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SEKING
계획대로 된 게 있습니까?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죠. 하지만 목적은 항상 확실했어요. 성공하자.
그 목적에 어느 정도 다가간 것 같아요?
도달했어요.
성공했다고요?
목표가 월 1000만원이었거든요. 일단 도달은 했지만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죠.
유튜브 하면 정말 돈을 버는지 궁금했는데, 진짜 많이 버는군요.
저희 <말왕TV> 채널 구독자가 거의 50만 명 되는데 비슷한 계열의 채널 중에서도 수익이 좀 많은 편이에요. 한 카테고리에서 독점적이니까.
운동 카테고리 유튜브는 많잖아요.
운동과 스포츠는 다르죠. 저희는 스포츠죠.
운동과 스포츠, 같은 말 아니에요?
엄청 다르죠. 스포츠는 말 그대로 즐기는 거고 운동은 자신이 직접 하는 거잖아요. 운동이라는 건 역동적인 게 들어가는데 스포츠는 바라보는 관점이죠. 뭐든지 스포츠가 될 수 있는 거죠. ‘인생도 스포츠다’라고 하지 ‘인생도 운동이다’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듣고 보니 <말왕TV> 볼 때 이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 말 그대로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운동을 가르치진 않죠. 그게 흥미를 끌더라고요. 마치 시각적 ASMR이랄까?
신나고 재미있게 운동하는 걸 보여주는 거죠. 운동하기 싫으면 안 하면 돼요. 구독자분들에게도 제가 맨날 그래요. 운동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그렇게 살아도 돼요?
자기 인생이니까.
아, 내 인생이지.
그렇죠. 저는 누구한테 간섭받지 말자, 나 스스로 잘할 수 있다, 이런 마인드로 살아와서 저 역시 상대를 간섭하는 걸 싫어해요.
왜 계획대로 된 게 있느냐고 물었냐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라는 게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거든요. 빅데이터 시대라고 해도 기대와 예상은 늘 어긋나잖아요.
유튜브는 꾸준히 하면 구독자가 늘어요. 꾸준히 하다 보면 이 콘텐츠는 이 정도 조회 수가 나오겠다 하는 감이 생겨요. 그래도 ‘이게 대체 왜 인기가 없지?’ 싶은 것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구독자분들은 소비자잖아요. 우리가 소비자의 니즈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기보다는 그 니즈가 계속 움직이는 것 같아요. 바닷물처럼요. 그 흐름을 잘 잡는 법을 알면 좋겠지만, 여기서 ‘알면 좋겠다’는 의미는 그걸 알면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데 모르니까 결국 더 많이 준비하게 된다 그런 거죠. 어쩔 수 없는 일 같아요.
원래는 미식축구 선수를 꿈꿨다고 들었어요.
제 원래 계획이 NFL 선수가 되는 거였죠. 미국 프로풋볼 선수요. ‘성공하자’라고 생각한 첫 번째 꿈이었어요. 동양인이 NFL에 간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일이니까. 제가 원래 운동을 하던 애는 아니었어요. 미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체육 시간에 미식축구를 했는데 너무 잘 맞는 거예요. 그래서 대학교 리그까지 들어갔어요. 애초에 대학교 리그에 들어간 것도 기적이었어요. 이건 미식축구해본 사람은 알아요. 미국에서 미식축구는 엄청난 스포츠예요. 그런데 저는 동양인인 데다 경력도 없었잖아요.
그랬는데 어떻게 입단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다짜고짜 코치한테 가서 나 좀 끼워달라고 했어요. 코치가 한숨 쉬면서 제 앞에 두툼한 서류 뭉치를 놓더니 그러더라고요. “이게 현재 고등학교에서 날고 긴다는 애들 서류인데 얘네 뽑겠니, 너를 뽑겠니.” 쫓겨났어요. 당연하죠. 그래도 너무 하고 싶어서 그날 이후로 우리 학교 팀 경기마다 찾아가서 녹화했어요. 녹화 영상 보면서 작전 공부하고 플레이를 기록하고, 그렇게 만든 플레이북 3권 들고 1년 만에 다시 찾아가서 나 이렇게 열심히 했으니까 받아달라고 그랬어요.
근성을 본 거군요.
어떤 공식적인 절차보다 말 그대로 노력의 결실이었죠. 그런 ‘파이팅’이 있었어요. 팀원들도 저를 되게 무시하다가 저를 동경하게 된 계기는 하나밖에 없어요. 웨이트 트레이닝. 제가 독보적이었거든요.
흔히 동양인과 서양인은 근력부터 다르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독보적이었어요?
제가 원래 한 가지에 빠지면 되게 파고드는 편이에요. 운동 좀 해보려고 해도 이 사람 저 사람 알려주는 말이 다르니까 저는 논문을 찾아봤어요. 논문이라는 건 그래도 배우신 분들이 연구를 통해 내놓은 객관적인 결과니까 그걸 보면서 공부하고 운동했죠. 그런데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온 사람과 늦게 운동을 시작한 사람은 아무래도 비교가 안 되더라고요. 특히 미식축구에서는요. 코치가 제게 “네 가능성은 안다. 네게 한번 배팅해보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곧 졸업이기도 하고 현실을 좀 봐야겠다” 하더라고요. 결국 그때 운동을 그만뒀어요. 제 세상이 무너졌죠.
다시 운동으로 일하고 돈도 벌고 있으니 무너진 게 조금은 극복된 걸까요?
정말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져서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보면 그 사람이 생각나는 것처럼 여전히 아프긴 해요. 젊은 운동선수들과 같이 콘텐츠를 만드는 기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되게 부러워요. 열등감이 있어요. 대신 그걸 발판으로 삼는 거죠. 재능이 없지는 않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으니까. 어떤 스포츠를 해도 운동신경이 평타보다는 높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 재능을 살린 게 지금의 콘텐츠인 거죠.
그 재능을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발휘할 생각은 어떻게 했어요? 아까 화보 촬영하면서도 틈틈이 계속 영상 찍고 카메라 보고 말하고. 보통 일이 아니겠더라고요.
저는 사실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소설가요?
운동선수로서의 꿈이 좌절되고 나서 멍하니 있고 그럴 때 글을 썼거든요. 한 120페이지까지는 썼어요. 제목은 아직 가제인데 <람자>예요. 줄거리는 간단해요. 어떤 존재들이 동물들에게 이상한 약물을 주입해서 새로운 창조물로 만들어요. 그 창조물들이 사는 곳에 사람이 들어가면 안 되는데 어린아이가 몰래 들어가면서 생기는 일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 아이 이름이 람자예요. 의미는 없어요. 외국인들이 좋아할 법한 발음 조합이에요.(웃음)
람자는 그래서 어떻게 돼요?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며 어엿한 사냥꾼으로 성장하는데, 애초에 그 세계를 만든 존재들이 람자를 활용하고자 잡아가려고 해요. 그래서 반항하며 도망가다가 강물에 휩쓸려요.
해피 엔딩은 아니네요.
아니죠. 죽었을 수도 있지만 살았을 수도 있죠. 탈출한 거라서 자유를 되찾은 걸 수도 있고요.
모를 일이군요.
개인적으로는 잘 살아 있을 거라 생각해요.
태양 씨는 어때요? ‘쉽고 재미있게 운동하자’가 <말왕TV>의 모토인데 쉽고 재미있게 살고 있나요?
그럼요. 재밌죠. 이것도 제가 창조하는 세계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