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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신형 투아렉으로 즐긴 오프로드 시승기

사하라 사막을 누비는 용맹한 부족에서 유래한 이름처럼 투아렉은 터프하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한 모순적 매력을 지녔다.

BYESQUIRE2020.02.26
 

Gentle Off-Roader 

 
험로를 달려도 뛰어난 차체 강성과 에어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험로를 달려도 뛰어난 차체 강성과 에어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에는 내비게이션 지도를 비롯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에는 내비게이션 지도를 비롯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이탈 각이 다소 아쉽지만 아슬아슬하게 지면에 닿지는 않았다.

이탈 각이 다소 아쉽지만 아슬아슬하게 지면에 닿지는 않았다.

세계적으로 SUV 열기가 뜨겁다. 전통적인 세단을 대체하는 모양새다. 20세기만 해도 고급 SUV라면 사막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던 레인지로버뿐이었는데 이제는 롤스로이스마저 컬리넌을 생산한다. 이에 질세라 저 멀리 토리노의 순혈주의자마저 프로산게(Purosangue, 순혈)라는 이름으로 SUV 개발에 뛰어들지 않았나(페라리가 아니면 누구겠는가)? 덩치 크고 힘센 ‘다목적 차’는 이제 시장의 주류가 됐다. 투아렉은 비교적 선구자에 속한다. 2002년 데뷔해 보잉 747을 끌던 장면이 생생한데 벌써 3세대로 진화했다. 아낌없이 쏟아부어 개발한 후 그룹 내 다른 모델로 나눠주는 전략은 여전하다. 그러니까 이 차는 카이엔이나 Q7, 우루스를 통해 빛이 나는 전략 차종이랄까? 같은 처지였던 페이톤이 사라진 지금 명실상부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모델인 셈이다. 실제로 만나본 투아렉은 이름 그대로 사하라 사막을 누비는 용맹한 부족처럼 당당하면서도 가뿐했다. 폭스바겐 수석 디자이너였던 클라우스 비숍의 손끝에서 태어난 차라 어딘지 모르게 브랜드 내 여느 차와는 다른 느낌이 묻어난다. 특히 스포티한 뒷모습은 영락없는 7세대 골프 느낌이다. 이제 그룹 총괄 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긴 그의 단정한 면면을 강조한 특유의 디자인을 마지막으로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2m에 육박하는 너비에 비해 높이는 167cm라 옹골찬 느낌이다. 헤드램프와 크롬 그릴을 한데 묶어 입체적이면서도 단정해 보인다. 안팎을 관통하는 테마는 경계 없이 하나로 이어진 디자인. ‘이노비전 콕핏’이라 이름 붙인 운전석에 앉으면 계기판과 센터 스크린이 연결돼 시야에 가득 찬다. 각각 12.3인치, 15인치 크기라 보기 시원하고 조작이 간편하다. 다이얼 레버로 주행 모드를 고르면 커다란 액정에 자동으로 연동되어 큼지막한 버튼이 뜨는데, 그걸 누르는 게 한결 편하다. 
 
 
R라인 트림에 달리는 21인치 블랙 스즈카 알로이 휠.

R라인 트림에 달리는 21인치 블랙 스즈카 알로이 휠.

 
운전자 위주로 설계한 이노비전 콕핏. 시트 길이와 각도 등 조절 범위가 넓고 요추는 에어포켓으로 지지해 어지간한 체형이라면 원하는 운전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운전자 위주로 설계한 이노비전 콕핏. 시트 길이와 각도 등 조절 범위가 넓고 요추는 에어포켓으로 지지해 어지간한 체형이라면 원하는 운전 자세를 취할 수 있다.

LED 헤드램프는 기본이며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V8 투아렉에만 허용된 옵션이다. 반면 이번 시승의 주인공은 마술 같은 에어 서스펜션과 유연한 하이브리드 플랫폼, 아주 세련된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모델이었다. 전날 내린 비로 축축해진 오프로드 세트장은 보령머드축제 현장을 연상시켰다. 차에 올라 경사각 25도의 길고 가파른 언덕을 천천히 올랐다. 접지를 살리기 위한 운전자의 노력이나 탄력 주행이 필요 없이 너무나 쉽게 올랐다. 앞바퀴로 최대 70%, 뒷바퀴로 80%의 힘을 몰아줄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구동을 배분한다. 운전자는 전혀 개입할 필요가 없다. 하늘만 보이는 좁은 경사로에서 우회전하는 구간에서는 예상했던 회전 반경이 무색하게도 아주 수월하게 회전했다. ‘올 휠 스티어링’ 덕분인데 시속 37km 이하 주행에서 앞뒤 바퀴의 조향을 달리해 회전 반경을 확 줄여주는 유용한 사륜 조향 시스템이다. 올라왔으면 내려가기 마련. 급경사로에서 알아서 제동하며 내려오는 기능(HDC)은 완벽했다. 작동도 매끄럽고 거슬리지 않아 운전자가 할 일은 그저 앞을 바라보며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뿐이었다. 내심 긴장감이 풀리며 허무해질 정도다.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 작동 감각을 체크하기 좋은 모글 주행에서는 감탄사만 나왔다. 앞뒤, 좌우로 끊임없이 충격이 가해지는데 차체는 비틀리는 일말의 느낌조차 없이 툭툭 처내며 순항했다. 하체에 살짝 닿아도, 두 바퀴가 공중에 떠도 액셀만 살짝 밟으면 접지된 면적만으로도 매끈하게 나아갔다. 한껏 응축됐던 서스펜션은 이내 돌아오고 자세를 바로잡아 수평을 유지했다. 그 과정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투아렉은 고급 오프로더의 가치를 오프로드에서 매끈하게 설파했다. 시트는 편안함의 핵심이다. 아무리 에어 서스펜션으로 노면을 매만져도 시트가 형편없으면 승차감이 영 나쁘다. 볼보의 편안함과 벤츠의 고급감 사이에 자리한 독일식 안락함이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기본이다. 일일이 기능을 나열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모든 첨단 사양이 기본이다. 너무 짧은 시승이라 확인하지 못해 아쉬웠을 뿐.

정리해보자. V6 286마력 엔진은 토크가 넘친다. 6.1초면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최고 시속은 238km에 이른다. 그러면서도 연비는 경유 1L로 10.3km를 달릴 수 있다. V8 421마력 엔진은 상징적인 유닛이다. 91.8kg·m에 이르는 무지막지한 토크에서 비롯되는 견인력은 미국형 2축 트레일러 캠퍼도 쉽게 토잉할 수 있다. 아쉽겠지만 디젤 SUV의 끝판왕을 원한다면 기다림이 답이다. 기본형인 3.0 TDI 프리미엄의 가격은 8890만원. 신차임에도 이례적으로 현금 할인 10% 프로모션이 따라온다. 타던 차를 중고차로 파는 트레이드인 프로그램은 손상된 로열티를 채우려는 전략이며 2분기에 출시되는 V8 4.0 TDI 모델은 한정 수량으로 판매한다니, 마케팅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견줄 수 있는 대안이 늘어나는 건 환영이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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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임건
  • WRITER 최민관
  • PHOTOGRAPHER 정재욱
  • WEB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