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파서블〉 김영광의 액션 영화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오래도록, 언제나, 무엇이든. 김영광이 보여주고 싶은 것. | 김영광,액션 영화,미션 파서블,피끓는 청춘,모델

재킷, 셔츠 모두 에트로. 몸의 열감이 여기까지 느껴져요. 머리칼은 젖어 있고. 막 운동하고 씻고 나온 사람 같네요. 어, 맞아요. 시간이 좀 남아서 집에서 운동하고 나온 길이에요.   신작 <미션 파서블>(가제) 준비인가요? 액션 영화라고 들었어요. 운동하면 부기가 빠지니까 촬영 앞두고 시간 나면 종종 하는 편인데 요즘 빈도가 잦아지긴 했어요. 액션 스쿨에 다니거든요. 벌써 한 달 넘었네요. 이번 작품에 액션 신이 많은 편이라 액션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첫 액션 영화’라며 기대가 커 보이던데요. 처음 시나리오 읽을 때 앞부분이 제가 잘할 수 있는, 굉장히 자연스럽고 즐겁고 쾌활하고 코믹한 내용이라서 그런 분위기로만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액션이 상당히 많이 나오더라고요. 무술감독님이 이번 액션의 장르가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 선배님이 한 무술 칼리 아르니스의 다른 종류래요. 보기만 해도 막 흥분되고 너무 멋있는데 막상 하려니까 어려워요. 첫 액션 영화라 더 신경을 많이 쓰기도 하고요.   재킷, 셔츠 모두 에트로.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 발차기가 일상이었는데 왜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발차기 경력은 어디 가고. (웃음) 그건 배워서 한 게 아니라 현장에서 무술감독님과 간단하게 만들어서 한 액션이었고, 이번에는 전문적으로 배우다 보니 감회가 좀 달라요. 부담스럽기도 한데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한 달 정도 배워보니 좀 는 것 같아요? 늘기는 늘었는데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촬영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연습 시간이 줄어드니까. 다다음 주면 촬영 시작이거든요. (9월 중순부터 시작된 영화 촬영을 앞두고 인터뷰는 그보다 일찍 진행되었다.) 잘해야 하는데…. 물론 액션을 하면 감독님이 탁, 탁, 탁 멋있게 편집도 해주시고 그렇게 찍어주시기도 하겠지만 표정이 걱정이에요. 표정을 전문가처럼 차갑게 지어야 할지 어떨지 생각이 많아요.   단순히 액션만 잘한다고 끝이 아니군요. 좀 더 리얼하게 보여드리고 싶기도 한데, 액션은 정통 액션이지만 스토리에 코믹한 요소가 많거든요. 마음가짐은 전혀 웃길 생각이 없는데 시나리오가 웃겨요.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어요. 그래서 액션은 액션대로 하면서 표정은 어떻게 짓는 게 좋을지 무술감독님, 감독님과 계속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2, 3일에 한 번씩 생각이 바뀌어요. ‘여기서는 일부러 더 오버를 해야 하나?’ 싶다가도 한 이틀 지나면 ‘아니야, 여기선 그렇게 하면 안 돼’ 싶고. 현장에 가면 또 달라질 것 같아요. 찍어봐야죠, 또.   제목이 <미션 파서블>인데 본인에게 임파서블한 미션은 뭐예요? 가능한 거 말고?(웃음) 불가능한 미션, 뭐가 있을까… 갑자기 제 키가 작아질 수는 없겠죠?   키? 큰 키가 신경 쓰여요? 사실은 배우로 데뷔했을 때부터 큰 키가 딱 알맞지는 않았어요. 현장에서요. 움직임이 생생한, 굉장히 동적인 화면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삼각대에 카메라를 세워놓고 찍기보다 감독님이 직접 카메라를 메고 촬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 키가 큰 만큼 감독님이 카메라를 높이 들어야 하니까 “어후, 영광이 키 커서 힘들다” 하며 웃으시는데 죄송스럽고 그랬죠. 그런데 요즘은 상대 배우와 키 차이가 많이 나면 화면 밖에서 다리를 벌려 차이를 좁히기보다 키 차이가 나는 대로 자연스럽게 보여주자는 분위기예요. 이제는 편해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키 크면 비율 좋고 배우로서 장점이겠다 싶은데 현장에서는 그런 어려운 점이 있군요. 특히 저는 팔다리가 길어서 엉성해 보여요. 흐느적거린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보일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좀 더 심했는데 요즘에는 주의하고 있어요.   이번에 액션 연기할 때도 중요한 지점이겠어요. 그렇죠. 흐느적거리는 것처럼 보이면 싸우는 것 같지 않을 테고, 어떻게 절도 있고 힘 있게 포인트를 잘 살려서 보여드릴까 그런 부분이 어렵더라고요. 연습하다 보면 무술감독님이 외쳐요. ‘허리 펴! 허리 펴!’ 구부정하게 숙여서 다니는 게 습관이 돼서.   스카프 장식 코트, 터틀넥 톱, 팬츠 모두 디올 맨. 부츠 던힐. 커머번드 지방시. 그런데 뭔가 신나 보여요. 엄청 힘든데 엄청 신나 보여요. 네, 재미있어요. 기대돼요. 시나리오도 재미있고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도 많이 기대돼요.   11년 됐어요. 모델에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 지. 2008년이었구나, 2009년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 아련한 표정을…. 아니, 너무 오래돼서. 나이도 많이 들었고.(웃음)   마침 요즘 <그들이 사는 세상>을 다시 보고 있어요.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이 꼽는 ‘인생 드라마’라고 하더라고요. 드라마를 만드는 환경이나 사람들의 리얼리티가 녹아 있다고요. 그러니까요. 사실 저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데뷔작이라고 치기에 민망할 정도로 한 게 없어요. 당시 신인이었고, 제게는 처음 보는 세상이었고, 선배님들 따라가기 바빴죠.   10년이 지난 지금은 익숙해진 세상이겠죠? 이제는 조금 편하죠.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 돌체&가바나. 레이스업 슈즈 지방시. 반지 까르띠에. 드라마를 보는데 배우나 배우의 삶에 대해 묘사하는 대사들이 잔상에 남더라고요. 이번에 배우 김영광을 만난 김에 그 대사가 배우에게는 얼마나 와닿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좋습니다.   첫 번째 대사. “뜨기만 떠봐요. 한 방이면 끝이지.” 극 중 신인 배우가 한 말이에요. 배우 김영광은 신인 시절을 지나왔는데 그렇던가요? 한 방이면 끝? ‘좋은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가 될 거야’ 그런 생각을 했죠, 저도. 이 악물고 ‘뜨기만 떠봐’ 이런 의미는 아니고, 훌륭한 연기자 선배님이 많잖아요. 그런 선배님들 보면 연기가 부럽기도 하고, 정말 노력을 많이 하셨을 거다 싶기도 하고. 저도 좋은 배우로 남고 싶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죠.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직인가요? 많이 알려졌다 싶기는 해요. 흔히 말하는 잘된 작품들이 있죠. 무엇보다 제가 맡은 역할을 잘 보여주고, 그 역할이 어떤 심정인지, 극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인지를 잘 표현하면 좋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은 연기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기 위해 항상 생각하고 고민하고 노력하고 집중하고 있다고는, 제 자랑 같아 부끄럽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럼 두 번째 대사. “내가 욕 한두 번 처먹어? 매일 인터넷에, 신문에 욕 먹는 게 일상인데.” 극 중 톱 배우 윤영이 한 말이죠. 악플 읽어보나요? 아뇨, 저는 악플을 읽지 않는 편이에요. 제가 잡은 콘셉트나 연기 방향이 흔들릴 수 있어서. 연기에 대한 기준은 모두 다르잖아요. 악플을 보다 보면 제가 그린 캐릭터를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잘 보는 편은 아니에요. 악플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도움이 되는 말, 배움이 되라고 써주신 듯한 말들이 있어요. 지금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먼저 보여주는 게, 오히려 확신을 가지고 연기하는 게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더 잘 가닿을 것 같아요.   저는 이 대사가 정말 괜찮아서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어요. (고개를 저으며) “내가 욕 한두 번 처먹어?”는 욕먹는다는 걸 인정하는 거죠. 인정하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열려 있고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고 쉼 없이 작품을 할 거라고 말하는 거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앞으로 계속 나아질 건데 내가 거기에 흔들리면 안 되지. 나는 나로서 열심히 하면 되는 거잖아요. 거기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굉장히 마음 아플 거예요.   스카프 장식 코트 디올 맨. 사실 이번에 ‘김영광’을 검색하다 이런 글을 봤거든요. “김영광은 항상 평이한 것 같아.” 이게, 이제 그런 거죠. 악플을 굳이 보지 않는 이유.(웃음) 그런데 오히려 이런 악플은 제게 좋은 말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평이하다는 건 중간보다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만약 평범하다는 의미의 ‘평이하다’는 거라면, 짠맛이나 매운맛을 계속 먹으면 질리잖아요. 평범한 건 도리어 오래가죠. 갑자기 또 제 자랑 같지만 평이하다는 건 오히려 쉽지 않은 거예요. 평이한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저도 무언가 빨리 되고 싶고 이상을 크게 가졌어요. 지금도 이상은 이상인데, 오히려 길을 오래도록 걷는 법을 찾는 거죠.   10년 차 배우의 내공인가요? 아니야, 아니야.(웃음) 그렇다기보다 저도 많이 해보면서 이제 좀 스스로를 챙길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요한 말이네요. 스스로 잘 챙겨주지 않으면 힘들어요.   재킷, 셔츠, 팬츠 모두 에트로. 레이스업 슈즈 벨루티. 벨트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반지 까르띠에. 마지막 세 번째. 인간마다 저마다 중독이 있다는 내용에 나온 대사예요. “우리가 아는 배우들 대부분은 플래시, 포커스 중독이죠.” 관심을 많이 받는 건 굉장히 좋고 기쁜 일이죠. 즐거운 일이에요. 솔직히 작품 하다가 너무 지치고 힘들면 ‘이 작품 끝나면 푹 쉴 거야’ 하는데 막상 쉬면 몸이 찌뿌드드하고 일하고 싶어요. 쉬라고 해도 잘 못 쉬어요. 일 중독이라면 중독이죠.   아까도 그랬죠. 오래 일하고 싶고 더 널리 알려지고 싶다고. 왜요? 무엇이 그렇게 이끌어요? 20대 초반부터 꾸준히 일해오면서 저 나름대로 문제도 많았을 거고, 고민도 많았을 거고, 저 스스로에게 실망도 많았을 거예요. 그러면서도 계속 작품을 하고 욕심이 나는 건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고 앞으로도 쭉 배우로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겠죠. 가끔 그런 생각해요. ‘이 일 안 하면 뭐하고 있을까?’ 그런데 배운 게 이것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꽉 잡고 계속해야죠. 특별히 다른 게 하고 싶다거나 이런 마음은 별로 안 들어요. 시나리오, 대본 받으면 항상 이걸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지배적이에요. 그러다 보면 ‘와, 나 직업 진짜 잘 가졌다’ 그런 생각도 들고.   행복 중 하나잖아요. 내가 하는 일, 나의 직업을 사랑할 수 있다는 건. 뿌듯하죠. 엄청 뿌듯하죠. 욕심이 많을 때는 ‘난 왜 이게 안 되지, 저건 왜 안 되지’ 하면서 스스로 내려 깔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냥 ‘아직 그런 단계가 안 되었나 보다’ 인정해요. ‘더 좋게, 좋게 하면 되지’ 그런 생각으로 해나가요. 물론 매번 편안한 마음일 수는 없지만 스스로 최대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엔 진짜로, <미션 파서블>이니까 김영광에게 언제나 가능한 것은 뭐예요?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또…(웃음) 그냥 바람인데, 어떤 작품이든 다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 내가 얘기하고도 창피한데, 궁극적으로는 배우로서 항상 무엇이든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부끄러워하면서도 할 말 다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 인터뷰하는 거 아닌가요? 궁금한 거 묻고 답하고.(웃음) 연습 장면 한번 보여드릴까요? 무술감독님이 진짜 고수들의 싸움을 보여주고 싶대요. 그래서 실제적인 반응 연습을 많이 해요. 합을 짜지 않고 그냥 하는 거예요. (휴대폰을 꺼내 보여준 영상에 상대가 계속 공격을 시도하고 김영광은 막아내고 반격하는 빠른 템포의 액션이 이어진다.) 지금 보시는 건 맨손 합인데 촬영할 때는 칼을 들어요. 단검.   안 무서워요? 물론 실제 촬영할 때는 촬영용 무딘 칼을 쓰겠죠. 그래도 한 달 조금 넘게 하다 보니까 뭐만 날아오면 저절로 손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