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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카 '마세라티'가 도로 위에 멈춘 이유 part.3

낭만과 현실을 오가던 2006년식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5개월. part 3 촬영 당일, 마침내 진짜 결말이 찾아왔다.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켜진 붉은 배터리 경고등, 그리고 위태롭게 헐떡이던 엔진. 정비소로 차를 보내며 그간의 수많은 경고등이 하나의 원인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올드카를 소유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 그리고 20년 된 마세라티를 다시 제대로 달리게 만드는 과정이다.

프로필 by 오정훈 2026.08.11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주행 촬영을 진행하려던 당일 아침, 제너레이터(발전기) 사망으로 배터리 경고등이 상시 점등됐고 결국 시동마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다.
  • 제너레이터 고착으로 인해 겉벨트가 끊어지며 차량이 완전히 멈춰 섰다.
  • 그간 발생했던 4종의 경고등과 주행 중 시동 꺼짐, 엔진 부조 역시 불안정한 전력 공급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커졌다.
  • 모든 고통과 유지비에도 불구하고, 이 차가 가져다준 경험과 교감은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한다.

예견된 엔딩,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멈춰 서다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던 붉은 배터리 경고등이 이번에는 ‘Alternator failure’라는 메시지로 바뀌었다. 의심해왔던 제너레이터가 결국 완전히 사망했다.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던 붉은 배터리 경고등이 이번에는 ‘Alternator failure’라는 메시지로 바뀌었다. 의심해왔던 제너레이터가 결국 완전히 사망했다.

붉은 배터리 경고등과 함께 계기판에 등장한 ‘Go to dealer’. 결국 경고는 현실이 됐다.

붉은 배터리 경고등과 함께 계기판에 등장한 ‘Go to dealer’. 결국 경고는 현실이 됐다.

올드카 시승기의 마지막 주행 컷을 담아내려던 날, 결국 올드카 라이프에서 가장 익숙한 엔딩 장면이 찾아왔다. 시동을 걸자마자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계기판에 붉은 배터리 경고등이 켜졌다. 그동안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며 간간이 경고를 던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상시 점등이었다. 차를 견인시키기 위해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시동을 다시 걸었다. 하지만 엔진은 금방이라도 마지막 숨을 내쉴 것처럼 위태롭게 헐떡였다. 그 순간 지금까지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지난 Part 2에서부터 줄곧 의심했던 제너레이터(발전기)였다. 이전 같았으면 단골 정비소에 전화해 증상을 하나씩 설명하며 어디가 문제인지 한참을 물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현장 사진 두 장을 툭 찍어 보낸 뒤, 별다른 설명없이 보험사에 전화해 견인차를 불렀다. 오래된 이탈리아 차와 영국차를 타다보니 고장에 대처하는 방식까지 제법 능숙해진 모양이다. 견인차를 기다리며 문득, 이런 상황에도 아무렇지 않은 나를 보니 비로소 진짜 ‘올드카 차주’가 된 것 같았다.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이 하나로 모인 순간


고착된 제너레이터의 여파로 결국 끊어진 겉벨트. 그동안 이어졌던 이상 증상의 원인을 추적할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고착된 제너레이터의 여파로 결국 끊어진 겉벨트. 그동안 이어졌던 이상 증상의 원인을 추적할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다음 날 정비소에서 내려진 진단은 예상대로였다. 제너레이터가 완전히 사망했다. 단순히 발전량이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내부가 고착됐고, 그 여파로 겉벨트까지 끊어진 상태였다. 그제야 그동안 나와 정비소를 괴롭히던 여러 증상과 수많은 의문들이 한순간에 풀리기 시작했다. 휠 스피드 센서를 신품으로 교체한 뒤에도 주행 30분 만에 연이어 떠오르던 4종의 경고등, 주행 중 갑자기 전력이 부족해진 것처럼 꺼지던 시동, 불규칙하게 오르내리던 엔진까지.

마세라티

마세라티

마세라티

마세라티

마세라티

마세라티

처음에는 당연히 엔진 자체를 의심했다. 실린더 압축압력을 측정했고, 스모그 테스트를 진행했다. 스로틀 보디를 청소하고 에어플로 센서까지 세척했다. 20년 된 이탈리아산 V8 엔진이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엔진과 흡기 계통을 의심하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제너레이터 고착과 벨트 파손이 확인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문제의 시작이 엔진 자체가 아니라 불안정한 전력 공급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발전량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서 차량 곳곳의 전자제어 시스템이 필요한 전압을 확보하지 못했고, 그 결과 서로 관련 없어 보이던 경고등과 엔진 부조가 연쇄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아직 마지막 퍼즐 하나가 남아있다. 새로운 제너레이터를 장착하고 정상적인 충전 전압을 회복한 뒤, 이전의 증상들이 정말 사라지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20년 된 차에서 하나의 고장을 찾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믿기에는 아직 이르다.



부품 수급의 기다림, 올드카가 가르쳐준 인내


제너레이터가 완전히 사망하기 직전, 도로 위를 달리던 콰트로포르테의 마지막 주행.

제너레이터가 완전히 사망하기 직전, 도로 위를 달리던 콰트로포르테의 마지막 주행.

원인은 찾았지만 해결은 최신 자동차처럼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 20년 된 이탈리아 세단의 부품은 필요하다고 해서 다음 날 바로 도착하지 않는다. 국내 재고가 없어 이탈리아 현지에서 넘어오기까지 약 1~2개월이 걸린다고 안내받았다. 지금 콰트로포르테는 정비소에 들어간 채 새로운 제너레이터와 필요한 부품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 이 차를 가져올 때 가장 강렬했던 숫자는 1,500만원이었다. 4.2리터 자연흡기 V8을 품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이 가격에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오래된 차에서 구입 가격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디가 아픈지 찾아내고, 필요한 부품을 구하고, 하나를 고친 뒤 다시 달려보는 과정이 반복된다. 때로는 엉뚱한 곳을 의심하고 멀쩡한 부품을 먼저 손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까지 결국 이 차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남는다. 처음에는 그저 멋진 차를 싸게 샀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나는 1,500만원짜리 중고차를 산 것이 아니라, 스무 살이 된 마세라티를 다시 제대로 달리게 만드는 중이다.



그럼에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거봐, 그래서 오래된 수입차 사면 안 된다니까.”

결국 스스로 달리는 대신 견인차 위에 오른 콰트로포르테.

결국 스스로 달리는 대신 견인차 위에 오른 콰트로포르테.

틀린 말은 아니다. 헐떡이는 엔진 소리를 들으며 견인차를 기다리는 아침도 있었고, 예상하지 못한 부품값과 공임을 마주하는 순간도 있었다. 필요한 부품 하나를 구하기 위해 며칠씩 차를 세워둬야 하는 일도 이제 낯설지 않다. 오래된 마세라티를 소유한다는 낭만 뒤에는 생각보다 꽤 현실적인 대가가 따라온다. 그럼에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이상하게 후회되는 순간은 많지 않다. 4.2리터 자연흡기 V8이 회전수를 높이며 만들어내는 소리, 듀오셀렉트의 변속 타이밍에 맞춰 가속 페달을 살짝 놓았다 다시 밟으며 차와 호흡을 맞추는 감각은 지금의 자동차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렵다. 세차장과 주유소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요즘에도 이 차가 굴러다니네요”, “이 차는 뭐예요?”라는 말 한마디로 시작해 한참 동안 자동차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여러 번이다. 고장이 없었다면 더 편했을 것이다. 돈도 덜 들었을 것이고, 견인차 기사님과 이렇게 자주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과정까지 지나오고 나니 처음 이 차를 샀을 때보다 지금의 콰트로포르테를 더 잘 알게 됐다.

다시 1,500만원을 들고 그날로 돌아가 한 번 더 선택하라고 한다면? 아마 나는 또 이 2006년식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열쇠를 집어 들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제너레이터부터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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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오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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