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정은 되어야 한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인터뷰 내내 박재정이 이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가수 박재정의 솔로 앨범이 나온다. | 윤종신,미스틱,케이팝,솔로가수,박재정

새 앨범이 나와서 만난 거니까 앨범 이야기 해야죠.그간 윤종신 선배님 덕에 문학적인 가사의 수혜를 받았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아니 완전히 대중적인 곡을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완전히 쉽고, 더 쉽고, 뭐라고 해야 할까요, 팍팍 들어오는….7곡 중 가장 공들인 게 타이틀곡이겠네요.타이틀곡 작곡가인 멜로망스 정동환 님은 제가 추구하는 한국 발라드에 대해 엄청 많이 공부하는 분이기도 해요. 노래를 받고 싶어서 그분을 찾아갔을 때 제게 설명해주셨어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멋지다 싶은 음악도 좋지만 수치나 기록 면에서 뭔가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네가 굉장히 서러워할 거야. 지금 멋있는 음악을 하나 써줄게. 그리고 다음 주 정도에는 정말 대중적인 것도 써줄게.” 그렇게 챕터를 나눠서 곡을 받았어요. 앨범에는 감정을 퍼붓는 발라드도 있어요.집중호우처럼?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려면 집중호우 발라드도 하나 있어야겠죠.집중호우…(웃음) 네. 노래방에서는 그런 것도 부르니까요. 이번 앨범은 노래방에 포커스를 맞추기도 했어요. ‘노래방에서 이걸 불렀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만든 노래도 있어요.95년생인데 굉장히 성숙한 사고방식이군요. 더 늙은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해요. 하고 싶은 주제가 있지만 해야 하는 일도 있어요. 그중에서 뭘 해야 할지 고민도 돼요.그럴 때는 법륜 스님 유튜브를 보시면 됩니다. 굳이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대요. ‘언젠가는 하겠지’라고 생각해요. 주어진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늘 있겠죠. 저는 제게 일이 있는 것에 감사해요. 어떻게 보면 저도 직장인이거든요. 시키는 거 잘하면서 내 것도 하게 해달라고 빌어도 보고, 그게 저의 인생 전략입니다.제 모토도 늘 연골이 닳도록 비는 거예요.빌다 보면 한 번씩은 문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저쪽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알게 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말로 설명할 줄 알아야 해요. “이걸 하면 내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이런 식으로 간절하게 빌면!연예계가 직장이라면 연예인은 특수 직종이겠어요. 특히 그 직종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잖아요. 노출되면 신경 쓸 일이 많죠?엄청 신경 썼어요. 하루에 ‘남이 보는 내 모습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10시간쯤 한 적도 있어요. 그러다 이게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거란 걸 알았어요.그것도 법륜 스님 유튜브로 깨달은 거예요?아니에요. 법륜 스님 유튜브는 최근에 구독해서. 제가 안 좋은 생각을 할수록 그게 나를 더 힘들게 한다는 걸 알고 스스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게 뭘까? 좋은 이미지? 아니면 사람들로부터의 인정? 저는 궁핍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었어요. MC도 하고 행사도 하고, 예능도 거리낌 없었어요. 웃음을 드리고 싶었고 궁핍에서 탈출하고도 싶었고. 집이 빚으로 힘들었어요. 그로 인한 고충도 있었고요. 내 삶이 원래 이런 건가 싶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 걸 다 하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었어요. 의외네요.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고 미국에서 살다 와서 유복한 줄 알았어요.학교는 제 부모님의 학구열 때문이었어요. 미국에는 이민을 갔던 거고요. 미국에서는 1년 살았지만, 다수의 움직임에 끌려서 반응하는 게 아니라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걸 한다는 자세가 인상적이었어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위로라는 걸 생각했어요. 음악을 듣고 위로받고 누군가에게는 그런 걸 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잡힌 거예요. 나도 그렇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자신 있는 걸 해야지. 노래를 좋아하니까 노래를 해야지.‘잘해서’가 아니라 ‘좋아해서’요?네, 좋아하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미스틱에 와서 노래 실력이 는 거예요. 지금도 보컬 학원에 다녀요.미스틱 오기 전에도 에서 우승했잖아요.그건 정말 운이 많이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제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우승이라는 상을 주신 것 같아요. 그때보다 지금에 더 만족해요. 연습도 더 했고 무대에 나가서 떨지도 않고. 그때는 공연이나 버스킹도 안 해보고 2만 명 앞에서 노래를 한 거라 많이 놀랐어요. 그 경험 덕에 더 열심히 살려고 해요. 어릴 때 큰 경험을 했는데, 나중에 내가 한 게 그것뿐이라면 아깝겠죠. 지금은 감사한 마음밖에 없어요. 조금 더 안정적으로 살면서 내 음악을 공개할 날이 올 거라 믿고요.유튜브도 열심히 보는 것 같은데 자기 검색도 해보나요? 악플도 보고요?저는 다 검색해봐요. 다 나에 대한 이야기니까. 댓글은 미니홈피에 방명록 남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 방송들이 하나하나의 게시물이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하는 거죠.대단한 발상이네요.‘내 생각과는 다른데’ 싶은 부분도 있지만 그걸로 힘들어하는 건 시간 낭비니까요. 뭔가 고칠 부분이 있다면 고치려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댓글을 객관적으로 보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나쁜 댓글을 보면) 엄청 속상했죠. 그런데 몇 년 보다 보니까 이제는 그렇게까지 속상하지는 않아요.그것도 법륜 스님 유튜브로…?아니요.(웃음) 그냥 악성 댓글을 단 사람이 왜 기분이 나쁜지를 생각해요. ‘무엇에 기분이 나빠서 그렇게까지 이야기했을까, 그것만 고치면 괜찮은가 봐, 다음에 이 사람이 내 노래를 듣거나 방송에 나온 내 모습을 본다면 좋아하게 만들어야지’처럼. ‘한국 발라드’라는 표현을 썼는데, 한국 발라드에 대한 애착이 있나요?한국말이기 때문에 애착이 있어요. 한국어 시장의 인구는 정해져 있고 소비자 수도 정해져 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노래를 듣는 시간 중에 내 노래를 듣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싸움인데….굉장히 경영자 스타일의 접근이네요.그랬으니까 노래를 대중적으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잘된 한국 발라드도 쭉 듣고.잘된 발라드는 어떤가요?높고, 귀에 쏙쏙 들어오고, 바로 기억나요. 두 번쯤 들으면 그 멜로디가 외워질 정도로.타이틀곡 제목은 뭐예요?‘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아, 좋네요.괜찮아요? 대중적인가요? 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보잖아요.아주 좋네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이라는 제목이 후렴구에도 나와요?나와요. ‘있다면~’ 이렇게 음이 올라가는 거예요.오, 잘되겠네요!잘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천주교 신자지만 불교 공부를 좋아해요. 가끔은 ‘내가 옳게 살았나’를 생각했을 때 ‘나는 다시 태어나는 게 낫겠다’처럼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도 가끔 있었어요.다시 태어나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나쁜 생각을 많이 한 거예요?그냥 스스로 생각한 거죠. 조금 더 따뜻한 말을 할 수 있었는데, 좀 더 베풀 수 있었는데.그 정도만 잘못해도 다시 태어나고 싶을 정도라고요?불교 다큐멘터리를 너무 많이 봤나 봐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싶어요. 이런 생각으로 만든 가사 초안을 회사에 보여줬더니 좀 고쳐보자고 해서 김이나 작사가님과 공동 작사를 하게 된 거죠. 제목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으로 남겨두고.사랑 코드도 있나요?그런 거예요. 다시 태어나면 너를 기다릴 거라고.코인 노래방에서 얼마나 부르는지 볼게요. 저 자주 가거든요. 코인 노래방에 가면 어린 남자들이 혼자 앉아서 발라드를 엄청 많이 불러요. 노래를 부르기만 해도 위로가 되나 봐요.노래방에서 많이 부르는 노래가 중요한 것 같아요. 거기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잖아요. 그래서 ‘내 노래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내가 성공한다’고 판단한 거죠. 동시에 제 전작들과 아예 반대가 되면 안 되고. 그러니까 제 전작의 연장선 느낌이 나면서도 대중적인 걸 만들었습니다.평소에 노래방에 자주 가나요?안 가요. 못 갔죠. 노래방에 갈 시간이 없었어요. 노래방 기계도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예요.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노래방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어요?그냥 찾아보고 판단한 거죠. 유튜브를 봐도 노래에 대한 수요가 엄청 많아요. 노래를 한다, 노래를 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많고. 그래서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그런 마음을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해소해요. 그렇다면 ‘내 노래는 어디서 누구를 해소시킬 것인가’를 생각했고, ‘사람들이 이 노래를 노래방에서 많이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앨범을 기획한 거고요.조사를 상당히 많이 하네요.늘 하죠. 앨범은 처음이니까 생각을 안 하려야 안 할 수도 없었고요.미스틱은 윤종신의 회사로도 유명해요. 곁에서 보는 윤종신은 어때요?‘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답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이에요. 한번은 제게 “젊을 때는 감각을 파는 거고, 연륜이나 경험이 생기면 생각을 파는 거야. 재정이는 젊으니까 감각적으로 스펀지처럼 다 흡수하고, 나중에 그걸 짜낼 때 생각을 잘 정리해야 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어떤 생각을 가진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많이 말씀해주세요.이제 인터뷰가 끝나가요. 혹시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라고 준비한 말이 있나요? 제가 묻지 않아서 못 한 이야기가?아니요. 저는 말이 많아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떻게든 하려고 해요. 제가 하려던 이야기는 ‘이번 앨범이 제 인생에서 되게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중요하다는 말이 되게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