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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가볼 만한 곳, 전시와 독립서점 산책 코스 3

새로 문을 연 에이랜드 2nd PAGE, 다시 돌아온 유어마인드, 오래된 주택을 복원한 연희정음까지. 연희동에서 하루를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

프로필 by 안현진 2026.05.27
연희동을 걷는 세 가지 이유
  • 에이랜드 2nd PAGE: 4월 30일 오픈, 구옥을 개조한 공간에서 만나는 작가 전시와 독립출판 서점
  • 유어마인드: 9년 만에 새 자리로 옮겨 다시 문을 연 연희동의 대표 독립서점
  • 연희정음: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옛 주택을 복원해 전시와 공연, 카페를 함께 품은 복합문화공간

연희동을 걷는 하루

성수동에 가면 줄을 서야 한다. 한남동에 가면 무언가를 사야 할 것 같다. 연희동은 조금 다르다.


담벼락 너머로 계절이 바뀌고, 오래된 구옥이 여전히 골목의 결을 지키는 이 동네는 빠르게 소비되는 트렌드보다 머무는 시간에 끌리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홍제천 수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도심 한복판에서 물소리가 들리고, 연희숲속쉼터에서는 아름드리 벚나무 아래를 지난다. 따로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연희동 동네산책 자체가 하루의 이유가 된다.




1. 에이랜드 2nd PAGE | 구옥에서 만나는 작가 전시


빠르게 확장하던 브랜드가 연희동에서 속도를 늦췄다.


에이랜드 세컨페이지 전경 / 이미지 출처: 에이랜드 세컨페이지 공식 인스타그램

에이랜드 세컨페이지 전경 / 이미지 출처: 에이랜드 세컨페이지 공식 인스타그램

많은 브랜드가 성수와 한남으로 향하는 흐름 속에서, 에이랜드는 연희동을 선택했다.

2026년 4월 30일 문을 연 ALAND 2nd PAGE는 20년간 빠르게, 넓게 브랜드를 소개해온 에이랜드가 이번엔 느리게, 깊게 문화를 이야기하기로 한 공간이다. 구옥을 개조한 이곳은 새로 지은 매장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


오래된 주택의 구조와 마당, 방과 방 사이의 동선을 살린 채 옷과 가구, 책과 작품을 들였다. 공간은 세 개의 방으로 나뉜다. 매달 한 명의 작가를 소개하는 작가의 방, 제주 기반의 유럽 빈티지 숍 그런마인드가 함께한 시간의 방, 그리고 매달 하나의 브랜드를 온전히 소개하는 브랜드의 방이 차례로 이어진다.


오픈과 함께한 첫 번째 작가는 김수정으로, 일상의 장면을 조용히 담아낸 작품들이 구옥의 분위기를 한층 더 짙게 만든다. 김수정 작가의 전시는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공간 한편에는 현대미술과 그래픽디자인, 독립출판물을 소개해온 더북소사이어티가 자리를 잡았다. 전시를 보고 책 한 권을 고르는 것까지, 연희동에서 보내는 하루의 첫 번째 목적지로 손색이 없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길 42

시간: 매일 11:00 - 20:00



연희동 골목을 걷는 시간

에이랜드 2nd PAGE를 나오면 잠시 골목을 걷자. 연희동은 작은 골목 사이로 카페와 소품샵, 갤러리가 숨어 있는 동네다. 화려한 간판 대신 아기자기한 돌출 사인들이 거리의 결을 지키고, 오래된 구옥과 새로 들어선 가게들이 어색하지 않게 어울린다.


사러가 쇼핑센터 / 이미지 출처: 사러가 쇼핑센터 네이버 플레이스

사러가 쇼핑센터 / 이미지 출처: 사러가 쇼핑센터 네이버 플레이스

사러가쇼핑센터 일대의 연희맛로에는 40년 넘은 피터팬제과점부터 4대째 이어지는 독일빵집, 새로 문을 연 디저트 가게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길을 가다 마음에 드는 카페가 보이면 들어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골목을 걷는다.


식사를 하기엔 좀 그렇고, 배는 조금 출출하다면 연희동 명물 연희김밥이 최선의 선택이 된다. 연희동 일대에만 본점을 포함하여 총 3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맛을 방증한다.


연희김밥 / 이미지 출처: 연희김밥 네이버 플레이스

연희김밥 / 이미지 출처: 연희김밥 네이버 플레이스

연희김밥을 사서 놀이터 벤치에서 먹으며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는 것은 이 동네 로컬의 루틴 중 하나. 연희동 동네산책의 묘미는 이런 무목적성에 있다.




2. 유어마인드 | 9년의 자리를 떠나 다시 시작한 독립서점


연희동의 대표 독립서점, 새 공간에서 다시 문을 열다


유어마인드 / 이미지 출처: 유어마인드 네이버 플레이스

유어마인드 / 이미지 출처: 유어마인드 네이버 플레이스

유어마인드는 2009년에 시작한 독립서점으로, 2017년부터 연희동 한자리를 지켜왔다. 상업적인 큐레이션보다 개인의 취향과 시선을 밀도 있게 드러내는 책을 소개해온 공간으로, 연희동을 찾는 이들에게는 목적지가 되기도 아무 이유 없이 들르게 되는 경유지가 되기도 했다.


2026년 2월, 약 9년의 시간을 끝으로 기존 공간에서의 영업을 마무리한 유어마인드는 두 달 뒤 연희동 경교빌딩 3층에 새 서재를 열었다.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공간이지만, 목재 소재의 인테리어와 창 너머로 보이는 나무 한 그루가 예전의 소담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독립출판물과 아트북을 중심으로 굿즈와 음반까지 함께 갖춘 유어마인드는 연희동 산책의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는 공간이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22 302호

시간: 13:00 – 20:00 (화요일 휴무)




3. 연희정음 | 김중업의 집을 되살린 복합문화공간


한국 현대건축의 흔적 위에 새로 문을 연 연희동 문화공간


연희정음 / 이미지 출처: 연희정음 공식 홈페이지

연희정음 / 이미지 출처: 연희정음 공식 홈페이지

유어마인드를 나와 조금 더 걷다 보면 연희정음에 닿는다. 조금 더 건축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곳인 연희정음은 한국 현대건축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이 1984년 설계한 장석웅 주택을 복원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한때 단독주택으로 쓰였고, 이후 카페와 주점 등으로 용도가 바뀌며 여러 시간을 통과한 건물은 2025년 다시 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붉은 벽돌 외관과 곡선형 구조,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오래된 주택이 지닌 시간의 결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하에는 카페와 편집숍, 디자인 스튜디오가 자리하고, 1·2층은 문화복합 공간, 3층은 전시와 세미나, 공연이 가능한 라이브홀로 운영된다. 연희정음은 연희동 산책의 결을 조금 더 깊게 만들어주는 장소다. 예쁜 가게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한 건축가의 흔적과 오늘의 문화가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17-3

시간: 11:00 – 6:00 (월요일 휴무, 주말 1시간 연장 영업)



글을 마치며

연희동은 서울에서 가장 느린 속도로 걷기 좋은 동네다.

에이랜드 2nd PAGE에서 전시를 보고, 골목을 따라 걷다, 유어마인드에서 책 한 권을 고르고, 연희정음에서 오래된 건축이 품은 시간을 만나는 하루. 로컬취미를 찾는 사람에게 연희동은 그 자체로 충분한 목적지가 된다.

ESQUIRE CLUB MEMBER
안현진
콘텐츠 기획자 겸 찻집 알바
찻집에서 일하며 글을 짓고 콘텐츠를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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