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37mm 워치' 탄생 비화
전통을 넘어선 혁신, 불가리의 워치메이커 조나단 브린바움이 그려낼 옥토 피니씨모의 두 번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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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메이커로서 직접 마주한 서울의 첫인상은 어떤가요?
운 좋게도 지난 12년간 업무차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자주 있었습니다. 저는 서울에 오는 것을 즐깁니다. 이 도시에 올 때마다 항상 새로운 변화와 혁신적인 요소를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시계 부문에서 일하기 전 뷰티업계에 몸담았을 당시에도, 전 세계 K-뷰티 시장의 혁신과 발전을 이끄는 한국의 에너지를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최근 들어 이러한 혁신적인 태도와 뜨거운 관심이 시계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어 매우 기쁩니다. 과거에는 시계 부문의 성장세가 비교적 완만했다면, 지금은 시계를 향한 한국 대중의 관심과 열정이 뜨겁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과거 P&G 프레스티지와 불가리 퍼퓸 부문을 거치며 럭셔리 향수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셨습니다. 향수가 보이지 않는 ‘감성’의 영역이라면, 시계는 눈에 보이는 ‘정밀한 기술력’을 증명하는 분야입니다. 향수 비즈니스에서 쌓은 마케팅 노하우가 현재 불가리 워치에 어떻게 녹아들고 있나요?
저는 시계야말로 인간의 감성을 가장 깊이 터치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계에는 극도로 정밀한 기술이 적용되지만, 수많은 주얼리와 럭셔리 제품군 중 인간의 감정을 가장 강렬하게 자극하는 매개체는 단연 시계입니다. 시계 내부의 무브먼트와 장인이 오랜 시간 공들여 칼리버를 완성하는 장인정신 자체가 감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완벽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향수산업에서 배운 핵심 역량 역시 ‘어떻게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것인가’였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뷰티와 시계는 동일한 감수성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2020년 불가리 유럽 리테일 시장에서 주얼리·워치·액세서리 부문 매니징 디렉터를 맡으며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경험했습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돌파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나요?
당시 불가리 유럽 리테일 분야에 있었기에 타격이 유독 컸습니다. 국가 간 이동과 여행이 완전히 단절된, 말 그대로 암흑기였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여행산업이 정상화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고, 전반적인 회복에 최소 3~4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때 배운 민첩성과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은 지금도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불가리의 워치메이킹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를 이어 기술을 전수하며 지켜온 깊은 전통의 결정체입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기일수록, 우리는 DNA에 각인된 전통적인 요소들을 더욱 단단하게 다지고 이를 풍부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야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번에 선보인 ‘옥토 피니씨모 37mm’ 모델입니다. 불가리의 전통과 DNA에 충실하면서도 기존의 규칙을 깨부수는 혁신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불확실성을 정면으로 돌파한 좋은 사례입니다.
2024년 9월 워치 부문 총괄로 부임한 이후, 두 번째 워치스 앤 원더스 2026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행사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올해는 불가리에게 매우 특별한 해입니다. 수많은 컬렉터와 클라이언트로부터 “옥토 피니씨모 40mm의 다운사이징 버전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올해 그 기대에 부응하는 신작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37mm 모델을 개발하고 완성하는 데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크기의 축소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칼리버를 완전히 새로 제작해야 했고 케이스 역시 전면 재디자인해야 하는 방대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매년 참가하는 행사라 할지라도 이 정도 수준의 파격적인 혁신을 선보이기는 쉽지 않은데, 올해 그 결과물을 완벽히 증명해 냈기에 이번 행사는 우리에게 더욱 기념비적입니다. 그 결과, 올해 행사 기간 중 불가리는 ‘가장 많이 언급된 시계 톱 5’에 이름을 올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현장에서의 뜨거운 반응은 곧바로 고객들의 구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무대인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약 990㎡(약 300평) 규모의 대형 부스를 전개한다는 것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언론과 클라이언트,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불가리가 ‘진정한 워치메이커’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강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동안 옥토 피니씨모는 ‘울트라 씬 세계 신기록’이라는 기술적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해 왔습니다. 반면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 2026에서는 새로운 기록 경쟁 대신 ‘37mm 라인업 확장’을 선택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불가리는 지난 12년간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을 통해 열두 번의 세계기록을 경신했고, 수많은 시계 상을 휩쓸며 시장에 거대한 파급력을 일으켰습니다. 극도로 얇은 케이스 안에 정교한 칼리버를 구현하는 초박형 기술력은 이제 독보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우리는 두 번째 챕터를 열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새로운 목표는 ‘더 많은 대중이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을 일상에서 즐기도록 하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다목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완벽한 밸런스의 시계를 디자인하고자 했습니다. 불가리 고유의 아이코닉한 ‘샌드블라스트(Sandblasted) 티타늄’ 모델과 곧 출시를 앞둔 ‘새틴 폴리시드(Satin-polished) 티타늄’ 모델이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새틴 폴리시드 모델은 티타늄 소재 고유의 가볍고 단단한 내구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에게 친숙한 스틸의 매끄러운 질감과 광택을 구현해 냈습니다. 40mm 라인업을 12년간 이끌며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력이 이번 37mm 모델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습니다.
옥토 피니씨모 37mm는 무브먼트 부피를 기존 대비 약 20% 줄이면서도, 파워 리저브는 오히려 72시간으로 늘었습니다. 상반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던 기술적 핵심은 무엇인가요?
무브먼트 크기는 20% 줄이고, 파워 리저브는 기존보다 20% 늘려 72시간을 확보한 것은 상징적인 기술적 쾌거입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마이크로 로터를 전면 재설계했습니다. 둘째, 주얼리와 브리지를 비롯해 구동 시 마찰이 발생하는 모든 부위를 철저히 재점검하여 미세한 에너지 손실까지 완벽히 차단했습니다. 부품 간의 마찰을 줄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칼리버 자체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높인 덕분에 ‘다운사이징’과 ‘파워 리저브 증대’라는 두 가지 모순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옥토 피니씨모 37mm의 전체 무게는 단 65g에 불과합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디자인 측면에서는 어떤 업데이트가 있었나요?
디자인 핵심은 가벼운 무게 속에서도 ‘일관적인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큰 틀의 헤리티지는 이어가되, 세부적인 디테일에 변화를 주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우선 브레이슬릿의 버클 디자인을 더욱 견고하고 안전하게 재설계하여 내구성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측면의 스크루 인 크라운은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되, 시각적으로 도드라져 보이지 않도록 매끄럽게 다듬었습니다. 가장 중대한 디자인 변화는 두께를 기존 40mm 모델보다 1.3mm 높였다는 점입니다. 기존 40mm 모델은 시계 전체 두께가 5.15mm 로 극도로 얇아, 사파이어 글라스 아래에 다이아몬드나 하드 스톤 같은 보석을 세팅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향후 주얼리 워치로의 확장 가능성을 미리 열어두기 위해 두께를 1.3mm 늘린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이 1.3mm의 변화가 37mm라는 직경과 결합했을 때, 착용감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비율을 이뤄냈다는 것입니다.
옥토 피니씨모 37mm는 샌드블라스트 티타늄부터 새틴 폴리시드 티타늄, 옐로 골드까지 다양한 소재로 선보입니다. 그중에서도 37mm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소재는 무엇인가요?
당연히 티타늄입니다. ‘옥토 피니씨모는 티타늄을 위해 태어난 시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동안 세라믹, DLC, 스틸 등 다양한 소재를 시도해 왔지만, 고객들과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핵심 소재는 티타늄이었습니다. 초박형 시계에 걸맞은 극상의 가벼움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다채로운 소재와 마감의 가능성도 함께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컬렉션의 또 다른 주역인 ‘새틴 폴리시드 티타늄’은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인 제품입니다.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 특유의 대담한 라인과 내구성을 온전히 유지하면서도, 외관상으로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스틸 고유의 매끄러운 질감과 광택을 구현해 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 시장이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불가리 워치 부문의 수장으로서 현재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아시아는 하나의 단일한 시장이 아니며, 지역마다 고유의 역동적인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최근 워치메이킹의 본질과 기계식 시계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저는 이 뜨거운 관심이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이며, 앞으로 더욱 깊고 방대해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번 37mm 신작 글로벌 론칭을 위해 아시아에서 선택한 도시는 단 두 곳이며, 그 첫 번째 목적지가 바로 서울입니다. 서울의 젊은 컬렉터들은 럭셔리 워치메이킹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역동적입니다. 이들의 트렌디한 감성이 이번 옥토 피니씨모 37mm 모델과 완벽한 시너지를 이룰 것입니다. 현재 한국 시장은 글로벌 시계산업의 역동적인 흐름을 선도하는 최전방에 있습니다. 혁신의 최전선에 선 서울의 컬렉터들과 함께 써 내려갈 불가리 워치의 다음 역사를 기대해 주세요. (웃음)
Credit
- EDITOR 차종현
- PHOTO Bvlgari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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