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거 르쿨트르부터 파르미지아니까지. 간결한 다이얼에 하이엔드 기능을 갖춘 반전 매력의 시계 4
복잡한 인디케이터는 과감히 덜어내고, 하이엔드 메커니즘을 다이얼 너머에 은밀하게 담아낸 시계를 소개할게요.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하이엔드 컴플리케이션 시계들은 대개 자신의 복잡한 기능을 직설적으로 드러냅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시각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다이얼에 여러 개의 서브 다이얼을 얹거나, 아예 전면을 오픈워크 가공해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보여주곤 하죠. 하지만 진정한 자신감은 때론 심플함에서 나옵니다. 하이엔드 수준의 기술력을 품고도 겉으로는 단순한 타임온리 워치처럼 담백한 얼굴을 한 시계들이 있거든요. 스펙을 과시하지 않고, 오직 착용자만이 그 가치를 온전히 감상하도록 설계한 타임피스들이죠. 다이얼에 요소를 덜어내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케이스 뒷면이나 구조 속에 숨기며 시계의 본질에 다가선 모델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에 오히려 그 가치가 더 돋보이는 4개의 드레스 워치를 소개할게요.
H. 모저 앤 씨 - 엔데버 퍼페추얼 캘린더 스모크드 새먼
서브 다이얼을 과감히 생략하고 중앙의 핸즈로 월을 표시해, 퍼페추얼 캘린더 특유의 복잡함을 지워낸 스모크드 새먼 다이얼 / 이미지 출처: H. 모저 앤 씨
사파이어 케이스백을 통해 드러나는 핸드와인딩 칼리버 HMC 800. 윤년 인디케이터를 무브먼트 쪽으로 배치해 다이얼의 여백을 확보했다 / 이미지 출처: H. 모저 앤 씨
손목의 굴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밀착되는 유려한 케이스 라인과 고급스러운 가죽 스트랩의 조화가 돋보인다 / 이미지 출처: H. 모저 앤 씨
퍼페추얼 캘린더는 태생적으로 다이얼이 바쁠 수밖에 없는 컴플리케이션입니다. 윤년, 월, 일, 요일 등을 좁은 공간 안에 배치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H. 모저 앤 씨의 접근법은 결이 다릅니다. 다이얼 중심의 아주 작은 화살표 핸즈가 12개의 인덱스를 가리키며 '월'을 표시하고, 3시 방향에 날짜 창을 둔 것이 전부죠.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윤년 인디케이터는 무브먼트 쪽으로 넘겨 케이스백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스모크드 새먼이라 명명된 다이얼은 빛의 각도에 따라 초콜릿 빛에서 짙은 골드 톤까지 변하며, 세밀한 수직 브러시드 마감이 깊이감을 더합니다. 내부에 탑재된 핸드와인딩 칼리버 HMC 800은 구조적인 간결함 외에도 뚜렷한 장점이 있어요. 언제든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고 앞뒤 양방향으로 날짜를 조정할 수 있는 '플래시 캘린더' 시스템을 탑재해 세팅의 편의성을 높였죠.
예거 르쿨트르 - 리베르소 트리뷰트 미닛 리피터
수작업으로 새긴 발리콘 기요셰 패턴 위로 틸 블루 그랑 푀 에나멜을 올린 리베르소 트리뷰트 미닛 리피터의 전면 / 이미지 출처: 예거 르쿨트르
케이스를 뒤집으면 나타나는 정교한 오픈워크 다이얼. 슬라이더를 밀면 해머가 공을 타격하는 메커니즘을 감상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예거 르쿨트르
정장 소매 아래로 스켈레톤 뒷면을 드러내어 착용하면, 일상적인 워치가 하이컴플리케이션 피스로 탈바꿈한다 / 이미지 출처: 예거 르쿨트르
다이얼 자체를 뒤집는 리베르소의 설계는 반전 매력을 담아내기에 가장 이상적인 캔버스라 할 수 있죠. 리베르소 트리뷰트 미닛 리피터의 전면은 아플리케 인덱스와 도피네 핸즈만이 자리한 고전적인 드레스 워치의 형태를 띱니다. 수작업으로 정교하게 새긴 발리콘 기요셰 패턴 위로 영롱한 틸 블루 컬러의 그랑 푀 에나멜을 층층이 올린 전면 다이얼을 감상하다 케이스를 뒤집는 순간, 정교하게 오픈워크 처리된 뒷면과 마주하게 됩니다. 핑크 골드 소재의 브릿지와 기어들이 기하학적인 조화를 이루는 이 뒷면은 하이 워치메이킹의 진가를 드러내는 무대입니다. 측면의 슬라이더를 밀면 인하우스 칼리버 953이 구동하며 트레뷰셰 해머가 공을 타격해 시간, 15분 단위의 쿼터, 그리고 분을 타종 소리로 알려줘요. 케이스를 뒤집는 동작 하나로, 단정한 드레스 워치가 정교한 타종 메커니즘을 품은 하이컴플리케이션으로 완벽하게 얼굴을 바꾸는 것이죠.
로랑 페리에 - 그랜드 스포트 투르비용 퍼수트
5등급 티타늄 소재의 케이스와 일체형 브레이슬릿에 매끄러운 새먼 핑크 오팔린 다이얼을 매치했다 / 이미지 출처: 로랑 페리에
케이스백을 통해서 칼리버 LF619.01의 더블 밸런스 스프링 투르비용과 섬세한 피니싱을 감상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로랑 페리에
모터 레이싱의 공기역학적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은 케이스 라인은 44mm의 볼륨감 있는 크기에도 유려한 형태를 유지한다 / 이미지 출처: 로랑 페리에
모터 레이싱의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은 그랜드 스포트 라인에 하이엔드 기술력의 상징인 투르비용을 이식했습니다. 보통 투르비용을 탑재한 시계라면 6시 방향을 뚫어 1분마다 회전하는 케이지를 자랑스럽게 드러내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랜드 스포트 투르비용 퍼수트는 다이얼을 새먼 핑크 오팔린으로 온전히 덮어버렸습니다. 5등급 티타늄으로 가공된 44mm 케이스와 일체형 브레이슬릿은 볼륨감 있는 크기에도 가벼운 무게와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해요. 이 시계의 진짜 얼굴은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랑 페리에 특유의 유려한 브릿지와 대형 밸런스 휠, 그리고 80시간의 동력을 제공하는 더블 밸런스 스프링 투르비용 칼리버 LF619.01이 자리 잡고 있죠. GPHG 2023 투르비용 부문 수상작다운, 다분히 은밀하고 사치스러운 설계라 할 수 있습니다.
파르미지아니 - 톤다 PF 미니트 라트라팡테 아틱 로즈
평소에는 두 바늘이 포개져 투 핸즈처럼 보이다가, 푸셔를 누르면 숨겨진 로즈 골드 바늘이 드러나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는 아틱 로즈 다이얼 / 이미지 출처: 파르미지아니
기계식 카운트다운 기능을 품고도 두께를 최소화한 무브먼트. 마이크로 로터를 통합한 정교한 설계가 돋보인다 / 이미지 출처: 파르미지아니
지름 40mm의 절제된 스틸 케이스와 플래티넘 950 베젤의 조합은 포멀한 셔츠나 재킷 소매 아래에서 튀지 않고 우아하게 스며든다 / 이미지 출처: 파르미지아니
파르미지아니의 톤다 PF 컬렉션은 기존의 복잡한 기능을 비틀어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줍니다. 미니트 라트라팡테는 경과 시간을 측정하는 전통적인 크로노그래프가 아닌, 남은 시간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기계식 카운트다운 메커니즘을 채택했어요. 평소에는 로즈 골드와 로듐 도금된 두 개의 분침이 포개져 평범한 투 핸즈 시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8시나 10시 방향의 푸셔를 누르면 숨겨져 있던 로즈 골드 바늘이 각각 5분, 1분 단위로 전진하며 목표 시간을 설정하죠. 이후 로듐 분침이 시간에 따라 서서히 이동해 로즈 골드 분침과 다시 겹치면 카운트다운이 끝납니다. 차분한 아틱 로즈(Arctic Rose) 톤의 다이얼에 새겨진 미세한 그랑 도르주 기요셰 패턴 위에서 펼쳐지는 작동 과정은 무척이나 실용적이면서도 우아하죠. 복잡한 메커니즘을 이토록 단순명료하게 다듬어내는 솜씨에서 파르미지아니만의 묵직한 내공을 엿볼 수 있어요.
Credit
- EDITOR 손형명
- PHOTO 각 캡션 이미지
MONTHLY CELEB
#원터, #우도환, #이상이, #성시경, #박보검, #이종석, #정경호, #조나단앤더슨, #최혜선, #곽민경, #이유정, #김민지, #윤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