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시몬 로샤가 서울을 찾은 이유

시몬 로샤의 10년간의 여정을 담은 책, 그리고 2025 S/S 시몬 로샤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서울을 찾은 그녀를 직접 만났다.

프로필 by 이하민 2025.04.08

이 책에는 시몬 로샤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런 커버 디자인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는 거 같기도 하다.

창문일 수도 있고 시몬 로샤의 세계로 이어지는 열쇠 구멍일 수도 있겠다. 그동안의 작업과 시몬 로샤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창구로 표현하고 싶었다. 또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가 찍은 이미지도 함께 보여주고 싶었고.

이 책은 친구와 가족, 프로젝트를 함께 한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모든 이야기와 작업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작업을 마무리할 즈음, 지난 10년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모든 이들이 떠올랐다. 팀은 물론이고, 스타일리스트이자 나의 동료 로비 스펜서(Robbie Spencer), 그리고 프로젝트를 함께 한 사람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특히 아끼는 페이지가 있나.

푸드 스타일리스트 라일라 고하(Laila Gohar)와 협업한 음식 작업물. 평소 좋아하던 그녀와 함께한 흥미로운 작업이라, 그 부분을 한국 독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매거진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만들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있을까?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시작하기 전엔 데이즈드와 보그에서 일했다. 사실 이 책도 데이즈드에서 인턴으로 일할 당시 에디터였던 이자벨라 벌리(Isabella Burley)와 함께 에디팅했다. 단순히 컬렉션을 기록하는 책이 아니라 컬렉션이 탄생하기까지의 영감과 비하인드 씬,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담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지와 텍스트가 하나의 큰 맥락을 이루도록 구성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협업 프로젝트를 정말 많이 했다. 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

존중. 서로의 정체성, 디자인, 기술력 그리고 생산 과정 등 모든 세세한 부분을 존중해야만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은 협업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장 폴 고티에 2024 S/S 쿠튀르 컬렉션에 게스트 디자이너로 참여했던 것.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가 그들의 히스토리를 탐구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흥미로웠다.

2023 S/S 컬렉션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맨즈웨어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맨즈웨어를 통해 어떤 걸 보여주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맨즈웨어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브랜드를 이끌면서 늘 중성적이면서도 재기 발랄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 성별의 경계를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뒤집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그래서 시몬 로샤의 맨즈웨어는 여성복을 디자인할 때 자문했던 질문들을 그대로 적용시켜 탄생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언젠가는 단독 맨즈웨어 컬렉션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최근 2025 F/W 컬렉션을 공개하며 남성 아이템도 10가지 정도 선보였다. 어느 정도 독립된 맨즈웨어 컬렉션이라 볼 수 있는데, 여성복의 연장선이 아닌 남성복만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니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정도로 남겨두고 싶다.

이번에 전시하는 2025 S/S 컬렉션 중 특별히 눈여겨볼 만한 룩이나 디테일이 있나. 어떤 기준으로 서울 전시 피스를 골랐는지 궁금하다.

재기 발랄한 피스를 우선적으로 선택했다. 극적이면서도 대조적인 인상을 주는 룩. 발레복 같은 투투는 드라마틱한 인상을, 페일 핑크 컬러의 드레스는 좀 더 익숙한 인상으로 변화를 줬다. 구조적인 실루엣을 이루는 드레스도 있고, 맞은편에는 카네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피스들도 있다. 특징적인 룩을 골랐기 때문에 디테일과 에피소드를 감상하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시몬 로샤 옷엔 늘 드라마틱한 디테일이 있다. 당신이 디렉팅한 영화나 무대 의상도 참 재밌을 것 같다. 만일 제작한다면, 어떤 장르가 좋을까?

실제로 작업 중이라 가까운 미래에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약간의 힌트를 주자면 어둡고 반전이 있는 장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당신의 일상도 궁금하다. 데일리 루틴이랄 것이 있나?

작업실까지 걸어가거나 자전거 타기.

패션을 제외하고, 당신을 사로잡는 것은?

꽃과 식물을 너무 좋아해서 가드닝에 관심이 정말 많다.

요즘 사고 싶은 것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 아스티에 드 빌라트 숍에 가면 없는 것이 없다. 기회가 된다면 서울 매장도 들렀다 가고 싶다.

당신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를 몇 명 꼽는다면?

세계적인 예술가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그녀의 작업물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2025 S/S 시몬 로샤 컬렉션 때 협업한 아일랜드 아티스트인 지니 피기스(Genieve Figgis). 그녀의 그림엔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팔로우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중에, 추천하고 싶은 계정이 있다면?

런던 베이스의 프로럴 아티스트 시몬 구츠(Simone Gooch)의 퓨라(@Fjura) 그리고 이번 북 작업을 같이 한 라일라 고하(Laila Gohar)의 라일라쿡스(@lailacooks). 두 계정 모두 흥미로운 작업들이 가득하다.



Credit

  • PHOTO 시몬 로샤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