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장겨울 역을 맡은 신현빈 화보와 인터뷰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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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장겨울 역을 맡은 신현빈 화보와 인터뷰

배우 신현빈은, 배역을 맡는다는 건 다른 사람을 만나 하나가 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몇 달 동안 신현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장겨울과 하나가 되었다.

ESQUIRE BY ESQUIRE 2020.05.21
 
 

신현빈은 장겨울을 사랑해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팀 분위기가 엄청 좋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어제도 같은 말을 들으셨겠죠.(웃음) 어제 미도 선배 촬영했다는 말 들었어요.
맞아요. 열심히 놀고 있다고.
다들 이렇게 저렇게 많이들 만나요.(웃음)
 
블랙 재킷 레하. 브라톱 레호. 귀걸이 앵브록스. 반지 넘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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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톱, 블랙 스커트, 트루저 팬츠 모두 문초이. 블랙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귀걸이 르이에. 반지 1064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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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씨 인스타그램 계정에 별표 표시가 없더라고요. 팔로워 10만 명이 넘는 계정에 ‘공식’ 표시 없는 걸 처음 봤어요.
제가 직접 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런 건 생각을 못 했네요.
갑자기 팔로워가 확 늘었죠? 드라마 시작하고.
드라마하면서 확 늘긴 했어요. 그 전에 영화 개봉할 때 좀 늘기도 했고요.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돌아다녔어요. 겨울이 얘기가 되게 많아요. 갑작스러운 스타덤이 좀 당황스럽지는 않나요?
전 사실 그렇게 열심히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 많이들 얘기해주시고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기도 하고, 그런 글이 되게 많구나 싶기도 해요. 저도 주변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줘서 듣긴 하거든요.
현빈 씨 인스타그램에는 김고은 씨하고 한효주 씨의 댓글이 상위에 있더라고요.
배우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걸, 보시는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고은 배우나 효주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비슷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저도 어쩌다 그분들 인스타그램에 가서 댓글 달면 ‘좋아요’가 많이 달리더라고요.
어떻게 이어진 인연인가요?
김고은 배우와는 〈변산〉이란 영화를 같이 하면서 친해져서 계속 우정이 이어지고 있고, 한효주 배우 같은 경우는 사석에서 어쩌다 보니 알게 됐는데, 꽤 오래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같이 다니는 크루가 또 있나요?
(웃음) 크루 같은 건 없고요, 같이 작품에 출연하고 잘 지내는 팀이 많아요. 얼마 전에도 미도 선배(전미도, 채송화 역), 은진 배우(안은진, 추민하 역)랑 같이 봤어요. 그 전에 〈미스트리스〉에서 만난 팀원들도 꾸준히 보거든요. 한가인 배우, 구재이 배우, 최희서 배우 다들 친하게 지내요. 〈변산〉 팀의 다른 배우들도 계속 연락해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때도 그랬죠. 좋은 팀들을 만나서 계속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안정원(유연석 분)과의 로맨스는 재미 면에서는 기대해도 되는 거죠? 지금 ‘겨울 정원 잘됐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엄청 달릴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거든요.
모르겠어요. 저희끼리도 엄청 궁금해했어요. 대본 먼저 받는 사람이 빨리 얘기해주기도 하고요. 알고 보는 우리도 이렇게 궁금한데, 모르고 보시는 분들은 얼마나 궁금할지….
겨울 정원도 궁금하지만, 채송화의 과거가 더 궁금해요. 미도 씨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 감독님이 정말 쪼는 맛을 아시는 것 같아요.
저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익준이(조정석 분)랑 송화가 ‘서로 좋아하는 걸까?’ 싶은 관계잖아요. 전 그 두 사람 사이가 무척 현실적이라 생각했어요. 과거에 서로 명확하고 확고한 감정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한들 친구로 지내는 게 가능할까요? 현실의 연애도 애매모호할 때가 많잖아요. 지나고 보니 ‘내가 그 사람을 좋아했었나?’ 싶을 때도 있을 거고, 연애를 하긴 했지만 또 지나고 보니 ‘내가 그렇게 사랑하진 않았구나’ 할 때도 있는 거고요. 사실 자기 마음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잖아요. 이 드라마에서 드러나는 그런 미묘한 감정선들이 되게 현실적이라고 느꼈어요.
하긴 실제 인생에서 누군가에게 호감이 있다고 해도….
(말을 이으며) 늘 그게 확고한 느낌은 아니지 않나요?(웃음)
그렇죠. ‘괜찮네’ 정도로 생각했는데, 눈뜨고 보니 사귀고 있는 경우도 있고요.
그럴 수도 있고, 눈떠보니 다른 사람이랑 사귀고 있을 수도 있고 말이죠. 살면서 그런 유의 엇갈림 같은 감정의 순간이 많은데 그 점에서 현실적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더 설레기도 하고요. 익준이나 송화 말고, 준완이(정경호 분)나 익순이(곽선영 분)의 관계도 그래요. 그, 왜, 막 연애하기 직전에 상대방에게 마음을 말하고 기대하고, 그 대답을 듣고 좋아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었잖아요. 이 드라마에서 사랑 얘기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도 시청자들이 관심을 크게 갖는 이유가 바로 그 현실성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 마치 그 드라마에 출연 안 하는 사람처럼 얘기하고 있는 거 알죠? 이 드라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느껴졌어요.
시청자 입장에서 보게 되더라고요. 어제 미도 선배도 시청자 모드 아니었나요? 저희끼리도 만나면 방송 새로 나갈 에피소드에 대해 얘기해요.
내용을 알면서도 궁금해요?
알면서도 궁금해요. 내용을 알면서도 드라마를 볼 때는 궁금해하면서 봐요. 어쨌든 자기 분량이 아닌 부분은 글로만 읽었지 보지는 못했으니까요. 제 경우엔 제가 등장한 부분도 궁금해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그 장면이 완성됐을 때의 느낌이 궁금한 거죠. 특히 연출되고 편집되어서 음악이 입혀지면 내가 연기한 부분이 어떻게 변할까 궁금해요. 촬영할 때는 미처 못 봤던 게 눈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요.
 
 
베스트 코스. 드래프트 팬츠 프로엔자슐러. 귀걸이 앵브록스. 브레이슬릿, 반지 모두 넘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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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틴 톱 문선. 이어커프 르이에. 반지 넘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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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현빈 씨가 인터뷰하는 걸 들어봤어요. 실제 신현빈의 성격은 장겨울이랑은 격차가 있는 것 같았어요. 신현빈은 의외로 털털하고 시원한 느낌?
겨울이의 성격과 비슷한 면도 분명히 존재해요. 그런데 무엇보다 저는 그냥 이 캐릭터 자체를 엄청 좋아했어요. 처음 봤을 때는 무뚝뚝하고 무심하고 차가워 보이는 사람인데, 알고 보면 되게 무던하고 성실하고 순수한 사람. 뭔가 처음엔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지내다 보면 되게 괜찮아 보이는 사람. 기존에 많이 없었던 캐릭터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장겨울 성격이 좀 갑갑하진 않아요?
갑갑하다는 생각은 별로 안 했어요. 오히려 캐릭터의 모자란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설득하고 지지받아야 할지 생각했죠. 겨울이라는 캐릭터가 처음에는 부족한 면도 많고 서툴고, 그런 데서 점점 성장해가는 인물인데,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겨울이는 연애를 한 번도 못해봤죠? 극 중에서 키스는 안 해봤다고 한 거 같아요.
키스를 안 하고 연애를 했을 수는 있겠지만, 거의 안 해봤다고 봐야죠.
전작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봤거든요. ‘미란’과 장겨울을 연기한 배우가 같은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미란은 폭행당하고, 살해하고, 살해당하는 캐릭터인데, 연기가 힘들지는 않았나요?
준비하면서 좀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는 그런 게 덜한 편이었어요. 촬영하면서는 즐겁게 찍은 거 같아요. 폭력적인 장면을 어떻게 찍을지에 대해서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김준한 배우는,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긴 하지만, 어떻게 때릴지에 대해 연구도 많이 했고요. ‘어떻게 때려야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은 방식이면서도 좋을까?’ 물론 저랑도 얘기를 많이 했고요. 김준한 배우가 분한 재훈이 집에 들어와서 미란을 발로 때리는 장면이 좀 심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장면 풀 샷을 합을 맞춰서 한 번에 찍었거든요. 저희끼리는 한 번에 찍고 “좋았다”, “잘했다”라며 하이파이브하고 그랬어요.
첫 작품이 뭔지 찾아보니까 2010년 작 〈방가? 방가!〉더라고요. 데뷔를 되게 일찍 했어요.
되게 일찍은 아니에요. 스물다섯 살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좀 다르지만, 그때만 해도 다들 스무 살에 데뷔하던 시절이에요.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그래요. 그때는 뭐 고등학생 때도 하고, 20대 초반에도 하고 그랬죠.
처음으로 오디션 본 영화에 바로 캐스팅되었죠. 전공이 연기가 아니고, 그 전까지 독립 영화 출연도 없었죠?
없었죠.
그럼 대단한 거 아닌가요? 〈방가? 방가!〉의 베트남 신부 역할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까지 탔으니까요.
그렇게 되나요? 그게 사실, 영화 들어갈 때는 영화 사이즈가 작아서 개봉만 하면 좋겠다는 식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개봉해보니 영화가 잘됐어요. 어떨결에 시작해서 감독님이나 다른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눈치껏 했던 거 같아요.
고등학교 때 연극 동아리는?
하긴 했는데, 뭐 진지한 동아리는 아니어서….
가끔 가다 호환 가능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만나거든요. 뭐랄까, 연기를 잘하는데, 공부를 해봤더니 공부도 잘하고. 공부를 잘하는데 그림을 그려보니 그림도 잘 그리고.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교 때 미술 전공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냥 좋아하는 정도였던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그림밖에 없는 줄 알고 오랜 시간을 살아왔어요. 그런데 막상 학교에 들어가보니까 재능도 재능이지만, 제 주변의 친구들만큼 그림에 마음이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게 되게 충격이기도 했고 괴롭기도 했어요.  
언뜻 한 기사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때 어떤 작품을 보고 배우를 하기로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 걸 봤어요.
1학년 수업 때 선생님이 추천해줘서 본 영화가 있어요. 아마 정식 수입한 게 아니라 영화제 때 상영한 작품이었을 거예요. 거리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에 관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였어요. 거리 공연으로 돈도 벌지 않고, 잡혀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어떤 제약을 받아도 거침없이 모든 걸 거는 사람들에 관한 얘기였는데,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더라고요. 아무 열정 없이 살고 있는 느낌? 저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열성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원하던) 학교에 들어는 왔는데, 딱히 재미가 있지도 않고, 막 잘하고 싶지도 않고. 대충 때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거든요. 그게 되게 이상했고, 그 시간이 괴로웠어요. 배우란 직업을 멀리서 생각해본 적은 있었어요. 내가 한번 도전을 해봐야 후회를 하더라도 차라리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고민으로 괴로운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흘렀죠. 그런데 시작은 너무 쉽게 해버려서….
저는 사실 미술을 할 때의 신현빈이 궁금하더라고요. 안규철 작가의 제자였죠?
정확하게 말하면 저는 이론 전공이었기 때문에 안 선생님 직속은 아니었어요. 안규철 선생님을 워낙 좋아하기는 해요.
예전에 〈바자〉에서 현빈 씨가 안 작가 인터뷰를 한 기사가 있더라고요. 그냥 미술을 조금 좋아하는 사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아니라고 느꼈어요.
어쨌거나 전공자이고, 학부지만 학위가 있으니까요. 그걸 떠나서 일단 제가 안규철 선생님의 굉장한 팬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이었던 것 같아요. 〈바자〉에서 안 선생님 인터뷰어로 나서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다른 건 몰라도 안 선생님은 내가 어딜 가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지’라는 ‘찐팬’의 마음이 들었어요. ‘우리 선생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내가 알리고 말리라’라고 생각하면서 했죠. 되게 재밌었어요. 안 선생님 작품이나 글은 평상시에 거의 다 따라잡아둔 상태였거든요.
저는 학부에서 배우는 4~5년이 우리가 평생 즐길 거리를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학부가 입사할 수 있는 조건만 채우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
그렇죠. 뭔가 있는 거 같아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 전공과 지금 제가 하는 일이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인터뷰를 하다가 제가 미술 이론이라는 전공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연기를 하며 그 기술을 써먹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어떤 방식으로요?
이를테면 제가 공부한 미술 이론에는 미술사, 미학, 전시 기획 이렇게 세부 전공이 있어요. 이 모든 전공자들이 기본적으로 처음 익히는 건 사실 이미지를 읽는 기술이에요. 그림이든 조각이든 플레이트를 많이 보고 그걸 텍스트로 묘사 내지는 설명하는 게 기초거든요. 그림이나 조각을 보고 시대와 사조를 읽어내고 (머릿속에)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과정을 거쳐요. 생각해보면 훈련 아닌 훈련을 계속한 거죠. 반대로 텍스트로 쓰인 걸 보고, 어떤 작품인지를 생각하며 이미지를 확인하기도 했어요. 이게 생각해보면 텍스트(대본)를 보면서 이미지(연기의 실행)를 상상하는 과정과 비슷해요.
미술을 전공해서 일상이 풍요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아무래도 일반 사람과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거 같아요.
그건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 모르니까. 그런데 특히 여행을 가면 눈에 띄는 재밌는 볼거리가 많죠. 아무래도 미술관에 꼭 가게 되고요. 같이 가는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거리도 많고요.
 
 
니트 톱 레하. 트루저 팬츠 문초이. 블랙 슈즈 스타일리스트소장품. 골드 귀걸이 앵브록스. 이어커프,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모두 넘버링. 반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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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브리스 톱 코스. 플리츠스커트 잉크. 브레이슬릿 헤이. 귀걸이, 반지 모두 넘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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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인터뷰를 찾다 보니 한예종 출신이라는 사실을 ‘엄친아’의 이미지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반면 본인은 그렇게 보이는 걸 그다지 반기지 않는 것 같았고요.
제가 미술을 잘했으면 지금도 그걸 하고 있겠죠. 사실 포기하는 과정이 쉽지 않거든요. 제 경우엔 재능도 재능이지만, 내 안에 미술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만큼 없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뭐 어떤 면에서는 분명히 따라잡을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하고 싶은 의욕 자체가 없는 게 충격이었죠. 연구자가 될까 생각도 해봤는데 교수님들을 보니까 공부를 저렇게까지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고민을 많이 해서 결국 이렇게 멋있는 배우가 됐나 봐요.
(웃음) 감사합니다. 아무튼 공부를 진짜 잘하고 그림을 진짜 잘 그렸으면 그거 했겠죠. 아닌가요?
안규철 작가 말고 또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해외 작가라도요.
20대 초반에는 마크 로스코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학교 다니면서 워낙 작품을 많이 보다 보니, 어떻게 보면 취향도 더 강했던 것 같고, 편견도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남들이 좋다는 작품이나 작가를 보고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은데?’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때는 취향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어떻게 보면 편견이잖아요. 미술을 그만두고 나서 거리를 두고 애호가 내지 관람자 입장이 되니까 오히려 풍요롭게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대학 졸업하고 나서 일 시작하고 여행 다니면서 마음속으로 많은 작가들에게 사과를 했답니다. ‘아, 이런 분이었는데 제가 몰라뵈었습니다’라고요.(웃음)
만약에 돈이 충분히 있어서 미술 작품 하나를 산다면 누구의 작품을 사고 싶어요?
이거 어려운 질문이네요. 참 일어날 리가 없는 상황인데, 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엄청 고민해요. 무조건 다 살 수 있다면 비싼 거 사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내 집에 걸어둘 수는 있어야죠. 〈게르니카〉 같은 거대 작품을 살 수는 없잖아요.
(웃음) 하긴 〈게르니카〉를 걸려면 집에 또 그만한 벽이 필요하니까요. 그러면… 사이 톰블리?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작은 판화나 드로잉 작품 중에서 선택할 거 같고, 가격 상관없이 마음대로라면 톰블리나 로스코를 고를 거 같아요.
로스코를 집에 걸어놓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너무 부러울 거 같아요.
근데 정신 건강에 안 좋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사람들이 운다면서요.
그럴 수 있죠. 애초에 그림 자체가 그렇잖아요.
자기는 절대 안 울 거라면서도 막상 로스코 작품 앞에 서면 운대요. 가장 많은 사람을 울린 작가가 로스코라는 설문 조사도 있어요.
로스코의 경우엔 실제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것의 차이가 되게 큰 작가이기도 해요. 특히 모마(MoMA)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도 있을 거예요. 모카(MoCA)에는 로스코 작품을 위한 방이 따로 있는데, 그 공간이 주는 감동이 또 있더라고요. 휴스턴에 있는 로스코 채플은 저도 못 가봤는데 가면 정말 다들 운다고 하더라고요.
가봐야 하는데, 언제 갈 수 있으려나.
리움미술관에 작품이 있긴 한데, 지금 전시를 하나 모르겠네요.
미술 관련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할게요. 그나저나 이 정도로 드라마가 잘되면 예능 섭외가 들어오지 않나요?
사실 전 예능은 잘 모르겠어요. 약간 두려운 마음이 있기도 하고요.
예능 나가는 거요?
예. 아무래도 연기는 캐릭터와 주어진 상황이 있으니 그 연기를 하면 되는 거잖아요. 예능은 많이 해보지 않아서 부담이 있죠.
근데 라디오에 나와서 말하는 거 들어보니 예능도 잘하겠던데요. 한번 산책하는 느낌으로 출연해도 될 것 같아요.
라디오에는 영화 홍보하러 나간 거니까 상황이 좀 다르죠.
하긴 예능으로 소비하면 배우의 이미지가 희극 쪽으로 고착화되는 경우가 있어서 소속사에서도 고민을 많이 할 거 같아요.
예능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캐릭터를 너무 많이 하면 이미지가 굳어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아까 하려다 못 한 질문인데, 시간도 있고 돈도 있다면 뭘 하고 싶어요?
여행요. 지금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저는 약간 뭘 보고 듣고 먹고 느끼는 이런 유의 것들을 다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여행을 떠나면 그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한 번에 충족되는 느낌이 있어요.
지금은 여행을 못 가지만, 만약 갈 수 있게 된다면 첫 여행지로 갔던 곳을 택할 것 같아요, 아니면 처음 가보는 곳을 택할 것 같아요?
갔던 곳에 갈 거 같은데….
주식투자와 비슷해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갈 것이냐,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으로 갈 것이냐와 비슷한 질문이죠.
전 안전하게 갔던 데로 갈래요.
그게 어디든 간에 거기 간 김에 아까 말한 그림도 하나 사 오면 되겠네요. 그나저나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 쭉 잘되어서 10 시즌까지 계속되면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새로운 타입의 배우가 생기겠구나 싶었어요. 해외에는 〈빅뱅이론〉의 셸던처럼 10년을 페르소나 그 자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현빈 씨는 앞으로 좀 더 장겨울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마음은 있죠. 장겨울이라는 캐릭터를 사랑하거든요. 작품에서 배역을 맡는다는 건 다른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과 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거든요. 거기서 생기는 애정이 있어요.
저도 더 오래 장겨울을 보고 싶어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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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세회
    Freelance Editor 최자영
    Photographer 목정욱
    Hair 소피아
    Make up 이한나
    Digital Designer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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