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더 아름다운 국내 프리다이빙 스팟 4.
“바다의 시간은 한 계절 느리게 흐른다.” 프리다이버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공기가 선선해지는 9월에도 바닷속에는 열기가 남아 있고, 오히려 이때만큼 아름답고 고요한 바닷속을 자유롭게 누비기 좋은 때가 없다는 이야기. 네 명의 프리다이버에게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다이빙 포인트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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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깊고 짙은 블루, 울릉 쌍정초 & 딴바위
8~9월 울릉도의 수온은 23~25℃ 사이를 유지한다. 더구나 육지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탓에, 사람도 적고 자연환경도 거의 훼손되지 않았다. 이맘때쯤 울릉도 바다가 그리워지는 건 거의 불가항력이라는 뜻이다. 프리다이버라면 무조건 쌍정초에 가봐야 한다. 바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지형이라 수심이 깊어 아래로 내려갈수록 짙고 푸른색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해조류보다는 돌과 바위가 많은 구조라 음영도 또렷해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초심자가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코끼리바위 인근은 비교적 얕고 코끼리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있어 부담 없이 울릉도의 짙은 바다를 즐길 수 있다. 9월의 울릉도는 해양 생물들이 활발히 움직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쌍정초에서는 1m 가까이 되는 부시리 떼가 헤엄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나는 작년 딴바위에서 여섯 마리의 돌고래를 보기도 했다. 배를 타고 3시간을 넘게 가야만 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이지만, 당도해보면 그 고생이 전혀 아깝지 않다.
정초록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바다 속에 펼쳐지는 숲, 고성 공현진항 & 해맞이삼림욕장
바다는 공기보다 온도 변화에 천천히 반응한다. 그래서 여름내 뜨거운 햇살이 쌓인 바다는 지금 가장 따뜻하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도 내가 이때 강원도 고성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닷속에서 ‘숲’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감태나 다시마와 같은 갈조류가 자라 숲을 이룬다는 뜻이다. 덕분에 육지와 가까운 바닷속은 여느 푸른 바다와는 달리 청록빛으로 가득하다. 대체로 완만하지만 큰 바위들이 곳곳에 박혀 있고 낮은 절벽 포인트들도 있어 지형적으로도 재미있는 곳이다. 특히 7번 국도 해안선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공현진항과 백섬해상전망대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다이빙 포인트다. 아름다운 해조류 숲은 물론 백 번 다이빙하면 백 번 모두 물고기 떼를 마주칠 수 있다. 물이 맑아 시야도 좋고 근해는 수심이 3~5m 정도라 초보부터 베테랑 프리다이버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한 가지. 고성 바다가 선사하는 바닷속 풍경이란 아무리 겪어도 매번 입이 떡 벌어지기 마련이니, 바닷물을 먹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김한용 (패션 브랜드 대표)

시간을 거슬러 가는 다이빙, 통영 욕지도 덕동 & 도동 해변
프리다이빙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스포츠다. 파도가 심하거나 날씨 때문에 수온이 갑자기 낮아지는 날에는 어렵게 낸 휴가도 허탕이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통영 욕지도는 최적의 다이빙 포인트다. 욕지도의 바다는 파고가 낮아 물결이 잔잔하고 사람도 별로 없다. 대부분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은 깔끔한 시야를 제공해 통영 바닷속의 참모습을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모래보다는 수초로 덮인 큼직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풍경은 마치 고대 해저 유적을 보는 듯한 심상도 안긴다. 거친 절벽같이 특이한 지형도 한몫한다. 수심이 깊은 곳과 얕은 곳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프리다이빙뿐 아니라 수심 트레이닝(최대 50m)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바위 뒤에 숨어 벵에돔, 돌돔, 숭어 떼를 발견하거나 문어나 뿔소라를 직접 잡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주로 덕동 해변과 도동 해변으로 프리다이빙을 하러 간다. 욕지도는 다른 바다보다 수온이 더 높아 10월 중순까지도 물에 들어가기 좋다고 하니, 만약 이 기사를 다소 늦게 발견했다고 해도 한번 고려해보시길.
이정윤 (IT 업체 프로젝트 매니저)


수채로 그린 자연 정원, 제주 문섬 한개창
사실 제주는 사방이 다이빙 포인트다. 한 시간만 차를 타고 나가면 어디서든 바다를 볼 수 있으니까. 특히 가을 즈음 수많은 다이버가 제주를 찾는데, 이맘때 제주 바다가 유난히 따뜻하고 맑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파를 피해) 자동차 대신 배를 타고 문섬으로 간다. 특히 문섬의 한개창은 단골 스폿이다. 개창은 바다에서 섬 쪽으로 움푹 들어간 지형을 말한다.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파도의 영향을 덜 받아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한개창에는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암반 지형이 많아 단단한 암석에 붙어 자라는 홍조류가 많다. 형형색색의 해양 생물과 붉은 홍조류, 푸른 바닷물의 조화로 이곳의 가을 풍경은 국내 그 어느 곳보다도 화려하다. 돌산호와 말미잘들 사이사이를 헤엄치는 흰동가리를 찾았을 때의 기분은 경험해보기 전까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다이빙 후 제주로 돌아와 강정천에 들러 민물로 몸을 ‘해감’해주면 프리다이빙 코스가 끝난다. 바다 근처에 민물이 있다는 것은 제주만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런 다양한 매력에 홀려 나는 매년 제주를 찾는다. 올해의 문섬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남성열 (웹 개발자)
Credit
- PHOTO 정초록
- 김한용
- 이정윤
- 김진주(제주 한개창)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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