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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된 올드카 '마세라티'를 1500만원에 떠왔다

20년 된 마세라티를 산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렸다. 잔고장이 많고, 수리비는 비싸며, 부품을 구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였다. 특히 F1 기술을 기반으로 한 듀오셀렉트 변속기를 탑재한 초기형 콰트로포르테는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약 1년 동안 부었던 적금을 해지해 2006년식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샀다. 모두가 말리는 자동차는 과연 어떨까?

프로필 by 오정훈 2026.07.23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2006년식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1500만원에 구매했다. 구매 당시 주행거리는 6만6294km였다.
  • 이 차량은 F1 기반의 자동화 수동변속기인 듀오셀렉트를 탑재한 초기형 모델이다.
  •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마지막 콰트로포르테이자 자연흡기 V8, 희소한 컬러 조합이 이 차를 선택한 이유였다.
피닌파리나가 완성한 마지막 콰트로포르테.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아름다운 마세라티 세단으로 꼽히는 이유다.

피닌파리나가 완성한 마지막 콰트로포르테.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아름다운 마세라티 세단으로 꼽히는 이유다.


왜 사람들은 20년 된 마세라티를 말릴까?


“차라리 다른 차를 사.”

2006년식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산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오래된 이탈리아 고급차는 잔고장과 높은 수리비, 쉽지 않은 부품 수급으로 악명이 높다. 차값은 1000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부품과 유지비까지 함께 내려간 것은 아니다.

긴 보닛과 낮은 차체, 그리고 큼직한 삼지창 그릴. 첫인상만으로도 왜 이 차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설명해준다.

긴 보닛과 낮은 차체, 그리고 큼직한 삼지창 그릴. 첫인상만으로도 왜 이 차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설명해준다.

과한 장식 없이 비례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과한 장식 없이 비례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평소 자동차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누는 디렉터 선배가 처음 이 차를 추천했다. 긴 보닛과 낮은 차체가 만드는 비례만으로도 금세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막상 구매를 고민하자 그는 듀오셀렉트가 장착된 초기형만큼은 끝까지 말렸다. 같은 5세대라도 ZF 6단 자동변속기 모델을 사라는 조언이었다. 디자인과 자연흡기 V8 엔진의 매력은 누리면서 관리 부담은 줄일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오랫동안 다른 차량을 맡겨온 정비소의 반응도 비슷했다. “정비는 해줄 수 있지만 쉽지는 않을 거야.” 예상보다 큰 비용과 긴 수리 시간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했다. “엔진 상태와 사고 여부, 보험 이력만 잘 확인해 와. 정비는 책임지고 봐주겠다.” 모두가 이 차를 말린 이유는 단순히 마세라티였기 때문이 아니다. 값은 저렴해졌지만, 관리까지 쉬워진 자동차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형을 기피하는 이유는 듀오셀렉트 변속기에 있다. 듀오셀렉트는 건식 클러치를 사용하는 자동화 수동변속기로, 운전 습관에 따라 클러치 수명이 크게 달라진다. 정체 구간이나 경사로에서 반복적으로 미끄러뜨리면 마모가 빨라질 수 있고, 교체 비용도 적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유지가 쉬운 ZF 자동변속기 모델을 추천한다.



그럼에도 직접 사봤다


‘돈을 아껴야겠다.’ 그 마음으로 약 1년 동안 부었던 적금을 해지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20년 된 마세라티를 샀다. 아내는 마지막까지 한 번만 더 생각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결국 차를 가져왔고, 예상과 달리 가장 먼저 들은 말은 걱정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왜 샀냐'는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차를 직접 본 사람들은 먼저 디자인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에는 '왜 샀냐'는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차를 직접 본 사람들은 먼저 디자인 이야기를 꺼냈다.

“차 정말 멋있다.”

문을 여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옵션이 아니라 색과 소재다. 쿠오이오와 보르도, 그리고 우드 트림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차만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문을 여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옵션이 아니라 색과 소재다. 쿠오이오와 보르도, 그리고 우드 트림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차만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생각보다 좋은 상태와 강렬한 존재감 때문이었을까. 소녀처럼 들뜬 표정으로 차를 둘러보는 모습을 보니,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내 선택이 조금 덜 무모하게 느껴졌다. 내가 구매한 차는 2006년식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4.2 V8 자연흡기 모델이다. 구매 가격은 1500만원, 당시 주행거리는 6만6294km였다. 더 새롭고 관리하기 편한 차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가장 많은 사람이 피하라고 했던 초기형 듀오셀렉트를 골랐다.

듀오셀렉트의 셀렉터는 놀랄 만큼 단순하다. D와 R만 선택하면 변속은 패들시프트가 이어받는다. 자동변속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동변속기에 훨씬 가까운 시스템이다.

듀오셀렉트의 셀렉터는 놀랄 만큼 단순하다. D와 R만 선택하면 변속은 패들시프트가 이어받는다. 자동변속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동변속기에 훨씬 가까운 시스템이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변속기였다. 듀오셀렉트는 편안하고 매끄러운 자동변속기와 거리가 멀다. 저속에서는 클러치가 맞물리는 과정이 그대로 느껴지고, 변속 타이밍에 가속페달을 유지하면 충격도 분명하다. 대신 패들시프트를 당기며 가속페달에서 힘을 살짝 빼면 수동변속기를 다루는 것처럼 차와 호흡을 맞추는 재미가 생긴다. ZF 자동변속기 모델이 더 편하고 합리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다만 그 합리성을 외면한 데에는 취향만큼이나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ZF 모델은 듀오셀렉트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저렴해서 고른 것은 아니다. 지금이 아니면 F1 방식의 싱글 클러치 변속기를 직접 소유하고 경험할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가장 말리던 선택지가 내게는 가장 궁금한 차가 된 것이다.

주행거리나 옵션은 타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색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주행거리나 옵션은 타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색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차를 놓칠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색이었다. 외장은 아쿠아마리나 메탈릭(Acquamarina Metallizzato), 실내는 쿠오이오(Cuoio) 가죽과 보르도(Bordeaux)를 조합했다. 빛에 따라 은빛과 옅은 세이지 그린을 오가는 외장과 따뜻한 캐멀 컬러, 깊은 와인빛이 만난 실내는 다른 자동차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탈리아 브랜드만의 분위기를 만든다. 이 조합을 처음 선택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쿠아마리나와 쿠오이오, 보르도를 함께 주문한 사람이라면 분명 자신만의 취향이 분명했던 사람일 것이다. 유행보다 오래 바라볼 장면을 선택한 사람.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취향은 차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빛에 따라 은빛과 옅은 세이지 그린을 오가는 아쿠아마리나 메탈릭. 문을 열면 쿠오이오와 보르도가 이어지며 이탈리아식 분위기를 완성한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옵션이 아니라 색과 소재였다.

빛에 따라 은빛과 옅은 세이지 그린을 오가는 아쿠아마리나 메탈릭. 문을 열면 쿠오이오와 보르도가 이어지며 이탈리아식 분위기를 완성한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옵션이 아니라 색과 소재였다.

뒷문을 여는 순간에도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차의 특별함은 디테일보다 색의 조화에 있다.

뒷문을 여는 순간에도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차의 특별함은 디테일보다 색의 조화에 있다.

여러 대를 살펴봤지만 같은 조합은 끝내 만나지 못했다. 20년 된 중고차는 원하는 옵션을 새로 주문할 수 없다. 주행거리나 가격은 타협할 수 있어도, 처음 출고될 때 완성된 색의 조합은 다시 만들 수 없다. 그 순간 확신했다. 이 차를 놓치면 다시는 같은 차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았다.



20년이 지나도 특별한 이유


페라리와 기술 기반을 공유한 4.2리터 자연흡기 V8 F136 엔진. 숫자보다 먼저 귀를 사로잡는 엔진이다.

페라리와 기술 기반을 공유한 4.2리터 자연흡기 V8 F136 엔진. 숫자보다 먼저 귀를 사로잡는 엔진이다.

세 개의 에어벤트 아래 새겨진 피닌파리나 엠블럼. 이 작은 배지가 5세대 콰트로포르테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세 개의 에어벤트 아래 새겨진 피닌파리나 엠블럼. 이 작은 배지가 5세대 콰트로포르테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2003년 등장한 5세대 콰트로포르테(M139)는 마세라티가 브랜드의 존재감을 다시 되찾기 시작하던 시기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피닌파리나가 완성한 디자인, 페라리와 기술 기반을 공유한 F136 자연흡기 V8 엔진, 그리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듀오셀렉트. 지금은 점점 보기 어려워진 요소들이 한 차에 담겨 있다. 지금은 점점 보기 어려워진 요소들이 한 차에 담겨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차를 말리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콰트로포르테 가운데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 이야기


20년 된 마세라티를 산다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수리비가 비쌀 것이라는 것도,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차를 샀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 물론 그 대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상했던 일도 있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있었다. 5개월 동안 직접 타며 느낀 승차감과 연비, 실제 유지비와 정비 비용, 그리고 모두가 말렸던 듀오셀렉트의 진짜 매력까지. 낭만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 낭만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같은 차를 살 것이다. 망설임 없이. 왜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는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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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오정훈
  • PHOTO 각 이미지 캡션
  • ART DESIGNER 조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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