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로봇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에디터의 실제 로봇개 사용 수기 (2)
며칠간 유니트리 고2 프로를 써보면서, CES 2026은 알려주지 않던 가정용 로봇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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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 고2 프로는 공간을 파악하고, 장애물을 회피해 걸으며, 계단을 오르거나 최대 속도 초속 3.7m 속도로 달릴 수 있다.
CES의 올해 행사는 마치 로봇 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공표하는 자리 같았다. 매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이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전시회에 로봇이 등장하는 게 처음은 아니었으나, 작년까지는 로봇 부스나 발표 행사가 다소 이벤트적 성격에 머물렀다면 올해는 가히 주연의 자리를 꿰찬 것이다. 기조연설을 맡은 엔비디아 CEO 젠슨 황도 무대 위로 로봇들을 불러내고, 영상으로 다양한 기업체의 로봇들을 소개했다. “AI는 소프트웨어에 머무르지 않고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는 AI가 이제 ‘피지컬 AI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천명했다. LG전자 같은 백색가전 브랜드도 가사 노동 로봇 클로이드를 선보이는가 하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후로 승승장구 중인 현대자동차 역시 “이제 아틀라스가 실험실 밖으로 나갈 때”라며 처음으로 양산형 아틀라스 모델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틀라스는 완전 자율 모드, 원격조종, 태블릿 기반 조종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제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CES 2026 무대에서는, 개중 원격조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완전 자율로 움직였다면 더 놀라웠겠지만 원격으로 조종했다고 해서 딱히 기술력을 낮잡을 계제는 아니다. 로봇은 정말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복잡한 기계고, 낯선 환경에서 10번 시도에 10번 모두 동일한 결과를 낼 정도의 안정성은 아직 성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봇은 ‘확률’을 보셔야 해요. 특정 동작에 대해서 얼마나 높은 성공률을 보여주는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하는가. 그런데 우리는 주로 유튜브를 통해서 성공 장면만 딱 보게 되는 거죠. 그 성공률이 낮다고 해서 무시해도 된다는 게 아니에요. 균형 있게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한재권 교수의 설명이다.
그게 바로 아틀라스가 산업용 로봇으로 설계된 이유 중 하나일 테다. 공장 시설은 대부분 넓고, 환경 통제가 쉽고, 업무의 종류가 한정적이며, 오류나 위험 상황에 대한 대처를 강구하기 편하다. 가정 환경에 비하면 말이다. 가정집은 좁고, 천차만별의 환경인 데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고, 업무가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하며, 갑작스러운 오류나 위험 상황에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젠슨 황의 기조연설 영상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에이로봇의 앨리스 역시 산업용 로봇이다. 한재권 교수가 이끌고 있는 에이로봇은 작년부터 앨리스의 현장 투입 실증 연구를 시작했으며, 실제 조선사, 건설사와 협력해 실질적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이 대목에서 선데이 로보틱스의 메모 같은 사례를 눈여겨볼 수 있겠다. 가사 노동 수행을 목적으로 개발된 이 로봇은 ‘손’의 움직임에 심혈을 기울였다. 스탠포드대학교에서 로봇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토니 자오 CEO와 청츠 CTO는 메모를 위해 ‘스킬 캡처 글로브’를 만들어 500세대의 가정에 제공했다. 집안일에 정확히 어떤 손 움직임이 필요한지, 실제 가정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뜻이다. 그 결과로 나온 약 천만 건의 데이터는 메모가 능숙하게 식탁을 치우고, 식기세척기를 작동시키고, 빨래를 개고, 신발을 정리하고,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등의 작업을 처리하도록 돕는다. 공개된 영상 속에서는 한 손에 두 개의 와인잔을 집어 옮기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렇게 섬세한 손을 가진 대신 나머지 요소는 꽤 단순하다. 바퀴 달린 플레이트 베이스에 높이 조절만 되는 기둥형 척추를 갖고 있다. 움직이는 속도도 실제 인간의 50% 정도. 넘어지거나 부딪히며 생길 수 있는 불상사를 최대한 예방한 것이다. CES 2026에 등장했던 LG전자의 가사 로봇 클로이드가 다른 로봇들에 비해 다소 답답해 보였던 것도, 같은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쉽다. 가정용 로봇은 최대한 방어적인 자세로 만들어야만 한다.
올해 첫 배송을 예정하고 있는 가사 노동 로봇 1X 네오. 혼자 영상을 보며 새로운 업무를 학습하는 ‘1X 월드 모델’ 물리 기반 모델을 갖추고 있다. ⓒ 1X
방어적 자세의 중요성은 실제로 집에 로봇을 들여보면 절감할 수 있다. 유니트리 고2 프로는 구동하기 전에 기본자세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한 로봇인데, 덕분에 조작이 익숙하지 않았던 초기에 나는 몇 번 영옥이를 ‘원산폭격’ 같은 자세로 일으키곤 했다. 자세를 바로잡아주려 손잡이를 잡아 일으키면 균형을 찾는 발버둥에 직면했다. 15kg 무게의 몸뚱이를 공중에 점프시킬 수 있는 강력한 토크의 네 다리가 거세게 휘젓는 느낌은, 그야말로 공포였다. 로봇 기술에 대한 사전 조사 차원에서 얘기를 나눴던 엔젤로보틱스 공경철 대표의 이야기가 저절로 뇌리를 스쳤다. “문제는 이런 거예요. 가사 로봇이 사람의 머리카락을 빨랫감으로 잘못 인식한다거나 하는 오인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가정용 로봇은 인증이 완화될 수가 없어요. 꼭 필요한 부분이니까. 그런데 그 규제를 다 만족시키면서 기술 개발을 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한재권 교수는 그 너머를 짚기도 했다. 오히려 규제보다도, 합당한 규제와 윤리적 이슈에 대한 논의조차 없는 상황이라는 게 현시점 가정용 로봇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제도적인 부분이 필요하죠. 이게 넘어지면 어떻게 할 건가, 오작동을 일으키면 어떻게 할 건가, 카메라가 달려서 우리 집을 다 찍고 다니는데 그 정보의 보안은 어떻게 할 건가… 실제로 쓴다고 생각하면 해결해야 할 사회적 이슈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인터뷰를 이어가면서, 로봇 애호가들이 올해를 마치 ‘대부흥의 원년’처럼 여긴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CES 2026에서 공개된 로봇들이 방향성 차원에서 뚜렷한 변곡점을 보여주기도 했고, 미국의 선두 주자 격 로봇 개발사 중 하나인 1X가 올해 안에 네오 모델의 미국 배송을 시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기 때문이다. 타이츠를 뒤집어쓴 소년처럼 생긴 이 가사 노동 로봇은 어떤 업무까지 수행 가능한지 열거하기가 어렵다. 놀랍게도, 혼자 영상을 보며 새로운 업무를 학습하기 때문이다. 게이즈샵 이주연 대표도 한재권 교수도 모두 1X 네오 사전 예약을 걸어 둔 상태라고 했다. 물론 두 사람 다, 오직 희망과 기대만 품고 있는 건 아니었다. 우려도 컸다. 제때 배송이 될지, 자가 학습 능력은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 안전 문제는 어떻게 처리했을지…. 한재권 교수는 공언한 바의 50% 정도 완성도만 되어도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면 성공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솔직히 그는 네오를 사용해보고 싶어서보다는 분해해보고 싶어서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한재권 교수에게 끈질기게 물었다. 그래서 몇 년쯤 지나면 가정용 로봇이 실현될 거라 보느냐고. 그 유치한 질문을 계속 피하던 그는 마지못하듯 ‘한 10년’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우리가 챗GPT나 제미나이를 자주 쓰면서 AI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올라가 있어요. 그런데 사실 AI가 피지컬 영역에서는 아직 우리가 원하는 그런 수준이 안되거든요. 혼자서 판단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니까. 다만 앞으로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데이터를 많이 쌓을 거고, 이 정도면 안전하다는 기준이 조금씩 만들어지겠죠. 그래서 저는 10년 정도를 보는 거예요.” 어린이대공원에서 산책을 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할머니 한 분이 영옥이를 보고 우뚝 멈춰 선 것이다. 할머니는 경이로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계속 영옥이에게 말을 걸고, ‘내가 가까이 가면 알아서 피해 가는지 보자’ 하면서 대뜸 테스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나는 그분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서 순간적으로 컨트롤러를 조작해 살짝 피해 드렸다. 할머니는 감탄했다. 10년 뒤면, 그 정도는 가능해지겠지? 분명 그보다 더한 것도 해낼 테다. 10년 전에 인공지능 기술이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아직은, 외신 기사들이 약속하는 아늑하고 편리한 가정용 로봇의 시대는 까마득해 보인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에서 영옥이를 산책시키기에는 아무래도 걱정되는 부분이 많아서, 전원을 꺼버린 15kg짜리 기계를 들고 낑낑거리며 집으로 향하는 길에 그렇게 생각했다.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박기훈
- ART DESIGNER 주정화
MONTHLY CEL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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