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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

추운 겨울날, 더 추운 아스펜에 갔다. 로얄살루트가 피워낸 새로운 풍미, 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을 음미하기 위해.

BYESQUIRE2020.01.26
 
 

겨울 별처럼 피어난 

 
콧김이 짙게 뻗어 나온다. 오른쪽 앞발과 왼쪽 뒷발이 동시에 눈밭을 헤친다. 두 발씩 네 발이 이루는 경쾌한 리듬은 달리는 속도가 거세질수록 뒤엉키는데 놀랍게도 얽혀 넘어지는 법이 없다. 말은 그렇게 달린다. 말이 그렇게 달린다는 사실을 미국 아스펜, 침엽수 사이로 활강하는 스키어들의 천국, 그곳의 눈 덮인 리오그란데 공원에서 목도했다. 로얄살루트가 후원하는 세인트레지스 월드 스노우 폴로 챔피언십 결승전 현장이었다.
공식적인 대회 기록으로 보는 스노우 폴로의 시작점은 1985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경기다. 말을 탄 선수가 말렛이라 부르는 채를 들고 공을 쳐서 승부를 겨루는 경기가 잔디밭 대신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열렸다. 본래 폴로는 2500여 년 전 페르시아 국왕 직속 기마대가 훈련을 위해 만든 경기다. 격렬하다. 고아하다. 달리는 말의 기세는 그곳이 어디든 거침없고 금세 달아오르는 열기는 정적을 깨뜨린다. 로얄살루트와 폴로를 떼어놓을 수 없는 이유다. 1953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을 위해 탄생한 위스키 로얄살루트는 태생부터 그러하듯 경이로운 가치를 향해 잔을 들어 올린다.
로얄살루트는 전 세계에서 폴로를 후원한다. 그중에서도 아스펜에서 열린 스노우 폴로 챔피언십에 〈에스콰이어〉가 함께한 이유는 그간 보기 드물었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로얄살루트 역사상 최초의 100% 그레인 위스키, 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이 베일을 벗는다.
세인트로지스 월드 스노우 폴로 챔피언십은 3일의 대회 기간 동안 세계에서 모인 관람객 수만 1만5000여 명일 만큼 명성이 높은 대회다. 이곳에서 공식 글로벌 론칭한 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은 여느 블렌디드 위스키와 다르다. 보통의 블렌디드 위스키가 흔히 맥아라 부르는 몰트와 곡물을 일컫는 그레인을 섞어 만드는 데 비해 스노우 폴로 에디션은 오직 그레인으로 완성했다. 그 맛은 어떠할까.
운 좋게도 설원의 폴로에서 영감받아 만든 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을 실제 눈밭에서 마셔볼 기회를 가졌다. 로얄살루트 월드 폴로 앰배서더 말콤 보윅과 함께한 폴로 클리닉 시간을 통해서다. 말렛을 들고 상대방의 공을 쫓아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초보 폴로 클리닉 선수들은 엄청난 체력 소모에 금세 눈밭에 나뒹굴었는데, -13℃의 기온에도 ‘덥다’는 소리를 절로 내뱉으며 큰 소리로 웃게 되는 기이한 현상은 땀 흘린 우리의 기쁨이었다. 그때 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이 한 잔씩 건네졌다.
 
 
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 스노우 폴로가 탄생한 스위스 생모리츠의 위도와 같은 46.5도의 100% 그레인 위스키다. 달콤하고 진한 풍미가 살아 있으며, 바닐라와 토피 향을 더해 우아해진 블렌딩은 긴 여운을 선사한다.

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 스노우 폴로가 탄생한 스위스 생모리츠의 위도와 같은 46.5도의 100% 그레인 위스키다. 달콤하고 진한 풍미가 살아 있으며, 바닐라와 토피 향을 더해 우아해진 블렌딩은 긴 여운을 선사한다.

 
“폴로 선수가 경기를 뛰고 난 후 폴로 에디션을 마시면 어떤 기분일까?” 누군가 SNS에 로얄살루트 폴로 에디션을 궁금해하며 남긴 글을 보고 말콤 보윅을 만나면 물어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에게 묻기도 전에 알아버렸다. 터져나올 듯한 풍미를 얇은 실크 막을 닮은 질감이 감싼 듯 아슬아슬한 맛. 그 질감이 너무도 부드러워 단숨에 꿀꺽 삼키게 되는 맛. 겨울의 한기와 몸의 열기가 충돌해 타는 목마름이 단숨에 뜨겁게 채워지는 맛. 강렬하고도 우아한 이 맛을  못다 표현해 조향사이자 로얄살루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바나베 피용의 언어를 빌린다. “캄캄한 겨울밤을 상상해보라. 그 밤에 피어나는 작고 노란 꽃, 미모사. 내가 스노우 폴로 에디션을 음미할 때 떠오르는 풍경이다. 별처럼 피어난 미모사의 풍경.”
춥고 어두운 겨울날을 밝히는 위스키, 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을 완성한 로얄살루트 샌디 히슬롭과 말콤 보윅, 바나베 피용을 만나 풍미의 비밀을 물었다.
 
 
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의 글로벌 론칭 파티 현장에서 세계 곳곳의 일정으로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이들과 만났다. 왼쪽부터 로얄살루트 월드 폴로 앰배서더 말콤 보윅,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 바나베 피용,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

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의 글로벌 론칭 파티 현장에서 세계 곳곳의 일정으로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이들과 만났다. 왼쪽부터 로얄살루트 월드 폴로 앰배서더 말콤 보윅,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 바나베 피용,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

말콤 보윅 ㅣ 로얄살루트 월드 폴로 앰배서더
폴로 경기 후에 로얄살루트를 마셔본 경험이 있나?
경기가 끝나고 축하하는 나만의 방식이 항상 로얄살루트를 마시는 거다. 로얄살루트 자체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를 축하하며 쏘는 21발의 축포 ‘건 살루트(gun salute)’의 의미를 담아 시작된 브랜드인 만큼 나 역시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언제나 로얄살루트를 먼저 찾는다.
왕실의 스포츠라 불리는 만큼 폴로는 격식과 매너를 중요시하는 스포츠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매너는 무엇인가?
폴로는 명예, 존중, 진정성의 스포츠다. 나는 나만의 폴로 원칙 세 가지를 정해두고 있는데 ‘첫째,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 둘째, 다치지 않겠다. 셋째, 젠틀맨으로서 경기에 임하겠다’이다. 젠틀맨은 다른 게 아니다. 볼이 아웃이면 아웃이다. 정직한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영국 국가대표 폴로 선수이기도 했다. 로얄살루트와 폴로, 이들의 공통된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전 취직을 위해 싱가포르 은행 면접까지 보고 계약서 사인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그때 영국 정부가 폴로 국가대표팀을 만들 예정이라고 연락을 해왔다. 고민할 때 아내가 말했다. “당신은 아직 일할 준비가 안 됐어. 가서 폴로 선수 해. 그러다 정말 그만둘 때가 되면 그때 은행으로 돌아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돌아가지 않고 있다.(웃음) 물론 은행원이 되었다고 해도 후회는 하지 않았을 거다. 은행원 역시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니까. 내가 폴로를 사랑하는 이유와 같다. 관객, 친구들, 환대, 멋진 순간… 폴로는 모두와 어우러지는 하모니 같다. 로얄살루트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과 역사, 향과 맛, 이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환상적인 하모니다.
 
바나베 피용 ㅣ 로얄살루트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
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의 테이스팅 노트를 당신의 언어로 들려준다면?
말없이 해보겠다. (시향지에 어느 향을 묻히며) 겨울의 한밤중에 때때로 꽃이 피어날 때가 있다. 그 꽃의 이름은 미모사다. 미모사는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작은 노란색 꽃이다. (그가 시향지를 건넸다. 따뜻한 질감의 향이 풍겼다.) 이 향의 이름은 미모사 앱솔루트다.  미세하게 꽃향기가 나고 조금 스파이시하기도 하고 녹차 향이 나는 것도 같다. 내가 스노우 폴로 에디션에서 받은 영감을 향으로 해석하면 이렇다. 겨울밤을 밝히는 작고 노란 꽃.
풍경이 그려진다.
(우리는 말없이 그가 건넨 또 다른 시향지들, 풀잎이 떠오르거나 나무가 우거진 해변이 생각나는 향, 5월의 장미를 닮은 향을 천천히 음미했다.)
미각의 95%는, 어떤 사람은 99%라고 할 정도로 상당 부분이 후각에서 온다. 그래서 위스키를 테이스팅할 때 향부터 맡는 거다. 마스터 블렌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향이다. 블렌더가 다섯 가지 위스키를 테이스팅한다 치면 후각으로는 200여 개의 향을 테이스팅하는 셈이다. 블렌더일지라도 일하는 건 거의 코다. 그게 조향사와 블렌더의 교집합이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향을 조율하나?
실내악에는 지휘자가 없다. 악기들의 순수한 앙상블이다. 나는 실내악처럼 향을 대한다고 생각한다. 음악 뒤에, 향 뒤에 숨을 뿐이다. 꽃을 예로 들자면 어떤 사람들은 꽃이 지적이지 않다고 여기는데 나는 그런 생각 자체가 지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꽃이 어떤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말을 건네는지 지켜볼 뿐이다. 꽃들의 소리를 들을 뿐이다. “Listen to Material.”
 
샌디 히슬롭 ㅣ 로얄살루트 마스터 블렌더
100% 그레인 위스키라는 사실이 왜 특별한가?
21년산이라는, 이처럼 고연산 위스키에서 오직 그레인만으로 블렌딩한 경우는 없었다. 스노우 폴로 에디션은 그레인만으로 위스키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고, 이것은 내게도 도전이었다. 원래 우리의 로얄살루트가 굉장히 풍부하고 파워풀한 맛이라면 스노우 폴로 에디션은 아주 섬세하고 세련된 맛이다. 완전히 다르다.
46.5도로 도수가 높은데도 굉장히 부드럽고 달큼한 맛이 인상 깊다.
수많은 위스키를 수년 동안 매일 맛보았는데 이번 스노우 폴로 에디션 100% 그레인 위스키는 감히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다. 로얄살루트에서 나온 건 최초이지만 그동안 100% 그레인 위스키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위스키가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로얄살루트의 역사가 증명한다. 우리는 1953년부터 21년산 위스키를 만들어왔다. 그만큼 오래된 숙성 시간과 섬세한 기술력이 이번 에디션의 비법이자 우리의 바탕이다.
스노우 폴로 에디션을 비롯해 로얄살루트 21년 몰트, 사라진 증류소의 몰트를 블렌딩한 로얄살루트 21년 로스트 블렌드와 같이 남다른 도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발렌타인 3대 마스터 블렌더이자 나의 멘토 잭 가우디와 처음 일할 때 그가 내게 말하기를, 명성을 쌓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만 잃는 건 한순간이라고 했다. 명성을 유지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마스터 블렌더는 항상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건 내가 하는 일의 부분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로얄살루트만의 풍미와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그와 동시에 도전해보는 실험을 꾸준히 한다. 그게 바로 지금 스노우 폴로 에디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