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시대, 낭만의 책 동굴 데이트 4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세계를 여행하다가 마음에 남은 한 문장을 건네는 것. 어쩌면 가장 오래가는 데이트는 그런 조용한 시간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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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도국제도서관 : 2025년 10월 개관한 신생 도서관. 아트홀, 북카페, 디지털존을 갖춘 8197㎡ 규모의 대형 공간
- 시흥 더숲 소전미술관 : 미술관과 책방, 브런치를 한 지붕 아래서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 남산도서관 : 역사 깊은 남산 언덕 위 도서관에서 북크닉 바구니를 빌려 야외 독서 피크닉 코스를 즐길 수 있다
- 속초 문우당서림 : 1984년 5평 동네 책방에서 시작해 40년을 이어온 속초 대표 서점
데이트 비용이 부담스러운 요즘입니다. 영화 티켓 두 장에 식사 한 끼, 커피 마시면 금세 10만 원이 됩니다. 하지만 꼭 돈을 많이 써야 좋은 데이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공간에 앉아 각자 다른 책을 읽고, 문득 마음에 남은 문장을 서로에게 건네는 시간. 의외로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은 그런 평범한 풍경 속에 숨어 있습니다. 입장료 없이, 혹은 커피 한 잔 값만으로도 반나절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조용히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오르는 곳들. 초여름의 낭만을 가득 채워줄 근사한 책 데이트 스폿 네 곳을 소개합니다.
송도 국제도서관
2025년 10월, 인천 송도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문을 열었습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약 2,480평 규모로 조성된 송도국제도서관입니다. 개관 직후 시민들 사이에서는 ‘인천의 별마당도서관’이라는 별명이 자연스럽게 붙었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죠. 높고 시원하게 뚫린 천장과 넓은 개방감, 자연광이 가득 들어오는 열람 공간은 여느 복합문화공간 못지않은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공간 설계입니다. 숲을 바라보는 창가 1인석부터 여럿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대형 테이블, 푹신한 소파 좌석까지 곳곳에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노트북 하나만 들고 와도 몇 시간은 거뜬히 머물 수 있는 환경이죠. 글을 쓰거나 영감을 찾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 같은 공간입니다. 도서관 내부에는 북카페와 디지털 갤러리, 아트홀, LED 미디어월, 온라인 콘텐츠 감상 공간까지 마련돼 있어 단순히 책을 읽는 곳 이상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현재 약 4만 4천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12만 권 규모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데이트 비용 부담 없이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이만한 장소도 드뭅니다. 다만 주차 공간이 49면으로 많지 않은 편이라 주말에는 대중교통 이용이 조금 더 편리할 수 있습니다.
주소: 인천 연수구 아카데미로 166
더숲 소전미술관
미술관에 책방이 있고, 책방 안에는 카페가 있습니다. 경기도 시흥 소래산 자락에 자리한 더숲 소전미술관 이야기입니다. 1996년 개관한 이곳은 극동그룹 창업주 고 김용산 회장이 평생 수집한 도자기와 회화, 조각 작품을 기반으로 운영되어 온 사립미술관입니다. 고려와 조선 시대 도자기를 비롯한 다양한 고미술품 약 5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1만여 점에 달하는 미술 관련 도서와 영상 자료도 함께 소장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는 카페와 북라운지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1층은 천장 가까이까지 이어지는 높은 책장과 책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2층에는 다다미 형식의 좌식 공간과 소래산을 바라볼 수 있는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의 매력은 속도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며 도자기 도록을 넘기고, 누군가는 창밖 나무 그림자를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이유죠. 빠르게 소비되는 공간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더숲 소전미술관은 오래 머물수록 더 좋아지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천천히 대화를 나누고 싶은 날, 혹은 각자의 책을 읽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 함께 해보세요.
주소: 경기도 시흥시 소래산길 41
서울 남산도서관
남산타워는 가봤지만 남산도서관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남산 하면 ‘전망대와 돈까스’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남산도서관은 서울에서 가장 낭만적인 공공도서관 중 하나입니다. 남산 중턱에 자리한 덕분에 창가에 앉으면 서울 도심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무들의 색과 도시의 풍경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이곳만의 매력입니다. 도서관 특유의 고요함 속에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책을 읽다가 문득 눈이 마주치는 순간. 생각보다 훨씬 따뜻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책을 읽은 뒤에는 남산 산책길을 따라 걸어보세요. 녹음이 짙어지는 초여름에는 숲길 자체가 데이트 코스가 됩니다. 카페보다 조용하고, 피크닉보다 편안한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주소: 서울 용산구 소월로 109
속초 문우당서림
속초 여행 중에도 책 데이트가 가능합니다. 오히려 바다 여행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일지도 모르죠. 1984년 스물다섯 살의 이민호 대표가 5평 규모의 작은 서점으로 시작한 문우당서림은 어느덧 속초를 대표하는 문화 공간이 되었습니다. 약 4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며 동네 사람들과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입니다. 문우당서림이 특별한 이유는 큐레이션에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만 진열하는 대신, 독립출판물과 지역 서적, 예술 분야 도서를 폭넓게 소개합니다. 같은 책도 출판사별로 함께 진열해 두어 판본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고요. 무엇보다 이곳에는 동네 서점만이 줄 수 있는 온기가 있습니다. 책을 구매하면 문우당만의 스티커 태그를 직접 고를 수 있는데, 서점이 오랜 시간 쌓아온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작은 기념품 역할을 합니다. 속초중앙시장과도 가까워 닭강정과 술빵으로 배를 채운 뒤 천천히 들러보기 좋습니다. 바다를 보고, 시장을 걷고, 마지막으로 책방에 들러 하루를 정리하는 코스. 속초를 가장 속초답게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요?
주소: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 45
Credit
- EDITOR 박은아
- PHOTO 각 이미지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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