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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뒤흔든 전 세계 나라별 모습, 서울 편
팬데믹 시대에 해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일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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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SEOUL
」writer 박세회

3월 9일 한국 의료진이 확진자를 앰뷸런스에서 병상으로 이송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2월 23일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바 있다.
포틀랜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는 대유행으로 번졌다. 대구와 경북의 확진자 수가 엄청난 기세로 치솟으며 ‘중국인 관광객도 한국에는 오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 택시가 창덕궁을 지나 고희동 가옥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기사님이 말했다. “그래도 중국인들 안 오니까 좀 낫죠? 여기 사는 사람들은 중국인 관광객들 시끄럽다고 난리던데.” 갑자기 웬 중국인? 방금 전까지 기사님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손님이 얼마나 많이 줄었는지 상상도 못 할 거라면서 신세 한탄을 늘어놓던 차였다. 나는 그 순간 포틀랜드의 부랑자에게 당했던 유사 인종차별의 경험을 떠올렸다. 그 사람은 인종차별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인종차별이라고 느꼈을 때의 그 더러운 기분이 떠오르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여기 뭐 중국인만 오나요? 미국, 캐나다, 태국 사람도 많이 와요. 게다가 중국인 없으면 여기 가게 다 망해요”라고 살짝 노기를 실어 말했다. 기사님이 흠칫 놀랐다. “아니, 그건 가게 주인 사정이고, 여기 주민 입장에서는 중국인 안 오면 좋은 거 아녜요? 중국인들 엄청 시끄럽잖아.” 내가 중국인 관광객을 딱히 엄청나게 사랑하는 건 아니다. 사실 나 역시 아내에게 주말 단체 관광객이 너무 많다는 불평을 늘어놓곤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말 아침이면 십수 대의 관광버스가 수천 명의 글로벌 관광객을 동네에 부리고 인근 도로에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좁은 구도심의 2차선 도로 중 한 차선을 거대한 관광버스 행렬이 차지한 동네의 자가 운전자는 화가 날 수밖에. 그러나 포틀랜드 사건 이후 나는 바뀌어 있었다. 나는 마치 중국몽에 빠진 중국인처럼 중국인 관광객을 두둔하고 나섰다. “저 여기 주민인데 중국인 관광객들 안 싫어해요. 중국인만 시끄럽나요? LA 공항 가면 한국 사람 목소리만 들려요.”

3월 11일 한국의 방역 요원들이 지하철 내부 방역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에스콰이어>에 입사한 지 2주쯤 지났을 무렵 확진자가 2000명을 돌파했다. 확진자가 2000명을 돌파했다고 점심을 안 먹을 순 없는 노릇이 아닌가. 나는 용기를 내어 아직 데면데면한 팀 후배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말했다. 곤드레 정식을 파는 식당 상차림에 된장찌개가 올라왔다. 우리는 된장찌개를 무시하고 서로 다른 반찬만 집어 먹었다. 결국 후배가 이모님을 찾더니 국자와 국그릇 두 개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나는 미안했고 동시에 고마웠다. 밥을 같이 먹기도 눈치가 보이는데 술자리라고 무사할 리가 없다. 지난 한 달 거의 모든 술자리 약속이 파투가 났다. <감기> <컨테이전> <킹덤> 등 전염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가 넷플릭스와 왓챠의 실시간 인기 콘텐츠에 올라왔다. 그러나 가상을 그린 이야기 중에 보통 사람이 느끼게 될 외로움을 다룬 작품은 없었다. 나는 대유행이 이렇게 외로운 사건일 줄은 정말 몰랐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WRITER 박세회
- PHOTO ⓒ GETTY IMAGES
- DIGITAL DESIGNER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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