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정서영의 호두 조각을 보고 내가 생각한 것들

정서영의 호두 한 전시장에서 그 호두들과 만났다.

BYESQUIRE2020.07.02
 
 

What the HODU! 

 
정서영 개인전 〈공기를 두드려서(Knocking Air)〉에 전시된 〈호두*〉. 바라캇 컨템포러리, 2020년 7월 5일까지, 예약 필수.

정서영 개인전 〈공기를 두드려서(Knocking Air)〉에 전시된 〈호두*〉. 바라캇 컨템포러리, 2020년 7월 5일까지, 예약 필수.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정서영의 〈공기를 두드려서(Knocking Air)〉 전시에서 문제의 호두와 만났다. 그 호두들은 1층 안쪽 전시실의 빨간 나무 장 안에 드문드문, 가끔은 옹기종기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온전한 호두도 있었지만, 잘린 면을 드러낸 호두는 좀 더 쓸쓸해 보였다. 소재가 유토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거푸집을 만들어 캐스팅한 플라스틱이었다. 이게 대체 뭐지? 왓 더 호두! 그 장의 빨간색이 또 내 머리를 간지럽혔다. 호두가 앉아 있는 장의 색이 1970~1990년대에 지은 옛날 집에 많이 쓰인 빨간 벽돌, 딱 그 ‘산업화’의 색이었다. 집에 와 ‘정서영 호두’를 검색해봤다. 온라인으로 창작물과 미술품을 판매하는 ‘취미가’에서 정서영의 다른 호두를 팔고 있었다. 그 호두에는 보통의 호두라면 사회가 쉽게 합의해주지 않을 엄청난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유리컵 안에 놓인 그 호두는 진짜 호두였고, 껍데기 틈으로 종이가 비집고 나와 있었다. 취미가에 전화를 해보니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이 유리잔 속 호두는 지금 구찌의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정서영의 호두가 움직이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보통의 호두 껍데기도 조각이 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언제 될 수 있는가? 플라스틱으로 호두 형태를 캐스팅하면 조각이 될 수 있는가? 일민미술관에서 정서영의 거의 유일한 단행본 형태의 도록을 사서 찬찬히 읽었다. 이 책에서 그는 말했다. “형태는 분명히 선택된 생각”이고 또한 “사물에서 조각까지 가려면 사물에 대한 합의를 깨야 한다”고. 나는 작가가 던진 수수께끼에 낚였다. 이 찌를 빼내려면 호두 껍데기라는 사물에 대한 사회적 합의인 가격을 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저 호두를 사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를 먹어치운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처럼 쫙 하고 쪼개버린다면? 그 순간 뭔가가 한 번 더 깨지지 않을까? 사물이 합의를 깨고 조각이 되었지만, 조각 역시 사물이니 다시 깨질 수 있다. 나는 용감하게 나의 견해를 정서영 작가에게 알렸다. 작가는 바라캇 컨템포러리를 통해 “그렇습니다. 당연히 조각은 ‘깨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호두 껍데기로 만든 작품을 사서 실제로 쪼개도 별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고, 바나나를 먹어치웠다는데 (그것도) 별일 아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와, 멋있어. 
 
취미가에서 판매하는 정서영의 호두. 사진 제공 취미가.

취미가에서 판매하는 정서영의 호두. 사진 제공 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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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김재훈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