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넷플릭스에서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고? 4월 추천작 4

넷플릭스에서 2조원 상당을 투자해 지브리 작품을 대거 사들였다. 우리가 할 일은, 느긋하게 누워 그 작품들을 감상하는 거다. 보기만 해도 착해질 것 같은, 4월에 새롭게 추가된 넷플릭스 지브리 추천작.

BY오정훈2020.04.17
귀를 기울이면, 스튜디오 지브리귀를 기울이면, 스튜디오 지브리귀를 기울이면, 스튜디오 지브리귀를 기울이면, 스튜디오 지브리
귀를 기울이면 1995  
감독 콘도 요시후미
책을 좋아하는 소녀 시즈쿠는 도서대출카드에 항상 등장하는 세이지란 이름에 설렘과 호기심을 느낀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만난 고양이를 따라 낯선 길을 걷게 된 시즈쿠는 마음에 쏙 드는 독특한 가게를 만난다. 알고 보니 세이지는 그 가게를 운영하는 할아버지의 손자였다. 시즈쿠는 세이지를 만나 사랑, 그리고 자신의 꿈에 한발 더 가까이 가게 된다. 중학교 3학년생인 시즈쿠의 여러 복잡한 심리를 매우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특히 시즈쿠가 세이지의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 이후 갑자기 변화하는 감정의 폭이 놀랍다. 원석은 누구에게나 있고 이를 천천히 다듬어가면 된다는 할아버지의 말이, 나이 들어서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헷갈리기만 하는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여름의 냄새까지 느껴지는 싱그러운 작품.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감정이 많이 메마른 사람, 속세에 찌든 사람,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스튜디오 지브리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스튜디오 지브리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스튜디오 지브리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스튜디오 지브리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1994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작품이다. 하지만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다는 점에서 가장 슬픈 작품이기도 하다. 폼포코 31년, 다카가 숲과 스즈가 숲의 너구리들은 이기적인 인간들의 타마 뉴타운 프로젝트로 살 곳을 잃게 생겼다. 당하고만 있을 수 없는 그들은 그간 금기했던 변신술의 부흥, 그리고 인간 연구 5개년 계획으로 반격을 준비한다. 귀신으로 변해 겁을 주기도 하고, 포클레인을 치우기도 하는 등 별별 방법을 다 써 보지만…… 결과는 당신이 예상한 그대로다. 지구에서 살 수 있는 권리는 인간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풍자와 비판으로 보는 내내 너구리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게 죄책감이 든다. 너구리를 무력으로 탄압해 변두리로 쫓아내는 인간, 삶의 목적과 인간성을 잃은 채 도시의 스트레스를 견디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 사회 자체를 조롱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일회용품을 지나치게 많이 쓰는 환경파괴자들, 고기 구워 먹지 말라는 곳에서 꼭 고기 구워 먹는 사람, 부동산 투기업자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스튜디오 지브리하울의 움직이는 성, 스튜디오 지브리하울의 움직이는 성, 스튜디오 지브리하울의 움직이는 성, 스튜디오 지브리하울의 움직이는 성, 스튜디오 지브리하울의 움직이는 성, 스튜디오 지브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자유를 상징하는 바람, 생명력을 표현하는 물, 동경의 대상인 하늘, 점점 성장해가는 주인공.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진, 가장 빛나는 작품 중 하나다. 아버지의 모자 가게에서 일하는 소녀 소피는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조차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녀의 저주로 갑자기 할머니가 된다. 소피는 마법을 풀기 위해 움직이는 성에서 청소부로 일하며, 하울과 그의 제자 마르클, 불의 악마 캘시퍼와 함께 지내게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다이애나 윈 존스의 원작 소설을 읽고 ‘성이 움직이는 것’과 ‘소녀가 갑자기 노인이 된다는 것’에 가장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실제로 할머니가 된 소피의 자조적인 유머(‘나이 들어 좋은 건 놀랄 게 없다는 거구나’)와 움직이는 성 특유의 스팀펑크 분위기가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 OST는 듣기만 해도 없던 감성이 생겨날 정도다. 지나치게 멋을 내는 하울의 헤어스타일과 옷만 참으면 된다(다행히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나아진다).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영화 〈매드맥스〉 류를 좋아하는 스팀펑크 마니아, 나이 드는 것에 대해 한탄과 탄식이 심한 사람, 헤어 디자이너.  
 
추억의 마니, 스튜디오 지브리추억의 마니, 스튜디오 지브리추억의 마니, 스튜디오 지브리추억의 마니, 스튜디오 지브리추억의 마니, 스튜디오 지브리
추억의 마니 2014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추억의 마니〉를 보고 나면 ‘지브리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의 어느 순간 속 어떤 정서는 지브리에게 조금쯤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천식에 걸려 몸이 안 좋은 안나는 퉁명스럽고 뾰로통한 자신이 싫기만 하다. 안나의 꿈은 평범하게 사는 것이지만… 천식이 또 악화돼 시골 바닷가 마을에 요양을 가게 된다. 시골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는 걸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안나, 우연히 낡은 습지 저택에서 마니라는 친구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다시 방문해본 저택에는 마니도 없고 아무도 없다. 과연 마니는 존재하는 친구일까, 아니면 상상일까? 〈추억의 마니〉는 앞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스터리 구조를 통해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외로운 안나를 치유해 준다. 아무리 냉혈한이라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쯤 눈물 콧물 다 쏟아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다. 소녀 이야기라고 무시하지 말라. 남자건 여자건, 20대건 30대건, 모든 어른들이 한번쯤 보면 좋을 작품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상처받았던 적이 있는 사람, 친구들의 카톡에 답 잘 안 하는 사람, 평생 3번 밖에 안 울어봤다는 사람, 〈미움받을 용기〉 같은 책을 계속 사 모으는 사람.  
 
 
- 프리랜서 에디터 나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