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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주얼러 인터뷰 Part3: Bleue Burnham at BLEUE BURNHAM

고유한 빛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

프로필 by 김유진 2025.08.01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블루 번햄은 201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세우고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연결하는 디자인 철학과 대담한 컬러 스톤 세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정 채굴 혹은 리사이클링 금속, 랩 그로운 스톤 등 윤리적인 생산 방식을 도입해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최근 BFC/GQ 디자이너 패션 펀드 2025의 주얼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며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디자이너다.


브라이튼에서 태어나 지금은 런던에서 일하고 있다. 두 도시는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브라이튼은 내게 정말 특별한 도시다. 바다와 가까워 언제든 자연을 느낄 수 있었고, 기차로 한 시간이면 닿는 런던은 다양하고 생생한 문화의 보고였다. 어린 시절부터 두 도시가 주는 자유로움과 활기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면서 지금의 디자인과 작업 방식이 만들어진 것 같다.

비즈니스를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고 직접 브랜드를 만들게 됐나?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브랜드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꿈을 늘 품었다.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몸에 익혔지만, 사업은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전공으로 비즈니스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남성복 패션으로 시작했는데, 우연히 친구에게 주얼리 제작 기술을 배우면서 완전히 새로운 매력에 빠졌다. 그때부터 밤낮없이 연습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이름을 건 주얼리 브랜드가 탄생했다. 지금도 디자인과 비즈니스를 함께 고민하고 운영하는 과정이 즐겁다.

처음 만든 주얼리를 아직 기억하나? 그때 기분은 어땠나?

아직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 손으로 만든 첫 주얼리가 폴리싱을 거쳐 반짝이며 완성된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압도당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내가 만든 게 이렇게 빛날 수 있구나!’ 하는 벅찬 감동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 느꼈던 전율 덕분에 지금도 새로운 주얼리를 만들 때마다 늘 그때 같은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어 한다.

블루 번햄 주얼리만의 특징과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주얼리는 자연의 감각을 셈세하게 담아냈다.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의 에너지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끼길 바라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과거의 전통과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스타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더욱 긍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리사이클링 스털링 실버에 오벌 컷 사파이어와 옐로 사파이어를 세팅한 도싯 달리아 실버 블루 링.

리사이클링 스털링 실버에 오벌 컷 사파이어와 옐로 사파이어를 세팅한 도싯 달리아 실버 블루 링.

리사이클링 스털링 실버에 다양한 커팅의 사파이어를 세팅한 스프링 원더 브로치.

리사이클링 스털링 실버에 다양한 커팅의 사파이어를 세팅한 스프링 원더 브로치.

리사이클링 금속과 랩그로운 스톤을 쓰면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는데 과정이 궁금하다.

주얼리를 만들기 전, 의류 쪽에서는 공급망이 워낙 복잡해 지속 가능성을 현실화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주얼리는 비교적 작은 규모로 시작할 수 있어, 처음부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과 방식을 직접 세우고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이 달랐다. 예를 들어 지금은 모든 금속을 인증된 리사이클링 금속으로 사용하고, 광산에서 채굴하는 대신 실험실에서 만든 스톤을 주로 쓴다. 대표 스톤 중 하나인 사파이어도 채굴 대신 랩그로운 사파이어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광산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이나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줄이고, 더 투명한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소재의 출처와 제작 과정을 늘 꼼꼼히 살피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처만 선택한다. 협력 파트너들도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가공 공정을 점점 더 확대해 나가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이런 노력이 쌓여야 비로소 브랜드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작 과정에서 이런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만큼 완성된 주얼리를 착용하는 사람에게도 그 가치가 고스란히 전해질 거라고 믿는다.

꽃이 당신 작업에 중요한 영감의 원천인 듯하다. 특별히 좋아하는 꽃이 있나? 직접 정원도 가꾼다고 들었는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좋아하는 꽃은 정말 많고, 계절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해마다 기후 변화가 심해서 어떤 해에는 어떤 식물이 더 잘 자라기도 하고, 그 반대일 때도 있다. 그래서 정원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꽃이 피어 있는 동안 최대한 즐기고 가까이에서 만끽하려 한다. 영국에서는 3월과 4월의 수선화가 특히 아름답고, 그 무렵 벚꽃도 특별하다. 늦봄에는 양귀비와 작약, 여름이면 달리아와 장미를 비롯해 다양한 여름꽃들이 정원을 가득 채운다. 지금 내 정원에는 크로코스미아, 샐비어, 헬레니움, 스위트피가 한창 피어 있고, 곧 백합도 피어날 예정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 덕분에 늘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강렬한 색감을 자주 활용한다. 색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됐고, 발전해왔나?

옷을 통해 색을 다루는 걸 정말 좋아했다. 미니멀한 룩에 작은 포인트로 색을 넣거나 아예 색이 가득한 룩도 좋아했다. 처음 주얼리, 특히 남성 주얼리를 시작했을 때 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디자이너가 별로 없다는 게 아쉬웠다. 나는 패션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색을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는 게 익숙했는데, 남성 주얼리에서는 그런 시도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브랜드가 하는 일 중 하나는 하이 패션과 주얼리의 경계를 잇고, 색을 통해 새로운 감각과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주얼리는 옷에 색감을 더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무채색 옷을 입고 컬러풀한 반지나 펜던트, 팔찌를 하나 더하면 포인트가 되어 룩을 한층 살려주는 것처럼.

정사각형 스털링 실버 보디에 타원형 사파이어를, 타원형 보디에 직사각형 바게트 컷 사파이어를 세팅한 오퍼짓 블루 & 오렌지 실버 이어링.

정사각형 스털링 실버 보디에 타원형 사파이어를, 타원형 보디에 직사각형 바게트 컷 사파이어를 세팅한 오퍼짓 블루 & 오렌지 실버 이어링.

리사이클링 스털링 실버에 여섯 가지 컬러 사파이어를 세팅한 코티지 로즈 가든 시그넷 링.

리사이클링 스털링 실버에 여섯 가지 컬러 사파이어를 세팅한 코티지 로즈 가든 시그넷 링.

랩그로운 사파이어를 세팅한 로즈 가든 시그넷 블루 링.

랩그로운 사파이어를 세팅한 로즈 가든 시그넷 블루 링.

장인정신과 로컬 생산은 모두 블루 번햄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다.

우리 주얼리는 모두 숙련된 장인들의 손을 거친다. 팔찌는 이탈리아에서 제작하고, 나머지 제품은 전부 런던에서 생산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장인들과 협업하기에 전통적인 제작 기술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고 시제품을 수정하면서 아이디어를 바로 현실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단순한 기술과 숙련을 넘어, 제작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과 감정이 제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이런 과정 덕분에 주얼리에 담긴 이야기가 더 풍부해지고, 나와 장인 모두가 더 큰 애정을 가지고 작업에 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에너지가 착용자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

팜앤젤스, 구찌와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된 것인가? 과정이 궁금하다.

팜앤젤스와의 협업은 2019년, 스타일리스트인 친구가 팜앤젤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체스코 라가치(Francesco Ragazzi)와 함께 현장에 있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디렉터가 내 주얼리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협업으로 이어졌다. 그때 제작한 펜던트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좋아해준다. 구찌와의 협업 역시 특별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 시절 구찌로부터 연락을 받아 총 세 차례 컬렉션을 함께 선보였다. 첫 번째 컬렉션은 우리의 대표 디자인에 로마 시대 실제 주얼리의 디테일을 접목해 구찌의 이탈리아 유산을 담았고, 이후 두 번째와 세 번째 컬렉션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했다. 두 협업 모두 큰 반응을 얻었고, 개인적으로도 의미 깊은 프로젝트로 남아 있다.

2025 BFC/GQ 디자이너 패션 펀드를 수상한 걸 축하한다. 상을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

정말 벅차고 자랑스러웠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기쁨과 새로운 에너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주얼리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더 특별하다. 이 동력을 잘 살려서 더 재미있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

BFC/GQ 시상식에서 착용한 브로치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26 S/S 컬렉션의 일부로, 중앙에 큰 라피스 라줄리를 배치하고 그 주위를 5×4mm 오벌 컷 랩그로운 사파이어로 둘렀다. 라피스 라줄리는 깊고 선명한 파란색 덕분에 예부터 특별한 의미를 지닌 스톤으로 사랑받았는데, 이런 파란색이 상징하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온전히 담아내고 싶었다. 이번 브로치에도 그런 스토리를 담아 착용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존재감을 선사하고자 한다.

리사이클링 스털링 실버에 타원형, 원형, 바게트 컷 사파이어를 세팅한 스프링 블로섬 브로치.

리사이클링 스털링 실버에 타원형, 원형, 바게트 컷 사파이어를 세팅한 스프링 블로섬 브로치.

자연에 대한 사랑과 존중,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의 의미를 담은 블루 번햄 24A/W ‘IN HARMONY’ 캠페인.

자연에 대한 사랑과 존중,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의 의미를 담은 블루 번햄 24A/W ‘IN HARMONY’ 캠페인.

빈티지 주얼리를 수집한다고 들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할머니의 반지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돌아가신 뒤에 그 반지를 물려받았다. 오래된 반지였지만 형태와 디테일이 정말 아름다워서 이 특별한 이야기를 우리 브랜드 안에서 이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 반지를 그대로 몰드로 떠서 번햄 시그넷(Burnham Signet)을 만들었다. 원본 디자인의 멋을 최대한 살리되, 우리만의 디테일과 해석을 더해 새로운 형태로 완성했다. 지금도 그 반지는 내가 빈티지 주얼리를 수집하거나 디자인하는 데 큰 영감을 주는 소중한 시작점이 되고 있다.

주얼리를 만들지 않았다면 어떤 것을 디자인하거나 만들고 있었을까?

주얼리가 아니었다면 아마 패션 디자인이나 정원 디자인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의류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있었고, 1년 전에는 직접 ‘더들리 카피스(Dudley Coppice)’라는 이름의 의류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블루 번햄과 같은 철학을 공유하지만 방향성이 완전히 다른 브랜드로,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점점 반응을 얻고 있다. 정원 디자인 역시 나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자연과 식물을 돌보면서 얻는 아이디어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한다면, 분명 그 안에서 또 다른 창작을 이어가고 있었을 것 같다.

오늘은 어떤 주얼리를 착용했나?

로즈 가든 시그넷(Rose Garden Signet) 링 두 개를 착용했다. 로즈 가든 시그넷은 블루 번햄의 브랜드 초창기부터 이어져온 대표 디자인 중 하나로,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하나는 내 30번째 생일을 기념해 스스로에게 선물한 반지로,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제작했고 또 하나는 여러 색의 스톤을 다양한 컷으로 세공해 넣은 코티지 로즈 가든 시그넷(Cottage Rose Garden Signet)이다. 여기에 다이아몬드 세팅의 투 톤 롤렉스 데이트저스트를 함께 레이어드했다. 그리고 곧 출시될 오크 스템(Oak Stem) 브레이슬릿도 착용했는데, 이 제품은 7월 말 출시 예정이라 <에스콰이어> 지면에 공개하진 못했지만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이미 주변에서 반응이 좋아 나도 이번 컬렉션이 무척 기대된다.

한국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이다. 분더샵을 통해 한국에 진출한 뒤로 좋은 판매 실적과 함께 큰 관심을 확인했다.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한국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의 장인정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은 디자인과 창작에 대한 안목이 높은 시장이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의적 발전을 잘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것 같아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Credit

  • EDITOR Kim Yujin
  • ART DESIGNER Joo Jung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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