표의 뒷모습.

scene 05 :
광주의 밤
 
행정구역으로는 지금의 동구 광산동, 광주 사람들은 ‘구시청’이라고 부르는 밤거리에는 이상하게 뮤직바가 많다. ‘뮤직바’라는 것 자체가 매우 까다로운 카테고리다. 대략 준수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일관성 있는 취향과 퀄리티의 음악을 선곡하고, 아날로그 기기로 음악을 재생하는 술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신청곡이라면 다 틀어주는 곳은 뮤직바가 아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했을 때 하루 종일 퀸 스타일의 노래를 틀어주던 곳이나, ‘호텔 캘리포니아’ 분위기의 7080 흘러간 팝송을 틀어주는 곳은 지금 얘기하는 뮤직바에 들어가지 못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디제이를 맡은 사람이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다. 꽤나 까다로운 카테고리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의 구시청은 좁은 지역에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진짜배기 뮤직바가 밀도 있게 모여 있는 지역이다. “여기가 예전에 음악다방 천지였거든요. 그때 디제이를 하다가 뮤직바를 차리고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또 그 시절부터 이곳으로 음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이기도 하지요.” 또 다른 뮤직바에서 만난 손님의 설명이다. 원스 인 어 블루문은 이미 블로그 등을 통해 꽤나 유명해진 곳이다. 들어서자마자 JBL, 탄노이, 보스의 유명 스피커들과 맥킨토시 앰프가 눈에 들어온다. 포플레이는 같은 자리에서 26년을 지킨 터줏대감이다. 방대한 소스들을 보관하는 음원실이 따로 있을 정도. 마징가는 술과 음악과 온갖 취향에 진심인 곳이다. 광주에서 사흘을 보내며 낮에는 전시관을 돌아다니고, 밤에는 뮤직바에서 마셨다. 그때 들은 얘기가 바로 “현대미술도 좋지만, 광주 사람들이 보고 위로를 받는 그런 작품이 필요한 거 아니겠느냐”는 말이었다. 그때는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광주는 그런 도시가 아니라는 점을 안다. 박서보 예술상의 폐지 여부가 한창 도마 위에 올랐던 지난달, 바에서 만난 미술 관계자는 “광주는 그런 도시가 아니에요”라며 “박서보 씨가 광주랑 대체 무슨 상관이냐는 게 우리한텐 무척 중요한 사실이거든요. 40억원을 후원했다고 그걸 따지지 않고 넘어갈 순 없어요”라고 말했다. 결국 지난 10일,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측은 박서보 예술상 폐지를 결정했다. 광주란 그런 곳이고, 그래서 당신이 찾아야 하는 광주의 장면들 역시 다른 비엔날레와는 조금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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