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강해림 "<썸바디>가 여성 킬러의 탄생이라는 해석에 동의해요"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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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강해림 "<썸바디>가 여성 킬러의 탄생이라는 해석에 동의해요"

넷플릭스 <썸바디>에서 건진 가장 소중한 보물 중 하나는 강해림이다. 어느 완벽한 오후를 그녀와 함께 나눴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3.01.21
 
베이지 셔츠 막스마라.

베이지 셔츠 막스마라.

 
〈썸바디〉가 공개되고 나서 변한 게 있나요?
어, 전혀요.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
많은 사람이 알아보지 않나요?
아뇨. 평소에 화장을 안 하고 다녀서 그런가?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고요. 〈썸바디〉가 공개된 이후에도 저를 알아보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못 만났어요.
워낙 김섬(〈썸바디〉에서 강해림이 맡은 배역)이 무표정 혹은 일상적이지 않은 표정으로 자주 나와 못 알아보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이렇게 저랑 편하게 얘기하는 해림 씨는 솔직히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거든요.
맞아요. 〈썸바디〉에선 이렇게 웃지 않죠.(웃음)
모니터링은 했어요?
넷플릭스에 공개되고 나서 한 번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봤어요. 어떤 부분은 생각했던 것과 인과나 시간이 바뀌어 있기도 해서 새로웠죠. 두 번째 보면서는 어쩌면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점에서요.
일단 시리즈 전체의 흐름이 일반적이지 않잖아요. 게다가 김섬이라는 캐릭터도 굉장히 특이한 인물이거든요. 대부분의 캐릭터는 시청자나 작중 인물에게 매력을 어필하거나 사건을 끌고 가는 목적성을 띠는데 김섬이라는 인물은 그렇지 않아요. 아무런 설명 없이 그냥 그 자체로 존재하는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점이 매력적이기도 하죠.
이번에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배우 강해림과 그 역할인 김섬의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다는 얘기가 있었지요. 강해림 씨 역시 이해하기 힘든 사람인가요?
그렇게 되나요? 그런데 어찌 보면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당연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타인을 이해한다는 게….
항상 어려운 일이니까요.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경우가 있나요?
물론 있어요. 주변 사람들을 볼 때 ‘왜 저런 행동을 하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받아들여요?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공감 가는 면을 찾게 되기도 하지요. 물론 공감의 실마리를 정말 찾기 힘든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과 오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면….
탈출구가 없는 관계군요.
가끔, 진짜 가끔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해림 씨에 대해 어떻게 말해요?
좀 특이하다, 솔직하다, 그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냥 ‘솔직하다’인가요? 아니면 ‘지나치게 솔직하다’인가요?(웃음)
너무 솔직하다, 그런데 좋은 쪽으로 솔직하다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솔직한 사람은 오해받을 때가 많죠. 솔직하게 얘기했을 뿐인데, 감정이 섞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요.
저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어요. 전 전혀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그분은 제가 무서웠다고 하더라고요.
오해받을 때도 많죠?
그럼요. 저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와~최고다”라며 좋아했는데 친구들이 “진짜 영혼 없다”고 반응한 적이 있어요. 전 진심으로 기분이 좋았거든요. 그렇게 말을 해도 사람들이 안 믿어줘요.
전 ‘오늘 저녁에 뭐 먹지’ 생각하며 행복해하고 있는데, 제 아내가 ‘뭐 기분 나쁜 일 있어?’라고 물어본 적 있어요.
기자님 MBTI가 뭔데요?
저요? 저는 외향형 관종이라는 엔팁(ENTP)입니다.
외향형이 아닌 것 같은데….(웃음) 전 인팁(INTP)이에요. 외향과 내향만 차이 나네요. 어쩐지 결이 좀 비슷해 보였어요.
자신이 내향형이라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요?
혼자 있는 게 무조건 좋을 때가 있어요. 좋은 자리에 갈 일이 생겨도 그냥 혼자 먹는 게 편할 때?
어? 그럼 저도 내향형인데요?(웃음)
그러니까요. 전 오히려 기자님이 외향형이라고 하셔서 좀 신기했어요.
나이 들면서 바뀌는 경우도 있대요.
그 반대도 있겠죠. 내향형 인간인 줄 알고 살았는데, 알고 보니 엄청 외향적인 성향이었다든지요.  
〈썸바디〉 공개 후에 벌어진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평소 연락하던 친한 친구들은 다 봤다고 연락이 왔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연락을 주고받는 게 재밌긴 했죠. 또 이렇게 〈에스콰이어〉에서 연락이 와서 화보라는 걸 찍게 된 것도 저한테는 재밌는 일이죠.
 
시스루 블라우스, 부츠컷 슬랙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슬립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리퀴파이드 페르시안 러그 세이투셰.

시스루 블라우스, 부츠컷 슬랙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슬립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리퀴파이드 페르시안 러그 세이투셰.

 
전 오히려 이번 화보가 처음이라는 얘기에 좀 놀랐어요.
(웃음) 처음이에요. 난생처음. 소원 중 하나였거든요.
작품에 죽거나 죽이는 장면이 많아 힘들었겠어요.
촬영하는 실제 현장을 생각하면 좀 달라요. 특수효과도 되어 있고, 스태프도 많아 이 사람을 내가 진짜로 죽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재밌게 찍었어요. 와이어가 연결된 손에서 피가 흘러나오도록 한 장치 같은데 너무 신기했죠. 특히 마지막에 성윤오를 죽일 때는 눈에서 피가 흐르잖아요. 그 복잡한 장치들이 연기를 할 때는 다 보였던 거죠. 최종 화면에선 CG로 다 지워져 있지만요.
폭력은요? 폭행을 당하는 장면도 많았잖아요.
너무 당해서 화가 많이 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익명의 여러 남자들이 김섬을 폭행하도록 성윤오가 꾸민 장면에서, 섬이는 영문도 모르고 쫓기거든요. 화장실에 숨어들었는데 남자들이 화장실 칸막이를 뜯어버리잖아요. 거기서 섬이가 처음으로 살인을 저지르죠. 그때 연기를 하면서도 ‘이렇게 당했으면 본능적으로 칼을 휘두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섬이가 그 남자를 죽일 때의 격발이 이해가 되기도 했군요.
그게 당연하다는 게 아니라, 폭행을 당했고 더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거예요. 누구라도 아주 본능적으로 칼날을 휘두를 수 있다고 이해한 거죠.
섬이는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어요. 드라마는 섬이를 선하거나 악하게 그리지 않아요. 그러나 사실은 두 사람을 죽였고 살인하는 과정에서 쾌락을 느낀 사람이에요.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이 드라마는 결국 김섬이라는 살인마의 탄생을 그린 드라마다. 저 역시 동의해요.
아! 생각해보니 무섭네요. 〈썸바디〉의 모든 데이터에 엑세스할 수 있는 권한을 손에 넣으면 더 많은 쓰레기를 죽일 수 있죠.
무섭죠. 나쁜 놈들만 골라 죽이는 살인마의 탄생.
선하지 않아서 더 흥미로운 캐릭터지요.
극도로 이기적인 것 같아 보이는데, 그게 또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해요. 공감을 딱히 할 필요도 없는 아이인 셈이죠. 공감을 안 해도 기은이랑 목원이가 놀아주기도 하고요.
그게 제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지점이에요. 김섬이 기은, 목원과 어떻게 이어진 관계인지가 충분히 설명이 안 되어 있어요.
배우들한테도 다른 정보가 없었어요. 처음에 다 같이 정말 어려워했던 게 왜 목원이가 이렇게까지 섬이에게 헌신적인 도움을 주는 거지? 또 기은이는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을 섬이에게 해주잖아요.
반면 섬은 기은이랑 목원이한테 요구만 하지요.
목원 역을 맡은 김용지 언니도 그런 관계를 이해하기 힘들어했어요. 저희끼리도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고요. 결국 용지 언니는 ‘그냥 섬이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자’라고 결론을 내렸대요.
그게 주제 같기도 해요. 여성들의….
연대.
영화 찍으면서 어떤 장면들이 기억에 남았어요?
초반에는 을지로 쪽 폐허가 된 거리에서 여러 신을 찍었는데, 그 어두운 거리들이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전 그 동네에 처음 가봤거든요.
을지면옥과 양미옥 본점이 있던 곳이죠.
그런데 거기 진짜로 폐허가 되어가고 있던데요?
그 블록 전체가 아마 재개발에 들어갔을 거예요.
서울에 오고 나서는 집 근처가 아니면 강남 쪽만 돌아다녀서 그쪽 동네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촬영 로케이션 말고는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목원이가 굿을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고 또 프린세스 식당의 사장 홍공주와 ‘79졸부’가 사랑을 나누는 설정의 러브신이 뜬금없어서 좋았어요. 생각해보니 다 제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들이네요.
공주의 러브신은 저도 헛웃음이 나왔어요.
처음에는 ‘이게 뭐야? 왜 이래?’ 싶어서 그냥 웃기만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너무 뜬금없어서 좋더라고요. 기은이가 윤오를 처음으로 만나러 갔을 때, 수영장에 햇빛이 비추는 그 장면도 정말 예뻤어요.
그 장면이 그렇게 예뻐서 그다음 장면이 더 무서웠죠.
윤오가 휠체어에서 일어서는데 정말 무섭더라고요.
전 그 시리즈를 보면서 원도심에서 찍으니까 그림이 참 잘 나온다는 생각도 했어요.
종로구, 예를 들면 을지로랑 그 근처에 있는 시장 등지에서 찍었으니 서울의 원도심 지역을 담은 게 맞죠. 그런데 전 그런 시장은 처음 가봤어요. 부산 사람이라 서울에 오고 나서 혼자 어디를 돌아다녀본 적이 없거든요.
섬이의 캐릭터는 거의 전례가 없을 정도로 차갑다는 평을 들었어요. 연기한 입장에서는 어떤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호기심이 정말 많고, 굳이 사람들이 자신과 어울리고 싶어 하지도 않는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아이예요.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친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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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김신애
    STYLIST 윤지빈
    HAIR 김결
    MAKEUP 한마음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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