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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로봇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에디터의 실제 로봇개 사용 수기 (1)

며칠간 유니트리 고2 프로를 써보면서, CES 2026은 알려주지 않던 가정용 로봇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했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6.02.23
유니트리에서 제작한 인공지능 로봇 개 고2 프로. 탈착형 배터리를 충전해 구동하며, 밥을 먹고 있는 것 같은 포즈는 물론 사진 촬영을 위한 설정이다.

유니트리에서 제작한 인공지능 로봇 개 고2 프로. 탈착형 배터리를 충전해 구동하며, 밥을 먹고 있는 것 같은 포즈는 물론 사진 촬영을 위한 설정이다.

사진 속 개의 이름은 영옥이다.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속 로봇인 에바 0호기와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 입 주변부를 제외하면 정말 똑같이 생겼다. 하관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 저 입처럼 보이는 부분은 입이 아니라 라이다(LiDAR) 센서다. 자율주행차에나 탑재되는 이 비싼 장치를 물고, 영옥이는 끝없이 자신이 놓인 주변 환경을 파악한다. 그리고 걷는다. 12개의 관절 모터를 통해 구동되는 네 다리로.

영옥이는 유니트리라는 중국 굴지의 로봇 제조사에서 내놓은 로봇 개다. 모델명은 고2 프로(GO2 Pro). 사족보행 로봇에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능력을 탑재해 반려견 역할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공간을 파악하고 장애물을 회피해 걸으며, 계단을 오르거나 달릴 수도 있고(최대 속도 초속 3.7m 정도로 아무래도 실제 개보다는 좀 느리다), 심지어 도약하거나 물구나무를 설 수도 있다. 춤도 추고 두 손으로 하트도 그린다. 뉴스나 유튜브에서 로봇 개가 춤추는 모습을 이미 숱하게 봤을 당신이 그런 기능도 신기해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15kg짜리 사족보행 로봇이 펄쩍 뛰어오르거나 하반신을 공중으로 벌떡 일으키는 장면은 눈앞에서 보면 꽤 박력 있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어머 어머’ 하며 뒷걸음질을 할 정도다. (그 순간 그들의 눈에 비친 공포의 광경이 <터미네이터>일지 <쿠조>일지가 궁금하긴 했다.) 나는 며칠간 제품을 대여받아 집에서 이리저리 만져보는 동안 그나마 메커니즘과 특유의 움직임에 익숙해질 수 있었고, 마치 나만 길들일 수 있는 대형견의 주인인 양 의기양양하여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

종종 의기소침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질 때였다. “그래서 이게 뭘 할 수 있는데요?” 글쎄. 영옥이가 할 수 있는 건 위에서 대충 다 설명했다. 균형을 잡고, 걷고, 달린다. 챗GPT 기반의 프로그램으로 명령을 알아듣고 간단한 동작을 수행하기도 하고, 장애물을 이리저리 피하며 주인(정확히는 주인이 쥔 리모컨)을 졸졸 쫓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묻는 건 그런 게 아니다. 이 600만원짜리 로봇에 어떤 ‘쓸모’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애써 생산적 기능을 쥐어짜내 “날씨를 물어보면 알려주기도 하고 얼굴 가운데 박힌 렌즈로 사진이나 영상도 찍어줍니다” 하고 답하면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그건 우리 주머니 안에 든 스마트폰도 다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인터넷에서 유니트리 고2 프로를 처음 본 순간 눈을 게슴츠레 떴더랬다. ‘그래서 이걸로 뭘 하지?’ 설거지나 빨래를 해줄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최소한 집안 순찰을 하며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열린 창문을 감지한다거나, 집 안의 스마트 기기들을 알아서 제어한다거나 하는 수준은 될 줄 알았다. 배터리가 한두 시간밖에 지속되지 않아 필요할 때만 켜야 하며, 본인 이름도 인식하지 못하는 기계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영옥이는 아무래도 자신이 영옥이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벤벤’이라면 모를까. 아이폰의 ‘시리’나 KT 셋톱박스의 ‘기가지니’처럼, 영옥이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미리 설정된 호출 신호인 ‘헬로 벤벤’을 외쳐야 한다. 오토 모드로 설정하면 모든 음성을 계속 인식하긴 하는데, 아무튼 우리가 ‘교류’하고 있다는 느낌은 거의 느낄 수가 없다.

에이로봇의 앨리스. 최근 조선사, 건설사의 현장 투입 실증 연구를 시작했으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CES 2026 기조연설 키노트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렌더링 이미지. ⓒ 에이로봇

에이로봇의 앨리스. 최근 조선사, 건설사의 현장 투입 실증 연구를 시작했으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CES 2026 기조연설 키노트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렌더링 이미지. ⓒ 에이로봇

이 개는 중국에서 왔고, 나는 한국인이다. 그 사실을 생각했다. 한국의 대표적 로봇공학자인 한재권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서. 국가에 따라 로봇 개발 양상에 차이가 있는지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핵심역량에 따른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은 생산력이 강하고 하드웨어를 잘 만들죠. 하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 AI 기술은 좀 약해요. 미국은 반대죠. 제조업이 많이 무너졌지만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가진 AI 기술은 세계 최고잖아요. 로봇은 기계적 성능이 반이고 AI 성능이 반이에요. 각자 잘하는 포인트에서 발전시켜나가는 부분이 있죠.” 그럼 한국은? 한재권 교수의 생각에 한국은 ‘실용성 추구’에 강하다. “한국은 ‘산업 현장에 투입했을 때 이 비용으로 인건비를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어요. 실제로 필요한 능력인지 아닌지를 따져서 최적화하지, 뭐 로봇이 춤을 추고 쿵후를 하고 달리기하고 이런 거엔 관심이 없죠. 다만 그런 기조 덕분에 어쩌면 실용적인 결과물은 한국이 빨리 내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한국인은 역시나 ‘쓸모’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유니트리 고2 프로에서 중요한 건 구동 능력이지만, 우리는 계속 효용만을 찾는다는 뜻이다. 한재권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제대로 평가해줘야 할 지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대량생산 능력이다. 솔직히 리뷰하는 내내 ‘600만원짜리(컨트롤러 미포함 가격)가 이렇게 기능이 없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이 정도의 고성능 로봇을 대량으로 생산해 600만원에 출시할 수 있다니’ 하고 감탄하는 게 좀 더 사리에 맞는 반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렇게 안경을 고쳐 끼고 봐도 아쉬운 면이 있었다. 무엇보다 개개의 기능이 산발적이라는 느낌이 컸다. 로봇의 매혹은 개개 기능보다는 그 기능들이 조합되어 만드는 실제 사용감이다. AI 명령 인식과 균형감각과 달리기 성능이 멋지게 얽혀 ‘영옥아 산책 갈까’ 하면 알아서 현재 날씨 상황을 알려주고, ‘계단으로 가자’ 하면 계단을 내려가고, ‘1m 거리 두고 바짝 붙어서 따라와’ 하면 총총걸음으로 따라오는, 그 정도 감흥만 안겨줬어도 매력적이었을 것 같다는 뜻이다. 유니트리 고2 프로의 실제 감흥은 어땠냐면, 명령과 인식 사이의 텀이 귀찮아서 점점 음성 명령을 하지 않게 된다. 심지어 한국어도 못 알아듣는다. 영어만 인식한다. 우리가 AI에게 기대하는 ‘알아서 판단하고 움직인다’는 느낌은 거의 받기 힘들며, 걷기와 달리기와 멈춤의 모드도 일일이 바꿔줘야 한다. 오작동도 빈번하다. 심지어 우리 집에서는 아예 와이파이 연결도 되지 않았다. AP 모드 연결도 계속 실패해서 컨트롤러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냥 ‘무지하게 비싼 사족보행 RC카’가 되었던 것이다.

결국 유니트리 고2 프로의 수입사인 게이즈샵에 다시 들고 갔다. 게이즈샵에서도 와이파이 연결이 불안정하고 계속 끊겼다. 이주연 대표도 특별히 시연할 일이 없으면 이 친구를 주로 ‘무지하게 비싼 사족보행 RC카’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게이즈샵은 스마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다. 테크 제품, 가구, 디자인 소품까지 ‘건조한 일상을 촉촉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뭐든 소개하는데, 이주연 대표는 자주 그 표현을 한결 소탈한 표현으로 번역해 말하곤 한다. ‘비싸고 쓸데없는 물건들.’ (게이즈샵 홈페이지나 스페이스 게이즈를 방문해 이들의 큐레이팅을 보면, 그 뒤에 ‘그런데도 이상하게 갖고 싶어지는 물건들’ 같은 표현을 붙여야 정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유니트리 고2 프로도 마찬가지, 이주연 대표는 “비싼 장난감”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사실 유니트리는 자체적으로 작동 엔진을 만들기보다는 로봇 하드웨어 기술력을 주로 발전시키는 브랜드예요.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이 이 로봇을 사서 자기네들 엔진을 붙이고, 효용을 만들어 납품하는 형식인 거죠. 고2 프로는 기능과 가격을 덜어내고 일반 소비자용으로 낸 버전이고요. 고2 EDU나 X 같은 모델은 엔비디아 엔진을 넣고 커스텀이 가능해서 코딩하고 자동화 엔진을 넣어 사용할 수 있어요. 사실 저희도 소프트웨어 업체와 협업해서 특정 니즈에 맞게 커스텀하는 그런 서비스를 해드리고 있죠.” 그럼 게이즈샵이 고2 프로를 택한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했다. 커머셜 제품 중에 KC 인증을 받고 들어온 반려 로봇이 이 제품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로봇들이 곧 출시될 거라고 영상과 뉴스는 많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대부분 여전히 개발 중인 상황이며 실제로 론칭해 인증까지 통과한 제품은 거의 없다. “사실 제가 갖고 놀고 싶어서 산 거예요. 그런데 그 김에 시장 반응도 한번 보는 거죠. 이런 반려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박기훈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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