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주얼러 인터뷰 Part1: Jean Prounis at PROUNIS JEWELRY
고유한 빛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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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유산과 증조부모님의 유산, 그리고 자연의 유산. 진 프로니스는 본인의 삶 속에서 발견한 여러 유산들과 그에 대한 존경심으로 2017년 뉴욕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주얼리 브랜드를 만들었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을 법한 고대 유적 같은 외관의 주얼리는 22캐럿의 재활용 금과 윤리적으로 채취된 보석만을 사용한다. 이는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유산들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다. 그녀는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고찰한다고 했다. 이는 단순히 늘 같은 상태인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흠집과 흔적으로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것. 진 프로니스는 그게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사람도, 물건도.
당신의 주얼리는 색이 명확하다. 이런 생김새의 주얼리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나?
프로니스 주얼리는 증조부모님이 운영하던 만찬 클럽 ‘베르사유’의 사진들에서 시작됐다. 공간을 장식하고 있던 금빛 오브제와 우아한 분위기, 그리고 사진 속 사람들이 착용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옷과 장신구… 증조부모님이 남겨둔 사진들은 내게 고대 그리스의 유산을 떠오르게 했고, 그로 인해 금을 공부하다가 주얼리까지 만들게 됐다.
금을 공부했다는 게 무슨 말인가?
고대 그리스 유산을 들여다보니 자연스럽게 금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 어떻게 금은 변색되지도 않고 이렇게 오래도록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지 금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나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쉽게 변하지 않는 소중한 물건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게 주얼리라고 생각했고.
증조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그렇다. 증조부모님을 떠올리면 따뜻한 저녁 식사가 눈앞에 그려진다. 전통적인 식사 예절을 따라 정갈하게 놓인 각종 커틀러리, 반짝이는 그릇과 잔들, 오래된 스피커 박스에서 흘러나오는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그리고 훌륭한 대화. 코스 요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식탁은 항상 활기가 넘쳤다. 특히 나는 페인팅 작품들과 도자기, 아름다운 가구와 천사 조각상으로 가득 차 있는 할아버지의 서재를 좋아했다. 그가 좋아하던 고대 그리스의 문화를 다룬 서적과 꾸준하게 기록해온 가족 사진 보관함을 어린 시절부터 틈만 나면 들여다봤다. 식탁과 서재에서의 기억, 그가 남긴 책들은 오늘날까지 내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내가 그들에게 물려받은 가장 큰 유산은 따로 있다.
어떤 건가?
할아버지는 뼛속까지 기록광이자 수집광이었다. 두 사람의 연애 시절부터 어린 아버지의 사진, ‘베르사유’의 사진을 비롯해 순간의 감정을 적은 일기까지 본인 인생을 서재에 켜켜이 보관했다. 기억과 유산을 보존하고 후세에 남기려는 그의 헌신을 깊이 존경했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생물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언뜻 보기에 생물학과 주얼리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놀라운 연관성을 갖고 있다. 내가 처음 생물학에 끌렸던 이유는 ‘땜질’ 때문이었다. 생물학에는 프랑수아 야콥의 ‘진화적 땜질’이라는 이론이 있다. 그는 “진화는 서툰 땜장이가 수백만 년 동안 자신의 작품을 때마다 다시 만지고, 자르고, 길이를 늘리듯 서서히 일어난다”고 했다. 재미있지 않은가. 불완전함을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수없이 땜질을 하며 살고 있는 거다. 주얼리에 끌렸던 이유도 같다. 더욱 완벽한 빛을 만들기 위해 자연 상태의 원재료를 깎고 문지르고, 다시 다듬고… 하나의 주얼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십 시간의 진화적 땜질을 거쳐야만 한다.

2023년 보디와 협업한 컬렉션. 프로니스의 골드로 만든 꽃모양 단추를 사용했다.

프로니스 주얼리의 시그너처인 그린 토르말린을 사용한 펜던트. 오발 컷, 바게트 컷, 드롭 컷 그린 토르말린을 줄지어 세팅했다.
프로니스의 주얼리는 원석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그렇다. 나는 원석을 사랑한다. 원석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안에 작은 지구가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전부 다 다르게 생겼다. 붓으로 그린 것처럼 색도, 채도도, 문양도 제각각이다. 질 좋은 원석을 발견하면 그 원석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각도와 빛을 찾고 디자인에 녹인다.
가장 좋아하는 원석이 있나?
스타 사파이어. 안개가 자욱한 하늘을 연상케 하는 돌이다.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돌은 아니지만 특유의 은은한 분위기가 좋다. 인생에 늘 맑은 날만 있을 수 없듯 보석이라고 늘 반짝일 필요는 없으니까.
원석이 치유나 소원 성취처럼 영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당신도 원석에 그런 힘이 있다고 믿나?
나 역시 원석에 소원을 빌 때가 있다. 하지만 원석 그 자체에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힘은 원석을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거지. 원석의 에너지가 소원을 이뤄줄 거라는 믿음과 마음의 무게가 진짜 기적을 만들 수도 있는 거다.
프로니스 주얼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원석은 무엇인가?
녹색 투르말린. 빈티지한 색조가 우리의 골드와 완벽하게 어울린다.
무광의 22K 골드는 어떻게 당신의 시그너처가 됐나?
고대 그리스 유물 속 황금의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실험을 거쳤고, 지금의 미묘한 광채와 살아 있는 듯한 부드러운 질감을 완성할 수 있었다. 우리의 골드가 재미있는 이유는 그 아름다움이 착용하는 사람에 맞춰 변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착용자의 습관에 따라 제각기 다른 빛을 낸다. 박물관 쇼케이스 속 유물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나는 이 골드 덕에 우리의 주얼리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함께한 세월만큼의 흠집과 흔적으로 착용자의 역사가 되는 물건이었으면 한다.
어떤 주얼리가 좋은 주얼리라고 생각하나?
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프로니스의 주얼리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응집력이 있는 디자인과 명확한 의도다. 누구나 쉽게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망고 문스톤을 세팅한 캐노피 링.

그녀의 증조부모님이 운영하던 만찬 클럽 ‘베르사유’의 전경.

고대 조각상 헤르마를 본 뜬 반지에 로즈 컷 블랙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헤르마 링.
당신이 매일 작업하는 스튜디오는 어떤 모습인가?
늘 음악이 흐르는 곳. 음악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영감이다. 스포티파이에 ‘프로니스’를 검색하면 우리가 큐레이트하는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다. 공간의 향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스튜디오에는 자연을 상기시키는 우디한 향이 짙게 배어 있다. 지금 킨드레드 블랙과 함께 의식에서 영감을 얻은 향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만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하나 더. 팀원들을 위한 달콤한 디저트들이 절대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다.
베이킹도 좋아하지 않나?
그렇다. 최근에는 일이 너무 바빠 빵 구울 시간이 많지 않아서 새로운 디저트 맛집을 탐구하고 있다. 요즘 자주 가는 곳은 뉴욕의 슈퍼문 베이크 하우스. 놀라울 정도로 바삭하고 고소한 페이스트리를 만든다.
최근 당신을 행복하게 한 것은 무엇인가?
7월 초를 캘리포니아 빅서에서 보냈다. 하루 종일 해변에 누워 태양을 즐기다가 저녁에는 불을 피우고 다 같이 둘러앉아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매일을 보냈다. 레드우드 숲과 광활한 바위 절벽, 해 질 녘의 붉은 노을…. 자연의 힘을 내 안에 잔뜩 채워 왔다. 낮의 하늘이 흐린 편이었는데 그게 꼭 스타 사파이어 같더라. 휴가에서 돌아온 뒤로는 스타 사파이어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원석을 사용한 새 주얼리가 곧 나올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늘 어렵다. 내 모든 일상은 언제든 프로니스의 영감이 될 수 있기에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여행을 떠난다. 도심보다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생각을 비우고 해변에서 뒹굴거리거나 하이킹을 하며 온전히 자연과 소통하면 모든 게 재정비되는 것 같다. 그 에너지를 가지고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가면 새롭고 건강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들이 샘솟는다.
또 계획되어 있는 여행이 있나?
8월에는 포르투갈에 갈 예정이다. 리스본에서 시작해 알가르브로 내려가 서핑을 즐길 거다.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사암 동굴 베나길이 있는 곳이다.

할머니의 유품에서 영감을 얻은 로즈 투르말린 앤 블루 사파이어 이아이아 링.

할조그만 알갱이로 테두리를 감싸는 디테일 또한 프로니스의 시그너처 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 미노스 문명의 장신구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디테일을 구현한 것.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자연의 질감과 팔레트, 그 세계를 관찰하는 일. 훌륭한 스킨케어, 매일 기분에 따라 골라 쓰는 향수. 그리고 변치 않는 기억과 삶의 흔적들로부터 발견한 영감.
대중에게 프로니스 주얼리가 어떻게 보여졌으면 하나?
모든 사람이 우리의 바람대로 우리 브랜드를 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건 우리의 욕심이다. 지금은 프로니스 주얼리를 이렇게 봐주었으면 하는 기대보다는 우리의 색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브랜드의 진정성이 누군가에게는 가닿을 거라 믿는다.
프로니스 주얼리의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뉴욕 주얼리 신의 장인정신에 대한 헌신과 선조들이 남긴 유산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지금의 아름다운 순간을 짜깁기한 캔버스로 주얼리를 만드는 일. 과거, 현재, 미래가 점철된 작품, 시대를 초월해 오래 지속되는 의미 있는 주얼리를 만들고 싶다.
프로니스의 다음 챕터는?
한국 방문. 서울에서의 작은 전시나 팝업 이벤트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의 패션 신은 이미 미국 내에서 유명하다. 크고 작은 팝업 이벤트가 매일 열리는 곳이니까. 게다가 감도도 높다. 새로운 관객과 소통하고 새로운 도시를 탐험할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Credit
- EDITOR Sung Hayoung
- ART DESIGNER Joo Jung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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