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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조명부터 자기부상까지 ‘이색 스마트 홈시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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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술들이 존재하고 또 그 안에서 수많은 위스키가 존재합니다.
왼쪽부터 커티 삭, 잭 다니엘 올드 No. 7, 조니워커 블랙 라벨. 서로 다른 영화 속 주인공의 곁을 지켰던 세 가지 위스키를 한자리에 모았다. / 이미지 출처: AI 형성 이미지
제가 소개해 드릴 세 가지 술은 모두 영화 속 주인공이 마시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위스키입니다. ‘어떤 술이기에, 어떤 맛이기에 저렇게 홀로 들이키는 걸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해 직접 술을 찾아 마셔보고, 영화와 위스키를 함께 즐기는 또 다른 재미를 발견했습니다. 그 경험을 여러분에게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세 가지 위스키와 세 편의 영화를 준비했습니다.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서 첫 번째 영화와 술은 <여인의 향기>와 잭 다니엘입니다.
」돈이 필요해 알바를 시작한 찰리 심스가 노인 돌보미 일을 구하다 전직 군인 출신이자 맹인인 프랭크를 만나 그와 이야기의 여정을 함께 하며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며 나이와 상관없는 우정과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관해 영화는 이야기합니다. 프랭크가 영화 내내 찾는 술 잭 다니엘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두 번째 영화와 술은 <그린 북>과 커티 삭입니다.
」토니 발레롱가는 실직 후 일자리를 구하다 지인의 추천으로 미국 남부 순회공연을 떠나는 박사 출신의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되고 합격하여 순회공연에 운전기사로 합류하게 됩니다.
이후 흑인 여행자들을 위한 안내서인 그린북을 건네받고 둘은 베이시스트, 첼리시스트와 함께 남부의 이곳저곳을 함께 다니며 공연을 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들로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토니 발레롱가와 돈 셜리가 여행을 통해 조금씩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중간중간 돈 셜리가 홀로 앉아 마시는 술 커티 삭은 꼭 마시는 술로 등장을 합니다.
세 번째 영화와 술은 <블레이드 러너>와 조니워커 블랙입니다.
」2019년의 로스앤젤레스, 인간과 거의 구별하기 어려운 인조인간 리플리컨트가 존재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과거 리플리컨트를 추적하는 블레이드 러너로 일했던 릭 데커드는 지구로 잠입한 리플리컨트들을 찾아 제거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데커드는 이들을 하나씩 추적하면서 자신이 쫓고 있는 리플리컨트와 인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리플리컨트레이첼을 만나며 인간과 인조인간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어둡고 비가 내리는 미래 도시의 모습과 함께 이후 수많은 SF작품에 영향을 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데커드가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와 홀로 마시는 술이 바로 조니워커 블랙 라벨입니다. 조니워커는 영화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데커드가 홀로 술을 마시는 장면과 함께 등장합니다. 더욱 재미있는 점은 35년 뒤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도 나이든 데커드가 다시 조니워커를 마신다는 것입니다. 2019년에서 2049년까지, 미래가 바뀌어도 데커드의 곁에는 여전히 같은 위스키가 남아 있습니다.
1. 잭 다니엘 올드 No. 7, 여인의 향기(1993) 프랭크의 단짝
프랭크가 의자에 앉아 잭 다니엘을 곁에 두고 홀로 시간을 보내는 장면. 영화 내내 반복해서 등장하며 그의 삶과 오래된 관계를 보여주는 술이다.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 컷
영화 <여인의 향기>를 처음 접한 이유는 춤추는 장면을 영상매체로 접한 뒤 관심이 갔었습니다. 항상 알 파치노가 나오는 영화니까 봐야지라는 생각만 하다가 보게 되었고, 극 중 프랭크가 말하는 존 다니엘이 술의 이름인 줄 착각까지 했습니다.
이렇듯 프랭크는 영화 내내 술을 가까이하지만, 그럼에도 삶을 즐기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기에 잭 다니엘은 단순히 프랭크를 중독시켜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매개가 아닌 눈이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이 삶을 위로 하는 방식 중 하나로 다가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잭 다니엘이라는 술에 관심이 가게 되어 직접 구매하여 마시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냄새부터 코를 강하게 찌르는 향과 목에 불이 붙는 듯한 느낌에 정신이 아득해져 서둘러 얼음을 넣어 마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 마시다 보니 처음의 강렬함 뒤에 느껴지는 달콤한 향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뉴욕 거리를 함께 걷는 찰리 심스와 프랭크. 서로 다른 세대의 두 사람이 여행을 통해 우정을 쌓아가는 <여인의 향기>의 관계를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 컷
잭 다니엘은 미국 테네시주에서 생산되는 테네시 위스키로, 숙성 전 사탕단풍나무 숯을 이용해 원액을 여과하는 ‘차콜 멜로잉’ 과정을 거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가 마신 잭 다니엘 올드 No. 7 역시 처음에는 높은 도수의 알코올이 가장 먼저 다가왔지만, 얼음과 함께 천천히 마시면서 바닐라와 캐러멜을 떠올리게 하는 달콤한 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여전히 조금 강한 술이라 스트레이트보다는 콜라를 섞은 ‘잭콕’으로 즐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잭 다니엘을 직접 마셔본 뒤 다시 <여인의 향기>를 보면 프랭크가 이 술을 찾는 장면도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잭 다니엘을 ‘존 다니엘’이라고 부릅니다. 찰리가 잭 다니엘 아니냐고 묻자 자신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존’이라고 부른다는 농담을 건넵니다.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는 저 역시 존 다니엘이라는 별개의 술이 있는 줄 알았지만, 이제는 그 짧은 농담이 프랭크와 잭 다니엘의 오랜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영화에서 먼저 만난 술을 실제로 마셔보고, 그 술과 함께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그렇게 잭 다니엘은 저에게 단순히 독한 술이 아니라 영화와 함께 즐기는 방법이 되어 준 술입니다.
2. 커티 삭 그린 북(2018) 돈 셜리 박사의 하루 마무리 술
공연을 마친 뒤 홀로 앉아 커티 삭을 마시는 돈 셜리. 무대 밖에서 혼자 하루를 정리하는 그의 고독한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 컷
영화 <그린 북>을 처음 보고자 생각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너무나 좋아했기에 비고 모텐슨이 주연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겼습니다. 흑인이 차별 받던 시기에 미국 남부로 그것도 클래식 순회공연을 간다? 로드무비 같으면서도 차량을 이용해 여행과 같은 모험심이 영화에 깔려 있는 듯한 기대감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돈 셜리의 1인 장면이 많이 비춰집니다. 홀로 의자에 앉아 위스키를 들이키는 장면으로 그의 옆에는 항상 범선이 그려져 있는 커티삭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그저 홀로 자신을 다독이며 저녁에 하루의 위로를 자신에게 건네는 장면은 저 술이 어떤 맛일까? 궁금해지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커티 삭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 인터넷을 뒤져 범선 그림이 그려진 술병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커티 삭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곁에 선 돈 셜리와 토니 발레롱가. 미국 남부를 함께 여행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그린 북>의 두 주인공이다.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 컷
커티 삭은 1923년 영국의 주류상 베리 브라더스 앤 러드가 선보인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입니다.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존 스카치보다 가볍고 부드러운 스타일을 지향했으며, 미국의 금주법 시대를 거치면서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금주법이 끝난 뒤에는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1961년에는 미국에서 100만 케이스를 판매한 최초의 스카치위스키가 되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린 북>의 배경이 바로 그다음 해인 1962년이라는 것입니다. 영화 속 돈 셜리가 매일 밤 찾는 커티 삭은 당시 미국에서 이미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위스키였던 셈입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는 수많은 관객의 박수를 받는 돈 셜리지만 공연이 끝난 뒤에는 다시 홀로 남습니다.
그의 음주는 단순히 외로움이라는 하나의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는 그가 홀로 커티 삭을 마시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세상과 끊임없이 부딪히는 돈 셜리의 고독을 드러냅니다. 직접 마셔본 커티 삭은 먼저 접했던 잭 다니엘과는 또 다른 인상이었습니다. 강렬하게 치고 들어오는 느낌보다는 비교적 가볍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저는 커티 삭을 마실 때 잔에 사각 얼음 두 덩이를 넣어 천천히 마시는 편입니다. 얼음이 조금씩 녹으면서 위스키의 강한 느낌은 한결 누그러지고, 한 잔을 오래 두고 마시기에도 좋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먼저 발견했던 범선 그림의 위스키가 어떤 맛인지 알게 된 뒤 <그린 북>을 다시 보면, 돈 셜리의 방 한편에 놓인 커티 삭도 전보다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 병의 위스키일 수 있지만, 적어도 고된 노동을 마치거나 영화 속처럼 홀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한 잔처럼 보였습니다.
3. 조니워커 블랙 라벨 <블레이드 러너 2049>, 미래에도 존재하는 술
나이 든 데커드 곁에 놓인 조니워커 블랙 라벨. 1982년 전작에 이어 2049년의 미래에서도 같은 위스키가 등장하며 인물의 시간을 이어준다.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 컷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된 경위는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하면서 미래적이면서도 사이버펑크 장르 전설적 영화라는 평을 들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다소 암울한 이미지의 미래 배경과 사람들은 소통보다는 홀로 살아감을 보여주고 현란한 네온사인은 생명이 춤추는 시대라기보다는 어두움에 차갑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술병을 보고 그 술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배경에 전작 시점으로 30년이 지나고도 찾아 마시고 판매가 될 거라고 생각한 술은 뭐였을까? 아니면 감독은 저 술만은 먼 미래에도 남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라는 생각들에 상영 이후 술의 종류를 찾게 되었고, 조니워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무려 개봉 기념 콜라보 제품이 있었다고 합니다. 1982년 개봉한 전작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데커드의 곁에는 조니워커 블랙 라벨이 등장합니다. 영화 속 시간으로 보면 2019년의 데커드가 마시던 위스키를 30년이 지난 2049년에도 여전히 마시고 있는 것입니다.
네온과 어둠이 뒤섞인 디스토피아적 도시 풍경. 차갑고 고독한 영화의 분위기는 데커드가 홀로 위스키를 마시는 장면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 컷
조니워커 블랙 라벨은 스코틀랜드 여러 지역의 원액을 블렌딩해 만드는 블렌디드스카치 위스키입니다. 최소 12년 이상 숙성된 원액을 사용하며, 달콤한 과일과 바닐라의 풍미에 은은한 스모키함이 더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앞서 소개한 잭 다니엘이나 커티 삭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영화 속 위스키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을 때 접근하기 좋은 제품이기도 합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와 조니워커의 관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영화에서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새롭게 디자인한 조니워커 병이 등장하고, 앞서 말한 콜라보 제품으로 영화 개봉 당시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한 한정판 ‘조니워커 블랙 라벨 디렉터스 컷’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2049년이라는 영화의 배경 연도에 맞춰 알코올 도수를 49%로 만든 것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어떤 술인지 찾아보는 데 그쳤지만, 시간이 흐른 뒤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 병을 구입해 직접 마셔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고두고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직접 마셔본 조니워커 블랙 라벨은 입안에 남는 은은한 스모키함이 먼저 기억에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천천히 마실수록 달콤한 향과 함께 조금씩 피어오르는 듯한 스모키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이트로 한 잔을 마셔보고, 이후에는 탄산수를 더해 하이볼로도 즐겨보았습니다. 그 뒤로도 얼음을 넣거나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등 그때그때 방법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게 가장 좋다’ 싶은 한 가지 방법은 찾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위스키가 되었습니다.
영화와 함께 조니워커를 마시다 보면 잠시나마 <블레이드 러너>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 속에 홀로 앉아 술잔을 들어 올리는 데커드가 된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을 끝마치며
영화를 보고 나면 가끔 영화 속에 등장한 무언가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배우가 입었던 옷이나 흘러나오던 OST처럼 저에게는 이번에는 영화 속 인물이 마시던 술이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장면 속 소품에 불과했지만 반복해서 등장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대체 어떤 맛이기에 저렇게 찾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위스키를 찾았고, 직접 마셔보며 영화를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이 들어오고 등장인물이 그 술을 찾는 모습도 조금은 다르게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그렇게 스크린에서 시작해 실제 한 잔까지 이어진 위스키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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