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코리안 몬스터 제2막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합류한 류현진의 새로운 도전.

BY오정훈2020.01.03
Ryu Hyunjin

Ryu Hyunjin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 이적이 큰 화제입니다. 국내 야구팬들 사이에서 명분(우승반지)이냐 실리(돈)냐를 두고 말이 많은데요. 우선 계약 내용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익히 알려진 총규모는 4년 8000만 달러(약 930억원).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 성적(14승 5패, 평균 자책점 2.32로 리그 1위, 사이영상 2위)을 떠나 왼쪽 어깨와 팔꿈치 수술 등 부상 이력이 있는 만 32세의 투수가 맺은 계약으로는 제법 큰 규모입니다. 잭팟을 터뜨렸다는 얘기도 괜한 소리는 아닌 것이죠. 연평균으로 따지면 애리조나 디백스와 5년 85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매디슨 범가너(만 30세)보다 높습니다. 토론토 내에서는 최고 수준인 것은 물론 구단 역사상 투수 최대 연봉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구단에서 거액을 투자했고 거는 기대 또한 큽니다. 현재 토론토의 류현진은 지난 시즌 LA 다저스에서처럼 1선발은 이미 따놓은 당상입니다. 개막전 선발도 유력합니다.
시작은 그렇게 장밋빛이지만 문제는 포스트시즌입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포스트시즌에서 류현진의 투구를 보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토론토의 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만년 언더독으로서 2015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2016년에 와일드카드를 획득하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이후로는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와일드카드와도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많은 야구팬들이 아쉬워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저력이 있는 팀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는 모습을 기대했으니까요. 물론, ‘야구 몰라요’라는 말처럼 투자를 통해 전력을 보강한 토론토가 일을 낼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뉴욕 양키스, 템파베이, 보스턴 레드삭스, 볼티모어로 이루어진 동부지구의 팀들이 너무도 쟁쟁합니다. 볼티모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권에 도전할만한 팀입니다. 게다가 아메리칸리그는 내셔널리그처럼 쉬어가는 타선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지 않기 때문이죠. KBO처럼 공격력을 갖춘 지명타자가 타선의 짜임새를 더합니다. 류현진이 지난 시즌만큼의 방어율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토론토가 거함 양키스와 같은 지구에 속한 것도 류현진에게는 악재입니다. 지금까지의 류현진은 유독 양키스의 강타선을 만나면 작아지곤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넘어서야 할 산이 양키스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제는 적이 된 다저스도 있습니다. 그간 같은 팀이라 상대하지 않아도 됐던 다저스의 무시무시한 타선과 싸워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이제 류현진에게 그만큼의 든든한 화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토론토의 방망이가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다저스만큼은 아니니까요. 나아가 승리를 지켜줄 불펜과 수비력도 현재로선 큰 기대를 갖기 힘듭니다. 과거 한화 이글스 시절의 ‘소년 가장’ 류현진이 생각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류현진은 팀 성적과 별개로 리그를 거의 씹어먹다시피 했습니다. 물론, 그때는 KBO였고 지금은 MLB입니다. 수준차가 나지만 또 모릅니다. 지난 시즌 사이영상 2위에 빛나는 류현진이니까요. 새로운 팀의 에이스로서 그 기세를 이어 다가오는 시즌에 더 강력한 몬스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절치부심해야겠습니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대신 새로운 도전을 택한 코리안 몬스터의 제2 막은 내년 3월 27일 보스턴과의 개막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입니다.
 
- 프리랜스 피처 에디터 신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