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향으로 풀어내는 킬리안 파리의 창립자, 킬리안 헤네시
서울을 찾은 그가 전한 ‘엔젤스 셰어 온 더 록스’라는 또 한 편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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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IAN PARIS
2007년 킬리안 헤네시가 설립한 프랑스 향수 브랜드, 킬리안 파리. 세계적인 코냑 하우스 헤네시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드나들던 코냑 저장고에서 느낀 알코올의 단맛과 오크통에 숙성된 코냑의 향취에서 영감을 받아,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이고 관능적인 향을 창조해내고 있다.

좋은 향수를 결정하는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니크함일 수도 있고, 예산에 따라 얼마나 창의적인 향을 만들어내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향에 대한 깊은 지식과 용기다.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후각 영역에 도전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 그러나 그만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과감한 결정력이 핵심이라고 본다. 물론 양질의 재료도 필수이고. 좋은 재료로 만든 완전히 낯선 향,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향수다.
킬리안 파리의 독특함은 무엇인가?
첫째, 질 좋은 재료. 둘째는 독창성이다. 우리 향수는 비슷한 향을 떠올리기 어렵고, 카피 또한 매우 어렵다. 마지막은 지속가능성. 진정한 럭셔리는 영구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에코 럭스(Eco Luxe) 철학을 바탕으로 향수병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향수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
각 향수마다 고유한 여정이 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자주 가던 코냑 저장고에서 맡았던 향이 영감이 되기도 하고, 그림을 감상하다 떠오르거나 이스탄불에서 커피를 마시며, 또 벚꽃이 만개한 교토의 산책길을 거닐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신제품 ‘엔젤스 셰어 온 더 록스’의 탄생 배경에 대해 알려달라.
평소 아이스 온 더 록스로 코냑을 즐기던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된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늘 코냑을 스트레이트로 마셨지만, 나는 얼음을 넣어 마셨을 때 코냑의 본질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얼음 두 조각을 넣은 듯한 청량한 느낌을 구현하고자 기존의 엔젤스 쉐어 오 드 퍼퓸 버전에 시트러스한 향을 풍부하게 더했다. 베르가모트와 오렌지, 만다린, 자몽으로 칵테일의 활기찬 느낌을 표현했고, 여기에 샤넬 N°5에서 가장 먼저 쓰였던 알데하이드라는 인공 분자를 사용해 시원하고 상큼한 느낌이 극대화시켰다.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오래 시간 상상해온 향이라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보드카 온 더 록스, 애플 브랜디 온 더 록스, 이번 엔젤스 셰어 온 더 록스까지, 하나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보틀 디자인도 리쿼 컬렉션의 크리스털 잔 형태는 유지하되, 마치 얼음이 담긴 글라스에 서리가 낀 듯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반투명 마감 처리를 했다.
킬리안 파리의 향에서는 농밀함, 은밀한 유혹, 우아한 퇴폐 같은 표현이 떠오른다. 그래서 자연스레 낮보다는 밤의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당신에게 밤은 어떤 시간인가?
낮에는 주로 일을 하거나 공식적인 상황에 나를 맞추느라 바쁘다.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반면, 밤에는 내가 원하는 옷을 입고 강렬한 메이크업을 해보며 나다운 향을 선택할 수 있다. 조금 더 솔직한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순간, 나에게 밤은 바로 그런 시간이다.
서울의 밤은 어떤가? 킬리안 향수 중 서울의 밤을 가장 비슷하게 담을 수 있는 향수가 있다면 무엇일까?
2년 연속 방문한 서울이지만 아쉽게도 밤을 제대로 즐길 기회가 없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꼭 서울의 밤을 온전히 잘 느낀 후에 하고 싶다.
헤네시 코냑 이외에 좋아하는 술은 무엇인가?
올드 패션드. 향수로도 만들었는데, 스코틀랜드의 안개 낀 숲속 저택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다. 또 블러드 메리, 차갑게 즐기는 더티 마티니도 좋아하며, 보드카에 올리브오일을 섞어 마시는 것도 즐긴다. 주로 편안한 일상에서 가볍게 즐기는 술들이다.
평소 어떤 향을 즐겨 뿌리나? 나만의 루틴이 있나?
계절이나 그날의 패션, 전체적인 무드에 따라 선택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향수는 ‘엔젤스 셰어’다. 달콤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라 요즘 계절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
향수 외 제품군도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제품을 기대해봐도 될까?
물론이다. 현재는 보디 & 핸드 크림, 헤어미스트, 향이 나는 립스틱까지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향 제품이 나올 수도 있고, 특별한 공간에 쓰는 향이 될 수도 있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건 다음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 더 자세히 소개하고 싶다. 곧 20주년이 다가오니 그때 다시 불러주면 좋겠다.

Credit
- PHOTOGRAPHER 정철환
- ART DESIGNER 최지훈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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