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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일교차 대비 실용주의 SPA '데님 재킷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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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LED 미디어아트와 정통 브리티시 오디오 시스템이 이루는 정교한 공간의 비례감 / 사진 제공 : 오렌지디스트릭트
디자인을 업으로 삼아온 세월 동안 종이 위에 긋는 수만 개의 선과 컴퓨터 모니터 속 3D 렌더링 픽셀들은 늘 이성적인 정교함을 요구해 왔다. 밀리미터 단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혹독한 자동차 디자인 프로세스 속에서 영감의 과부하가 찾아올 때, 굳어버린 감각을 다시 말랑하게 일깨워준 유일한 피서지는 바로 소리로 공간의 비례를 채우는 오디오 라이프였다.
차가운 금속과 고화질 모니터에 둘러싸인 일상에서 벗어나, 따뜻한 나무 울림통과 빈티지 앰프가 토해내는 아날로그 소리에 몰입하는 순간이야말로 삶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맞춰주는 가장 세련된 의식이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오렌지 디스트릭트라는 공간을 직접 디렉팅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요소 역시 다름 아닌 오디오 시스템이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음색보다는 장시간 청음해도 귀가 피로하지 않은 정통 브리티시 사운드를 구현하고 싶었다.
이에 따라 완성된 조합이 바로 1960~70년대 영국 하이파이 음향의 황금기를 이끈 탄노이(Tannoy) 스피커와 쿼드(Quad) 앰프의 빈티지 세팅이다. 대형 LED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미디어아트 아래, 티크 원목 미드센추리 테이블 위에 조용히 자리 잡은 오디오 시스템의 조형적인 실루엣은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시각과 청각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1967년 영국 산업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쿼드 33 프리앰프와 303 파워앰프 / 사진 제공 : 오렌지디스트릭트
신호의 출발점에는 1967년에 출시된 쿼드 33 프리앰프와 쿼드 303 파워앰프가 단정하게 놓여 있다. 그레이 바디 위에 얹어진 아이보리와 오렌지색 입력 버튼들은 시각적으로도 독보적인 레트로 산업디자인의 진수를 보여준다.
큼직한 방열핀을 갖춘 쿼드 303 파워앰프는 채널당 45와트의 차분하고 따뜻한 힘으로 소리를 밀어주고, 쿼드 33 프리앰프의 필터는 오래된 음반의 거친 잡음을 정교하게 가다듬어준다. 여기에 연결된 탄노이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는 듀얼 컨센트릭(Dual Concentric) 동축 기술의 핵심을 품고 있다. 우퍼 중앙에 고음 트위터를 일체형으로 배치하여 저음과 고음이 한 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음상이 놀라울 정도로 또렷하고 어쿠스틱 악기나 보컬의 생생함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른쪽 스피커 그릴을 벗겨냈을 때 드러나는 묵직한 동축 드라이버와 월넛 원목 캐비닛의 질감은 오디오 시스템이 단순한 음향 기기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조형 예술품임을 증명한다.
고음 조절 노브(ROLL-OFF · ENERGY)와 세 개의 베이스 포트가 자리한 탄노이 아덴 스피커 / 사진 제공 : 오렌지디스트릭트
이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흘러나오는 플레이리스트는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상상력을 깨우는 나만의 비밀스러운 창작 레시피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자동차 스케치를 구상할 때, 심장박동을 올려주는 빠른 BPM의 트랙이나 UK 개러지, 미니멀 하우스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 손의 리듬이 눈에 띄게 빨라진다.
고조된 내면의 에너지가 종이 위로 옮겨붙으면서 한층 더 다이내믹하고 속도감 넘치는 비례의 선이 거침없이 그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 처음 접하는 새로운 음원과의 뜻밖의 만남이 주는 감정적 흥분이 더해지면 모니터 속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던 창의적인 상상력이 열린다. 빠르게 고동치는 하이 BPM의 물리적 자극과 귓가를 매혹하는 사운드의 조화야말로 창작의 영감을 불어넣는 최고의 엔진이다.
60년의 세월을 오가며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 영감을 선사하는 큐레이팅 플레이리스트 / 사진 제공 : 오렌지디스트릭트
공간을 채우는 사운드 큐레이션은 일상의 다채로운 상황과 무드에 따라 4가지 감각적인 세션으로 구체화된다. 나만의 오디오 공간에서 상황에 맞게 즐기기 좋은 대표 추천 곡들을 함께 제시한다.
1. 모닝 브루 & 포커스 세션 (Morning Brew & Focus)
아침 햇살 아래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머리를 차분하게 식히고 뇌의 집중력을 깨우는 시간이다. 탄노이 스피커의 섬세한 동축 트위터가 전달하는 어쿠스틱 악기 중심의 연주가 빛을 발한다.
Antônio Carlos Jobim – Wave (1967) 앨범 커버 / 이미지 출처: 해당 레이블
• Antônio Carlos Jobim – Wave (보사노바 특유의 유려하고 따스한 피아노와 기타의 조화)
• Erroll Garner – Misty (아날로그 질감이 돋보이는 명료하고 서정적인 재즈 피아노)
• Wes Montgomery – A Day In The Life (옥타브 주법이 빚어내는 따뜻한 기타 선율)
• 아오바 이치코 (Ichiko Aoba) – Parfum d’étoiles (속삭이듯 가깝고 투명하게 울려 퍼지는 어쿠스틱 보컬)
• Jonny Greenwood – House of Woodcock (영화 팬텀 스레드 OST 수록곡으로 시네마틱하고 고요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오케스트레이션)
2. 디자이너 하이 BPM 세션 (Designer's High-BPM)
심장박동을 끌어올려 아이디어 스케치의 속도감과 파격적인 비례감을 완성하는 창작의 시간이다. 쿼드 앰프의 단단한 스피드감이 리드미컬한 비트를 흔들림 없이 받쳐준다
Tame Impala — 정규 3집 Currents의 네 번째 싱글 The Less I Know The Better 앨범 커버 / 이미지 출처: 해당 레이블
• GEE LEE – Breathless / Daybreak (손끝의 속도감을 깨우는 감각적인 UK 개러지 사운드)
• Kartell – Be Easy (도시적이고 세련된 리듬의 미니멀 프렌치 하우스)
• Aleksandir – Between Summers (청량하면서도 밀도 있게 울려 퍼지는 일렉트로닉 텍스처)
• Elderbrook & Bob Moses – Inner Light (고조되는 텐션으로 스케치의 열정을 불어넣는 트랙)
• Tame Impala – The Less I Know The Better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팝)
• Tyler, The Creator – DOGTOOTH (거침없는 에너지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힙합 비트)
3. 골든 아워 & 칠 세션 (Golden Hour & Chill)
노을빛이 공간을 물들이며 나른한 휴식과 해방감을 즐기는 시간이다. 70~80년대 레트로 시티팝과 베드룸 팝이 매력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Mac DeMarco – Salad Days 수록곡 Chamber of Reflection 앨범 커버 / 이미지 출처: 해당 레이블
• 마츠시타 마코토 (Matsushita Makoto) – September Rain (80년대 아날로그 황금기의 아련한 시티팝)
• Frank Ocean – Lost (아날로그 오디오와 완벽한 합을 보여주는 감각적인 R&B)
• Blood Orange – Champagne Coast (나른하고 나지막하게 퍼지는 인디 네오소울)
• The Marías – Cariño (몽환적인 질감으로 휴식을 안겨주는 시네마틱 보컬)
• Mac DeMarco – Chamber of Reflection (로파이 테이프 질감의 안락한 아날로그 팝)
4. 애프터 아워즈 & 야간 라운지 세션 (After Hours & Night Lounge)
조도를 낮춘 밤의 라운지 무드 속에서 깊은 R&B 그루브로 물드는 은밀한 공간 / 사진 제공 : 오렌지디스트릭트
조도를 낮춘 밤의 라운지에서 하루의 피로를 털어내고 그루브에 몸을 내맡기는 시간이다. 묵직한 베이스와 관능적인 그루브가 오디오 시스템의 깊은 저음을 타고 낮게 깔린다.
Sade – Smooth Operator (F1 팬이라면 익숙할 카를로스 사인츠의 시그니처 송) 앨범 커버 / 이미지 출처: 해당 레이블
• Brent Faiyaz – Dead Man Walking (밤의 어둠과 완벽히 어울리는 깊은 808 베이스)
• Sade – Smooth Operator (월넛 스피커를 통과하며 극대화되는 매혹적인 보컬)
• Steve Lacy – Bad Habit (세련된 그루브로 일상의 피로를 씻어주는 트랙)
• Giveon – Heartbreak Anniversary (묵직하고 호소력 짙은 톤의 현대적인 네오소울)
• E SENS – MTLA (feat. Masta Wu) (한국적 감수성의 세련된 노랫말과 비트가 주는 정서적 울림)
상황과 무드에 맞춰 엄선된 곡들이 공간의 조도, 시각적 미디어아트와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라이프스타일은 완성된다. 세월의 깊이를 간직한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과 감각적인 플레이리스트가 빚어내는 아날로그의 울림 속에서, 오늘도 지친 일상을 내려놓고 나만의 온전한 감각과 영감을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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