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하우스하다부터 토오베, 차차이테까지 새로운 차 문화를 보여주는 티룸 [2]
제각각 방식으로 동시대와 소통하는 차 문화를 품은 서울의 티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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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토오베는 차를 빙수, 위스키와 함께 즐기는 등 좀 더 폭넓은 음용법을 제시한다.
토오베 역시 한중일의 차 문화를 유기적으로 조합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전달해 온 서울의 티룸 중 하나다. 다만 방문객이 느낄 수 있는 감흥에는 꽤 큰 차이가 있다. 티하우스하다의 경우 김민아 대표가 일본에서 배운 다도의 정신성을 기반으로 한다면, 토오베는 이세희 대표가 중국에서 지내며 경험한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차는 그냥 생활이에요. 집에서도 마시고, 식당에서도 마시고, 보온병에 넣어 다니면서 마시잖아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찻집이 있고, 문턱이라는 게 아예 없어요. 그러니 중국에서 차 공부를 하면서 그때만 해도 약간은 클리셰적인 요소들이 많고 장벽이 높았던 한국의 차 문화가 많이 생각났죠. ‘맛있는 차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왜 그렇게 없었을까?’ 우리도 좀 더 일상적으로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토오베 1호점, 2호점의 형태로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년 6월에 오픈한 2호점 아케이드 토오베는 이름처럼 서울시청 인근 지하상가의 아케이드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다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서기는 어려운, 미리 좌표를 찍고 찾아와도 길을 헤매기 십상인 이 공간이 이세희 대표는 마음에 꼭 들었다고 했다. 서울 한복판에 아직도 이런 공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크게 와닿았다고. 빠르게 개발되고 변해가는 서울 안에서 1990년대의 풍경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티룸을 오픈한 것이라고 했다. 본래 그 자리에 있었던 ‘금문 양복점’의 붉은 카펫을 비롯해 지난 시대 서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들로 내부를 꾸민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리고 그 노력에는 예상치 못한 결과도 따랐다. “손님 중에 중국 분들이 많아요. 사실 저희가 소개하는 차가 대만, 중국 차 위주이기 때문에 의아한 부분은 있죠. ‘중국 본토 분들이 서울까지 와서 왜 굳이 중국차를 마시러 오시는 걸까?’ 물론 저희야 감사한 부분이지만요.” 차를 마신다는 경험에는 차의 원산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방증처럼 들렸다. 토오베는 올 여름 3호점도 오픈할 예정으로, 이번에는 한강이 내다보이는 공간에 ‘2000년대 초반의 서울’을 담아낼 예정이라고 했다.
시청역 인근 지하상가에 위치한 아케이드 토오베. 장소성을 기반으로 1980, 90년대 서울의 정취를 살렸다.
아케이드 토오베는 대만 우롱차를 중심으로 대만, 중국에서 공수한 양질의 차를 소개하고 있다.
1호점인 토오베는 손님이 직접 차를 우려 마실 수 있도록 제공하는 반면 2호점 아케이드 토오베는 바쁜 직장인이 많은 상권을 고려해 차를 내려준다.
물론 아케이드 토오베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입지나 인테리어만이 아니다. ‘허들이 낮은 티룸’이라는 측면도 중요했지만,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는’이라는 측면도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토오베라는 이름부터가 ‘특별한(特別)’이라는 뜻이다.) 아케이드 토오베는 대만차를 메인으로 대만, 중국의 좋은 차를 소개하고 있다. 종류가 다채롭고 향을 즐기기 좋은 우롱차가 중심이며, 다양한 취향을 위해 약발효차인 백차와 완전발효차인 홍차도 갖추고 있다. 빙수를 비롯한 디저트 메뉴도 유명하다. 백아차 시럽으로 만든 하이볼도 있고, 차에 곁들일 수 있는 위스키 메뉴도 여럿 갖추고 있다. 모두 이세희 대표가 실제로 즐기는 차 음용법에서 비롯된 메뉴다. “저희는 완고하고 경색된 분위기가 좀 싫었던 것 같아요. 한창 차를 공부할 때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도 들어가 보게 되잖아요. 거기 보면 꼭 ‘이게 진짜고 그건 가짜다’ 갈라서 정답이 있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은 저희와 맞지 않더라고요.” 이세희 대표의 말에 잠깐 움찔했던 건, 그런 이분법적 고정관념을 품고 있었던 건 에디터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크래프트 티 페스티벌의 대만 진미다원 부스에서 차 목테일(mocktail)을 맛봤을 때. 금훤 우롱차를 베이스로 솔잎, 금은화, 사과 껍질을 곁들인 음료는 차향이 맑게 퍼지는 가운데 싱그럽고 달콤하니 맛있기는 했으나, 작은 의문이 들었다. 이것도 ‘동시대 차 문화’의 한 갈래라고 볼 수 있을지. 혹은 단순한 이벤트성 메뉴라고 봐야 할지. 그건 보안여관 최성우 대표처럼 차를 오래 공부한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질문이라고 했다. “차의 경전이라고 불리는 육우 선생의 <다경>은 이렇게 경계를 지어요. 차 나무에서 딴 찻잎으로 만든 것 외의 것은 차라고 부르면 안 된다. 다른 뭔가를 추가하면 안 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인데, 좀 교조적이죠. 저는 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것이 과거의 정의였다면 미래의 차는 뭐가 될지 궁금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3년 전에 챗지피티를 처음 써볼 때 가장 먼저 물어본 게 그거였어요. ‘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답은 이래요. ‘이전까지는 차 나무의 찻잎으로 우린 것만을 차라고 불렀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식물의 잎과 뿌리와 열매를 덖거나 쪄서 만드는 모든 것을 차라고 부를 것이다.’” 최성우 대표는 답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본인이 조심스레 품어온 생각과 놀랍도록 일치했기 때문이다. “현대 문화 전반의 경향이지만, 차 문화에도 포스트모던 기조가 오는 거죠. 지난 시대 민족주의적 사고에서 종 다양성에 대한 생각으로 넘어온 것처럼, 차 문화도 사람이 자연을 몸에 받아들인다는 그 원형적 태도를 남기고 점점 더 경계가 흐려지면서 다양한 것들이 등장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차차이테의 명물인 계절 파르페와 잭살 블렌드. 맡김 차 차림에 추가하거나, 자리가 남았을 때 워크인으로 들어온 경우에만 주문할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사실 차차이테의 정체가 티룸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식적인 분류는 ‘차 과자점’이며, 하루에 네 번 맡김 차 차림 세션을 운영하는 작은 티룸은 메뉴 연구개발을 위한 R&D 공간이다. 차차이테와 콘디토리 오븐, 카라멜리에 오까지 3개의 디저트 브랜드를 운영하는 스위트에디션에서 고객의 반응을 테스트하기 위해 운영하는 일종의 랩이라는 뜻이다. “저희는 ‘차 과자를 만드는 곳’이라고 계속 말씀을 드려요. 제가 워낙 차를 좋아하기도 하고 차 메뉴는 하동 호중거와 티에리스 정다형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구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차 전문가는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 실수를 좀 해도 너그럽게 봐주는 부분이 있죠.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전문가가 아니라는 단서로 좀 더 실험하고,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이소영 대표는 차차이테 티룸은 사실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그 ‘실험’과 ‘시도’가 더 본질에 가깝다는 뜻이다.
이소영 대표와 30여 분 차담을 나누며 느낀 건, 그녀가 한사코 차차이테를 다과 브랜드로 한정하려는 데에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차차이테 같은 흥미로운 시도를 하는 브랜드가 중심부에서 거론되기에는 아직 차 문화의 기둥이 여물지 않았다는 인식 같은 것. ‘차 문화의 르네상스’라는 표현 앞에서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린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되려면 차가 어떤 것이라는 이미지를 어렵지 않게 전해줄 대중적 브랜드가 하나쯤은 나와야 한다고 봐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차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줄 브랜드요.” 물론 그건 어려운 일이다. 차 문화의 정신적 가치를 온전히 지키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차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고, 요식업 컨설팅 기업을 오래도록 운영해 온 그녀도 선선히 인정했다. 하지만 분명 기회 요인도 있다. “유행이 장기적 트렌드가 되려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어야 해요.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런데 요즘 보면 실제로 사람들이 빠르게 바뀌고 있잖아요. 술도 잘 안 마시고, 카페인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러닝을 하고. 러닝에 빠져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서려면 밤에 일찍 자야 할 것 아니에요. 그러면 커피를 피하게 되는 거죠.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났어요. 그건 차 산업계가 아무리 노력하고 잘 한다고 해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는 거죠.” →
차차이테의 티룸 전경. 메뉴 구성과 마찬가지로 소박한 듯 요소 하나하나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다.
차차이테의 맡김 차 차림. 위부터 홍천 카모마일과 영귤 젤리, 차차이테 잭살 블렌드와 모나카 플로랑탱•라즈베리 바닐라 브루드네쥬•피스타치오 쿠키, 아쌈 밀크티와 두유 통밀 스콘.
Credit
- PHOTOGRAPHER 박기훈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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