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뒤흔든 전 세계 나라별 모습, 일본 오사카 편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세계보건기구가 3월 11일 ‘팬데믹’을 선언했다. 주요 5개 국가 중 일본 오사카 도시에서 팬데믹 시대에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From OSAKA


writer 강민성
지난 3월 2일 출근 시간의 도쿄 시나가와 역.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월 2일 출근 시간의 도쿄 시나가와 역.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오사카시 미야코지마구에 있는 우리 집에서 덴마바시에 있는 사무실로 가기 위해 나는 10번 시내버스를 탄다.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분 안팎. 출근할 때 내가 내리는 정류장에서 두 정거장 전쯤에 라이브 하우스 ‘아크’가 있다. 지난 3월 6일 오사카부에서 13명의 새로운 확진자가 나왔다. 그때까지 나온 확진자 수는 총 31명. 그중 29명이 오사카 시내에 있는 라이브 하우스 두 곳에서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크는 그중 하나다.
아크가 오사카 내 집단 감염의 근원지라는 사실이 밝혀진 그 주 주말, 나는 일을 해야 했다. 벌써 며칠째 연속 야근이고, 몇 주째 주말 근무인지 모른다. 2월 중순부터 조짐은 있었다. 내가 일하는 회사는 살균 탈취 장치를 만드는 한국 회사의 일본 법인이다. 당시에는 일본과 한국의 확진자가 많지 않았음에도 일본은 물론 중국 판매상들이 코로나19 유행의 낌새를 채고 우리 회사와 대리점을 찾았다. 그렇게 시작된 판매 호조가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되자 폭발했다. 정말이지 눈코 뜰 새가 없다.
주말 근무를 위해 10번 버스에서 사무실로 가는 길에 회사 건물 앞에 인파가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건물 지하에도 라이브 하우스가 있는데 그곳을 찾은 인파가 건물 입구 근처에 모여 잡담을 하고 있었다. 나는 20대에는 한국에서 ‘라이너스의 담요’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고, 일본으로 건너온 이후에도 팀을 꾸려 라이브 클럽 무대에 간간이 올랐다. 그런 이유로 라이브 하우스의 생리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다. 클럽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은 지역 클럽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감상한다. 회사 건물 앞을 막은 사람 중에는 라이브 하우스 아크에 갔던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등골에서 식은땀이 났다. 20대의 나였다면 코로나19 따위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라이브 하우스를 찾은 인파에 섞여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에 아내와 아이를 두고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사는 아빠의 심정은 전혀 다르다. 온몸을 움츠리고 인파를 지나 사무실에 올라가자마자 손을 씻고 양치를 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폐렴으로 받게 될 고통은 그리 두렵지 않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심한 감기 증상 정도라고 하니까. 정말 두려운 건 격리다. 나를 가장 무섭게 하는 건 나와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2주간 격리될 수 있다는 사실, 심지어 확진 판정을 받으면 완치될 때까지 기한 없이 갇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대표를 제외하면 일본 법인의 실무자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내가 격리되면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는 어떻게 될까? 손을 씻고 양치를 하는 것밖에는 두려움을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다. 발열 증상이 있으면 나흘 후에야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검사도 병원에서는 받을 수 없고 보건소를 찾아 검사 대상인지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 ‘검사 대상’이 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한국은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거나 국외에 다녀온 사람 중에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검사를 받게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해당 동선에 있었던 사람에게는 심지어 연락이 간다고 한다. 선제적 조치인 셈이다. 일본의 경우는 얼마 전 폐렴 증세를 보이는 아동이 보건소에서 검사 거부를 당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을 정도로 검사에 소극적이다. 한국은 ‘전부 찾아 검사하고 전부 다 고치자’는 주의라면, 일본 정책에는 ‘놔두면 지나갈 일은 굳이 파헤치지 말자’는 정서가 배어 있다. 두 나라의 정책이 다르고 사정이 다르니 공포의 크기보다는 공포의 색이 다른 느낌이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선제적 조치를 두고 과잉 반응이라고 비판한다. 심지어 사회 붕괴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밖에서 보면 한국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을 최대한 찾아내고 이들을 격리해 치료한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1차적으로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지만 2차적으로는 가치 있는 보건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이다.
코로나19의 유행 초기에 한국에서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 세력이 있었고, 일본 내에서는 중국인과 한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 세력이 있었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자 한국은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고, 일본은 중국인과 한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그러나 입국 금지를 주장했던 두 나라 세력의 반응은 같고 또 달랐다. 한국에선 “이제 와서 하면 뭐 하냐”, “진작 좀 하지”라는 말이 나왔고, 일본에선 “이제라도 해서 다행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세계 어느 곳이나 처음 맞은 대유행의 철퇴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응이 엉망이라는 기사를 일본에서 보고 있자면 ‘여기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지금 일본의 학교는 휴교 중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니 맞벌이 부부는 죽을 맛이다. 정부에서는 결국 학교를 개방하겠다고 나섰다. 교사를 통솔 인력으로 두고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은 학교에 나와 시간을 보내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애들도 나오고 통솔 교사도 나오면 그냥 개학을 하지’라는 말이 나왔다. 재밌는 건 엄밀히 따지면 휴교 중이기 때문에 급식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인들 지금 엉망이 아니겠나 싶다.
세계보건기구가 3월 11일 ‘팬데믹’을 선언했다. 주요 5개 국가 중 일본 오사카 도시에서 팬데믹 시대에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