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어워드 WAF 2019에서 수상한 올해의 건축물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세계 최대 규모의 건축 어워드 WAF(World Architecture Festival). 작년 말 발표된 2019년 수상작들에서 엿보는, 오늘날 인류가 좇는 주거와 조형의 가치.






World Building of the Year


© Stijn Bollaert

© Stijn Bollaert


LocHal Public Library Tilburg, Netherlands by_Civic architects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한 화두다. 더 정확히는 갈수록 중요해진다고 말해야겠다. WAF가 ‘올해의 건축물’ 상을 재생 건축 프로젝트에 수여할 만큼. 네덜란드 틸뷔르흐에 위치한 록할 공공 도서관의 전신은 1932년 전차 격납고로 지은 건물이다. 그 용도를 잃자 5400m2규모에 천고는 15m에 달하는 건물이 그대로 방치됐고, 철거 직전에 시빅 아키텍츠를 필두로 한 몇몇 건축 사무소가 공공 시설로 재단장한 것이다. 명목상 공공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프로젝트의 목표는 도서관의 다음 단계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건물 내부에는 서가와 독서 공간 외에도 예술 단체의 작업 공간과 시민들에게 기술을 알려주는 다양한 랩(lab)을 갖추고 있다. 사실 새로운 건축 요소는 많지 않다. 심사위원단이 호평한 건 오히려 그 지점, 최소한의 변화로 도출한 최대한의 변화일 따름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 “유휴 공간이 사회적 콘덴서(condenser, 응결 장치, 혹은 이동 수단의 축전기)가 되었다”는 것이 심사 평의 마지막 문장이다.


Landscape of the Year


© Su Shengliang, Zhan Changheng, Zhang Yong

© Su Shengliang, Zhan Changheng, Zhang Yong

Demonstration Section of Yangpu Riverside Public Space Shanghai, China by_Original Design Studio
상하이는 낙차가 큰 여러 얼굴을 가진 도시다. 으레 회자되는 이미지는 미래 도시를 연상케 하는 푸둥의 스카이라인이지만, 한 발짝만 비껴 서면 금방 빨래와 건어물이 주렁주렁 걸린 빈민가나 공업단지를 만나게 된다. 황푸강 변의 퍼블릭 스페이스는 공단 밀집 지역인 양푸 지역 개발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다. 공장이 촘촘히 들어선 탓에 강변 보행로가 끊겨 있었는데, 100년이나 지속된 이 문제를 강 위에 세운 일종의 데크(deck)로 해결한 것이다. 신의 한 수는 데크를 공장 시설의 구조, 소재, 질감으로 구성했다는 것. 공업화 시대를 유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시민들과 다시 공유하는 게 목표였다고 하며, 상하이에서 흔히 보기 힘든 이 성찰적 아이디어와 그에 따른 세세한 디테일이 WAF의 ‘올해의 조경’ 상 선정 이유였다.


Housing


© Majid Jahangiri

© Majid Jahangiri

Cedrus Residential Tehran, Iran by_Next office
주거 형태는 당대의 형식, 즉 문화를 반영한다. 때로는 과도기적 문화까지도. 테헤란은 도시화를 거치며 인구 밀도, 문화, 규율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개인주의가 대두되며 집단 생활을 하는 주거 전통과 반목하고 있으며, 건축 규정의 끊임없는 수정 때문에 건물과 도시의 형태에 일관성이 없다. 개연성 없는 건물들이 틈 없이 바짝 붙어 있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일 터. 넥스트오피스는 이런 현실의 인식 아래 시드러스 레지덴셜을 디자인했다. 일반 오피스텔과 유사한 구조이지만 창문과 발코니에 과감히 변주를 준 것이다. 일관성 없는 주위 환경에도 쉽게 융화되고, 연결되지 않은 저마다의 발코니는 프라이버시를 위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심사위원단의 찬사는 “테헤란이라는 도시의 형태 언어와 공공 영역에 대해 비판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생활적 규범을 두루 고려했다”는 것. 그리고 그 뒤에 이런 말도 덧붙였다. “동시에 세계 어느 곳에서나 메리트가 있을 아이디어다.”


Use of Colour Prize


© archimatika

© archimatika

Comfort Town Kiev, Ukrain by_archimatika
컴포트 타운은 우크라이나 최초의 단지형 주거지이다. 40만m2 규모의 대지에 180개의 저층 아파트와 상가, 체육관, 야외 운동장, 카페를 구성한 것이다. 문제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단 여느 프로젝트가 그렇듯 예산이 과히 박하게 책정되었다는 것. 건축가는 비용이 드는 장식적 요소를 모두 제거하는 대신 세 가지 핵심 요소로 특색 있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각기 다른 지붕 높이로 리듬감을 주는 실루엣, 프렌치 발코니 시스템을 적용한 창문, 그리고 컬러. 비비드 톤이라고도, 파스텔 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오묘한 색감이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Hotel and Leisure


© Patrick Reynolds Photography

© Patrick Reynolds Photography

Lindis Lodge Ahuriri Valley, New Zealand by_Architecture Workshop
뉴질랜드 남알프스의 빙하 계곡은 칼바람이 부는 지역이다. 한겨울에는 기온이 -16℃까지 떨어지는데, 또 여름에는 35℃까지 오른다. 오두막을 짓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닌 셈. 아키텍처 워크숍은 이 척박한 땅에 5개의 객실을 둔 럭셔리 숙소 린디스 로지를 세웠다. 설계의 주안점은 환경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었다. 빙퇴석 특유의 층에 한 겹 더한 듯한 건물을 만드는 것. 처마가 낮고 너른 이 구조물의 효과는 WAF의 호들갑스러운 심사 평에서 잘 드러난다. “시적이고, 영감을 주며, 세심한 디자인인 동시에 배수 처리, 난방, 냉방, 환기, 단열까지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그저 놀랍다(Just Amazing)!”


Higher Education and Research


© Nozomu Shimao

© Nozomu Shimao

Kokugakuin University Learning Center Tokyo, Japan by_Nikken Sekkei
시부야는 도쿄의 중심이라 할 만한 지역이다. 온갖 비즈니스 업체가 밀집해 있는 상업 지구이며 이름난 유흥가, 관광지이기도 하다. 동시에 인구밀도가 극도로 높은 주거지역으로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지하철역을 갖추고 있다. 놀랍게도 이 지역 안에 대학교도 있다. 고쿠가쿠인 대학교는 1882년 일본의 문화와 역사 연구를 주목적으로 설립한 대학이다. 캠퍼스라기보다 주택가에 커다란 빌딩 하나가 들어서 있는 형태인데, 140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여느 대학처럼 규모 확장도 했다. ‘고등교육 및 연구 건축물’ 상을 받은 종합학수관은 신사와 주택, 빌딩 사이에 최대한 몸을 비집어 넣은 듯한 형태의 건물이다. 풍부한 미감까지 챙기면서. 심사위원단의 평은 “건축물이 고대 신사와 현대 도시 양쪽과 시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일본식 기와 지붕을 닮은 형태와 전면과 측면을 빼곡히 채운 격자형 통창의 덕분일 것이다.


Health


© Sharon Davis Design and Possible Health© Sharon Davis Design and Possible Health
Bayalpata Regional Hospita Accham, Nepal by_Sharon Davis Design and Possible Health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인공, 촉망받던 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사고로 불구가 된 손을 고치기 위해 찾아간 곳은 네팔. 물론 고대 주술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네팔은 의술이 발달하긴커녕 병원도 흔치 않은 곳이니까. 네팔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외진 지역인 아크참은 인구가 25만 명이 넘는데도 의료 서비스업체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바얄파타 병원은 3만m2 대지에 5개 병동으로 이루어진 병원이다. 70여 개의 침대와 약국, 방사선실, 실험실까지 갖추고 있다. 시상 평은 “건축가가 현장과 상황에 무엇이 필요한지 세심하게 파악하고 지능적으로 대응한 좋은 예”라는 것. 자원이 부족한 여건에서 꼭 필요한 시설을 파악해 효율적으로 배치했고, 현장 자재를 효과적으로 사용했으며, 그 와중에 탄소 제로 디자인까지 충족했다.


Religion


© CEBRA

© CEBRA

Qasr Al Hosn Abu Dhabi, UAE by_CEBRA
카르스 알 호슨(Qasr Al Hosn)은 ‘요새 성’이라는 뜻. 18세기에 담수 보호 시설로 지었다가 후에 왕실로, 또 나중에는 정부 청사로 사용된 시설이다. 오늘날에는 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부다비 문화관광부와 건축 사무소 세브라가 만든 건 이 문화유산을 둘러싼 14만m2 규모의 무살라(musallah, 회교도 사원 바깥쪽에 조성한 공원)다. 영감의 원천은 아부다비 곳곳의 자연 요소. 해안 사막의 진흙에 나타난 균열에서 패턴을 떠올리고, 아부다비 인근 솔트 플랫(바닷물의 증발로 침전된 염분으로 뒤덮인 평지)에서 불규칙하면서도 기하학적인 조형을 가져왔다고 한다. 자연적으로도, 혹은 극히 미래적으로도 보이는 이 완충 지대는 아부다비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과 도심의 고층 건물이 이질감 없이 섞이도록 돕는다.


Engineering Prize


© Su Chen, Chun Fang

© Su Chen, Chun Fang

Swirling Cloud Beijing, China by_SUP Atelier
수상 부문과 비정형 건축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외관 때문에 으레 첨단 소재와 기술을 짐작하게 되지만, 이 조형물의 정체는 대나무 캐노피다. 2018년 베이징 임업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대나무정원축제를 위해 만든 것이다. 인포메이션 센터 용도로. 교수들은 대나무를 소재로 하는 것 외에 따로 제약을 두지 않았고, 건축가는 〈초한지〉의 유방이 부른 ‘대풍가’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큰 바람이 일어 구름을 하늘 너머로 날려버리네.” 대나무 특유의 물성에 주목해 바람에 날리는 구름을 형상화하기로 한 것이다. 미니어처를 만드는 대신 디지털 시뮬레이션으로 설계를 구축했고, 한편으로 대나무 생산자 및 공예 기술자와 협업해 전통 방식을 도입했으며, 공장에서 사전 설계해 넘버링을 붙인 대나무 빔을 현장에서 조립하며 즉각적으로 보완했다.


Office (Future Projects)


© Modern Office of Design + Architecture

© Modern Office of Design + Architecture

Attabotics Office Calgary, Canada by_Modern Office of Design + Architecture
캐나다의 로봇업체가 본사 건물을 디자인하며 보내온 요청은 아주 간명했다고 한다. ‘지루한 네모 상자를 만들지 말 것.’ 제약은 오히려 입지 조건에서 나왔다. 아타보틱스가 제시한 1만2000m2의 부지는 캘거리 국제공항과 너무 가까웠으니까. 건축 사무소 모던 오피스 오브 디자인+아키텍처가 제안한 디자인은 직각삼각형 형태의 건물이다. 캐나다민간항공전국협회(NAV Canada)가 규정한 공항 근접 건축물의 높이 제한을 지키면서 동시에 건축주의 미션도 해결한 것이다. 아래 2개 층은 주차장과 제조 공간으로, 상부 2개 층은 오피스로 활용하는데, 모든 층을 통창으로 둘러싸며 사선형 측면에도 둥근 유리창을 내 모든 층에 하루 종일 충분한 일조량이 들도록 설계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건축 어워드 WAF(World Architecture Festival). 작년 말 발표된 2019년 수상작들에서 엿보는, 오늘날 인류가 좇는 주거와 조형의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