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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아이브 가을이 가슴이 뛸 만큼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이름과는 무관하게 봄이 좋은, 조용하지만 허를 찌르는 웃음을 유발하는, ‘MZ’는 아니지만 ‘느좋’은 되고 싶은 아이브 가을과 봄의 문턱에서 나눈 대화.

프로필 by 박세회 2025.03.20
원피스 렉토.

원피스 렉토.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고 싶었어요.

내추럴한 콘셉트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라 오랜만에 즐거웠어요. 저라는 사람 자체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좋았고요. 콘셉트가 명확하면 연기가 조금 필요하잖아요. 오늘은 있는 그대로 하면 되니까 정말 편했어요. 결과물도 자연스럽게 잘 나올 것 같아요.

그래서 컬러 렌즈도 포기했죠.

브라운 톤의 렌즈를 껴봤는데 헤어와 메이크업을 해주시는 분들이 렌즈 안 낀 눈동자가 더 예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조금 어색하긴 했는데 콘셉트와 맞다면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문가들이잖아요.

자연스러움이 뭐라고 생각해요?

생각 없는 움직임이요.(웃음) 동작 하나를 하더라도 생각이나 신경을 쓰다 보면 인위적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거 아닐까요.

촬영을 다 마치고 나면 자정이 될 것 같은데. 낮과 밤, 언제 더 에너지가 넘치는 편인가요.

밤보다는 낮을 더 좋아해요. 날씨에 영향을 되게 많이 받아요. 어두컴컴한 것보다는 햇빛 받는 게 좋아서. 근데 밤이 되면 살짝 ‘캄’해져서 그게 좋은 영향을 끼칠 때도 있어요. 많은 것에 무던해져요.

기분이나 체력이 상황에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힘을 내요?

지금 힘들더라도 나중에 뭔가 보상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자는 마인드로 위안 삼아요. 뭘 미루거나 하는 편은 아니에요. 안무 레슨이 무한정 길어질 때나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정신을 다잡고 꾸역꾸역 해내요.

열심히 하면 그만큼 보상받을 거라는 믿음은 언제쯤 생긴 건가요.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을 때 사실 뭔가를 특출나게 잘하지 못했어요. 평가 때 안 좋은 얘기도 많이 듣고 더 ,더, 더 노력해야 한다는 평도 들었어요. 그래서 더, 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잡고 노력했더니 점점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힘들어도 열심히 하면 잘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믿었어요.

아이브의 다른 멤버들이 가을의 템포는 못 따라가겠다고 하던데요.(웃음) 가을이 느린 게 아니라 세상이 너무 빠른 건 아닌지.

다른 사람들보다 여유가 많은 편이라서 멤버들이 급하게 할 때 조금만 천천히 가보자고 중심을 잡게 돼요. 엄마는 성격이 되게 급한데 아빠는 안 그러세요. 가족 여행을 가도 계획을 안 세우고 가고 싶을 때 가고 먹고 싶을 때 먹는 느낌이에요. 생각해보니 아빠의 그런 점을 닮은 것 같아요. 다만 저는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하는데 빠듯하게 세우진 않아요. 계획이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시간 여유를 두는 거죠. 하나를 끝내자마자 바로 뭔가를 또 하는 걸 꺼려요.

가을만의 속도로 멤버들과 시간을 보낼 땐 무얼 하나요?

제가 요새 보드게임에 푹 빠져서 멤버들한테 같이 하자고 해요. 종류가 굉장히 많아서 하나를 하다가 질릴 때 즈음 새로운 걸 찾아서 계속 해보고 있어요. ‘사보타지’라고 마피아 게임처럼 심리전 게임이 제일 재미있어요. 활동으로 바쁠 때는 멤버들이 집중을 못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한 판만 하고 끝내요.

재킷, 셔츠, 스커트, 슈즈 모두 맥퀸.

재킷, 셔츠, 스커트, 슈즈 모두 맥퀸.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도 간결한 성격의 일부분이 읽히는 것 같았어요. 캡션이 거의 한 단어를 안 넘던데요.

맞아요. 소위 말하는 ‘MZ하다’는 느낌 있잖아요. 그게 저와 그렇게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서 밈이나 재미있는 글은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주변에서도 저를 또래보다 성숙하고 바른 느낌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 아이브 멤버들도 거의 밈을 잘 몰라요.(웃음) 그나마 레이가 밈이나 유행에 밝아서 저희에게 ‘밈 전도사’ 느낌으로 알려준답니다.

자체 콘텐츠에서도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법이 없더라고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감정을 굳이 드러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어요. 그나마 콘텐츠 촬영 때는 감정이 나오는 대로 둬요. 그게 재미니까요. 일상생활에서 있는 그대로 내 감정을 표출하면 주변에서 그 영향을 다 받아야 하니까 감추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표출하지 못한 마음들은 잘 풀어내고 있나요?

혼자 산책하면서 노래를 듣거나 책을 보면서 위안을 얻을 때가 많아요. 책을 통해 여러 상황을 보고 공감을 얻다 보면 마음이 한결 편해져요.

특히 추리소설을 좋아한다죠.

학교 다닐 때 휴대폰을 수거해 가니까 쉬는 시간에 딱히 할 게 없었어요. 그때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추리소설은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닫혀 있지 않고 반드시 반전이 있으니까 되게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가끔 책 속의 한 인물이 되어보기도 하고요.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언급해서 놀랐어요. 그게 언제 나온 책이지 싶어서.

추리소설에 빠지고 나서 검색을 해봤어요. 여러 곳에서 고전 명작이라고 추천하니까 믿고 읽었죠. 입증된 책은 이유가 있더라고요.

가을의 추천을 믿고 읽어볼 만한 책이 있을까요?

박소영 작가님의 <스노볼> 재밌어요. SF 요소가 들어간 추리인데 반전 요소가 엄청 많아요. 상상하는 묘미도 있고요. 사실 어릴 때부터 드라마를 잘 안 봤어요. 유행하는 드라마를 봐야 학교에서 친구들과 말이라도 나눌 텐데 그런 대화를 할 때면 혼자 어리둥절해했어요.(웃음) 또 고집이 있어서 끌리지 않으면 끝까지 안 봤고요. 확실히 활자를 이미지로 바꾸는 게 저한테는 더 흥미로운 일이에요.

독서가 주는 즐거움에 단단히 빠져 있군요.

작가들의 문체가 다 다르잖아요. 어떤 문장을 읽고 가슴이 뛸 만큼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이 너무 좋아요. 그걸 습득해 제 언어로 풀어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가사를 쓰는 게 목표여서 도움도 되고 좋은 점이 정말 많아요.

특히 아름답다고 느끼는 단어는 뭐가 있을까요?

봄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해요. 겨울 지나고 봄이 온다는 기정사실이 내포되어 있어서 따뜻하게 느껴져요. 졌던 꽃들이 다시 피어나는 이미지마저 아름답고 따뜻한 형태로 남아 있어요.

Credit

  • CONTRIBUTING EDITOR 박위령
  • PHOTOGRAPHER 주용균
  • STYLIST 이명선
  • HAIR 임안나
  • MAKEUP 장해인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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