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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LEGACY

고귀한 위스키란 어떻게 탄생하는가? 영국 왕실과 그 맥을 같이하는 로얄살루트의 브랜드 철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4.01.27
 
다른 위스키의 끝에서 출발하다
지난 2022년 엘리자베스 2세의 재위 70주년을 축하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로얄살루트 플래티넘 주빌리 에디션’의 탄생을 알리는 자리에서 로얄살루트의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을 만났다. 그는 말했다. “다른 위스키의 끝에서 우리는 시작한다.”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로얄살루트의 탄생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801년부터 시바스 상회로 주류 도매업에 뛰어들었던 시바스 브라더스(로얄살루트 브랜드의 모기업이다)에게 격변의 기회를 선사한 건 엘리자베스 2세였다. 1952년 56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조지 6세(여담이지만 그는 영화 <킹스 스피치>의 모델이다)의 뒤를 이어 그의 어린 공주 25세의 엘리자베스 2세가 왕위를 물려받았다. 성군 조지 6세를 잃은 슬픔과 어린 나이에 왕위에 앉게 된 엘리자베스 2세를 가엽게 여기는 영국 국민의 마음은 영화 <더 크라운>에 잘 드러나 있다. 시바스 브라더스는 이 시대적 감정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여왕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세상에 없는 위스키를 만들고 싶었다. 시바스 형제는 부드러운 벌꿀 향과 온갖 견과류와 과실의 풍미로 가득한 자신들의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의 볼트(위스키 배럴을 저장하는 창고)를 열어젖혔다. 이곳의 가장 소중한 원액들을 키몰트(위스키 블렌딩에서 주된 풍미를 담당하는 원액)로 21년 이상 숙성된 원액만을 모았고, 사파이어 블루의 포셀린 보틀에 담아 여왕의 즉위를 축하했다. ‘21’은 영국의 군주와 왕실에 존중을 표하기 위해 공식 행사에서 21발 발사되는 예포의 숫자에서 따왔다.
그런데 21년이 뭐가 대단한가? 그 대단함을 이해하기 위해 일단 숙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위스키의 숙성은 지대와 시간뿐 아니라 실질적인 ‘로스’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애초에 위스키는 스피릿(증류 후 아직 숙성을 거치지 않은 투명한 상태의 원액) 상태에서는 우리가 아는 다른 화이트 스피릿(예를 들면 보드카)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마치 갓 태어난 아기들이 비슷하게 귀여운 것과 마찬가지다. 동글동글하기만 한 아기들이 성장해 누군가는 차은우가 되고 누군가는 덱스가 되듯이 위스키 역시 숙성을 거치며 그 색을 입는다. 숙성을 하는 동안 오크통에서는 마법이 벌어진다. 스피릿이 함유한 알코올과 기타 에스테르(발효 단계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향미 물질) 성분들이 오크통에 있는 셀룰로오스, 리그닌, 타닌, 오크통의 기공을 통해 유입된 산소 등과 복잡한 화학작용의 파티를 벌이며 위스키의 캐릭터를 만들어간다. 숙성 과정에는 아픔이 따르는 법. 이 과정에서 ‘앤젤스 셰어’ 즉 천사의 몫이라 이름 붙은 원액 로스가 매해 2%씩 복리로 발생한다.  5년만 지나도 원액의 10%가 날아가고, 20년이 지나면 대략 절반밖에 남지 않는다. 이런 숙성 과정을 최소 3년은 거쳐야 위스키라 이름 붙일 수 있고, 보통은 지금도 16년이 지나면 고연산으로 분류한다. 1953년 당시는 물론 지금도 21년 이상 숙성한 원액만으로 블렌딩한 위스키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 당대로서는 21년 이상의 원액만으로 블렌딩한다는 건 터무니없이 럭셔리한 도전이었던 셈이다. 여왕에게 당대에 헌정한 지금의 ‘로얄살루트 21년 시그니처 블렌드’뿐 아니라 로얄살루트의 모든 제품의 최소 에이지 스테이트먼트는 21년이다. ‘다른 위스키의 끝에서 우리는 시작한다’라는 짧은 말에는 이렇게나 유구한 의미가 담겨 있다.
 
로얄살루트의 코어 레인지 제품군. 왼쪽부터 로얄살루트 21년 시그니처 블렌드, 로얄살루트 21년 몰트, 로얄살루트 21년 블렌디드 그레인.

로얄살루트의 코어 레인지 제품군. 왼쪽부터 로얄살루트 21년 시그니처 블렌드, 로얄살루트 21년 몰트, 로얄살루트 21년 블렌디드 그레인.

 
전통과 혁신
‘최소 21년산’이라는 브랜드의 철학에는 ‘21년 이상 숙성한 위스키 원액으로 완벽하게 블렌딩할 만큼 원액이 충분하게 확보되지 않은 제품은 출시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기도 하다. 이는 탄생부터 7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매우 신중하게 그 코어 레인지(기념 에디션이 아닌 계속해서 생산하는 제품)를 넓혀온 이유다. 달리 말하면, 로얄살루트의 코어 레인지 제품은 최상급의 퀄리티와 균일한 맛과 향을 담보한다. 특히 코어 라인업이 각 위스키의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로얄살루트의 시작인 ‘로얄살루트 21년 시그니처 블렌드’는 몰트와 그레인을 혼합한 제품이며, ‘로얄살루트 21년 몰트’는 몰트 위스키만을, ‘로얄살루트 21년 블렌디드 그레인’은 그레인 위스키만을 혼합한 제품이다. 만약 당신이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의 특징이 궁금하다면, 로얄살루트 21년 시그니처 블렌드를 마셔라. 고연산의 그레인 위스키가 가진 포텐셜이 궁금하다면 주저할 것 없이 ‘로얄살루트 21년 블렌디드 그레인’을 주문해라. 위스키 애호가들이 ‘몰티하다’고 표현하는 향미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당신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로얄살루트의 코어 라인업은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의 정점이자 텍스트 북이다.
로얄살루트가 이렇게 유구한 전통을 가진 위스키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데는 그 역사가 축적한 엄청난 뎁스의 원액들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원액들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거대한 자산이다. 흥미로운 건 전통의 브랜드 로얄살루트가 혁신의 브랜드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2022년에 코어 레인지에 추가된 로얄살루트 21년 블렌디드 그레인이 출시되었을 당시 로얄살루트의 오연정 앰배서더는 이렇게 말했다. “스코틀랜드 138개의 증류소 중 그레인 위스키를 생산하는 곳은 단 7곳입니다. 심지어 21년 이상 숙성된 그레인 위스키의 원액만을 블렌딩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희생이 필요한 도전이죠.” 로얄살루트가 방대한 깊이의 고연산 그레인 위스키 원액을 확보할 수 없었다면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는 일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혁신의 중심에는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이 있다.
샌디 히슬롭은 21년산 블렌디드 그레인 위스키를 완성하기 위한 새 블렌딩 공식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원액과 캐스크를 연구했다. 스트라스클라이드(Strathclyde)와 지금은 사라진 증류소인 덤바톤(Dumbarton)에서 최소 21년 이상 숙성된 희귀한 그레인 원액만을 직접 선별했으며,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에서 오래 숙성시킨 후 섬세하게 블렌딩해 놀랍도록 부드럽고 달콤한 피니시와 매력적인 풍미를 선사하는 로얄살루트 21년 블렌디드 그레인을 완성해냈다. 지금의 코어 레인지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마스터 블렌더인 셈이다.
세계적인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30년산 위스키의 가치와 본질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로얄살루트 30년 스페셜 리추얼 키트’.

세계적인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30년산 위스키의 가치와 본질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로얄살루트 30년 스페셜 리추얼 키트’.

전통을 바탕으로 한 혁신의 예로는 로얄살루트 폴로 에디션과 아트 패션 분야를 아우르는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들 수 있다. 약 2500년 전 페르시아 국왕의 직속 기마대를 비롯한 정예 부대의 훈련용 경기로 탄생한 폴로는 1800년대 후반 유럽 왕실과 귀족들의 스포츠로 자리 잡았으며, 지금도 영국 왕실의 공식 스포츠다. 힘과 밸런스, 유연성이 요구되는 폴로 경기는 실크처럼 부드럽고 우아하지만 강렬한 힘을 가진 로얄살루트의 풍미와 그 가치를 공유하며, 격조 높은 럭셔리 스포츠로서 역사는 로얄살루트와 그 결을 함께한다. 로얄살루트가 매년 특별한 폴로 에디션을 선보이는 이유다. 폴로 경기가 펼쳐지는 초록색 필드와 푸른 하늘에서 영감을 얻은 첫 번째 폴로 에디션 ‘로얄살루트 21년 그래스 폴로 에디션’부터 에메랄드 빛깔의 광활한 해변가에서 펼쳐지는 폴로 경기에서 영감을 얻은 두 번째 폴로 에디션 ‘로얄살루트 21년 비치 폴로 에디션, 설원에서 펼쳐지는 스노 폴로의 유니크함을 담은 세 번째 폴로 에디션 ‘로얄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 그리고 이국적인 아르헨티나 에스텐시아의 정취를 담은 네 번째 폴로 에디션 ‘로얄살루트 21년 에스텐시아 폴로 에디션’, 인도 블루시티의 낭만을 담은 감각적인 보틀 컬러의 다섯 번째 폴로 에디션 ‘로얄살루트 21년 조드푸르 폴로 에디션’까지. 로얄살루트 폴로 에디션은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풀 에디션을 모으기 위해 애쓰는 소중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아트와 패션으로 그 행보를 넓히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로얄살루트는 2019년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크리스티자나 윌리엄스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브랜드 세계관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컨템퍼러리 아트 브랜드로서 행보를 알렸다. 이후에는 아트의 영역을 넘어 패션과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에 도전하기도 했다. 전 세계 200병 한정판으로 출시된 ‘로얄살루트 하우스 오브 퀸 바이 리차드 퀸’을 통해 패션과 예술 그리고 위스키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로얄살루트 21년 리차드 퀸 에디션 2’를 출시하면서는 한국을 첫 선의 무대로 선정해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 작가와 협업해 30년산 위스키의 가치와 본질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로얄살루트 30년 스페셜 리추얼 키트’로 아트와 패션 영역을 넘어 디자인으로 그 영역을 넓혔으며,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케이트 맥과이어와 함께 브랜드 역사상 최고의 마스터피스로 꼽히는 ‘로얄살루트 포시스 오브 네이처 바이 케이트 맥과이어’를 국내에 소개한 바 있다. 브랜드 자체가 하이엔드인 로얄살루트에는 최상급의 원액들만 모은 수퍼 하이엔드 라인도 존재한다. 로얄살루트 30년은 엘리자베스 2세가 매년 여름휴가를 보내는 홀리루드 궁전의 키를 건네받는 의식인 ‘키 세리머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보틀에는 홀리루드 정원의 문, 의식에 사용되는 대검, 여왕의 상징인 장미가 양각되어 있다. 로얄살루트 38년 스톤 오브 데스티니는 중세 스코틀랜드 왕가의 대관식에서 새로이 즉위하는 군주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상징물로 사용된 ‘운명의 돌(Stone of Destiny)’에서 영감을 받았다. 화강암 문양의 플라곤 정면에 중세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문양을 24캐럿 도금 라벨로 새겼다.
 
인도 블루시티의 낭만을 담은 감각적인 보틀 컬러의 다섯 번째 폴로 에디션 ‘로얄살루트 21년 조드푸르 폴로 에디션’(왼쪽)과 한국 시장에서 첫선을 보인 바 있는 ‘로얄살루트 21년 리차드 퀸 에디션 2’의 보틀 패키지.

인도 블루시티의 낭만을 담은 감각적인 보틀 컬러의 다섯 번째 폴로 에디션 ‘로얄살루트 21년 조드푸르 폴로 에디션’(왼쪽)과 한국 시장에서 첫선을 보인 바 있는 ‘로얄살루트 21년 리차드 퀸 에디션 2’의 보틀 패키지.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ROYAL SAL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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