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RINK

그냥 스파클링 와인 말고 '펫낫'이라고 다들 알지?

페티앙은 역시 나튀렐, 강탄산 말고 약탄산이 주는 즐거움.

BYESQUIRE2020.07.03
 
 

Play That Funky Bubble 

 
(왼쪽부터) 뷜르 나뛰르 로제 나튀렐/ 카베르네 프랑 & 그로슬로 누아/ 11%/6만원대. 퐁당/소비뇽 블랑/13%/ 5만원대.

(왼쪽부터) 뷜르 나뛰르 로제 나튀렐/ 카베르네 프랑 & 그로슬로 누아/ 11%/6만원대. 퐁당/소비뇽 블랑/13%/ 5만원대.

펫낫의 크라운 캡에는 의미가 있다. 원래 샴페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스파클링 와인은 처음에 병입한 후엔 크라운 캡으로 막아둔다. 병을 막아둬야 안에서 효모가 열심히 포도당을 먹어치우며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니까. 이 갈 곳 없는 이산화탄소가 와인에 녹은 게 바로 스파클링 와인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다수의 스파클링 와인은 여기서 한 단계를 더 거친다. 와인을 병목이 아래쪽을 향하도록 비스듬하게 기울인 채로 수개월간 균일하게 돌려가며 죽은 효모 찌꺼기 등의 침전물이 병목 쪽에 모이게 한다. 이후 -25℃에서 병목 쪽을 급랭시킨 상태에서 병을 똑바로 세워 크라운 캡을 느슨하게 해두면 침전물이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 과정을 프랑스어로 ‘데고르주망’이라 한다. 데고르주망을 거쳐 침전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당과 효모를 더 첨가한 후 코르크 마개를 씌우고 철사로 묶어 2차 발효를 한다. 오늘의 주인공인 페티앙 나튀렐(pétillant naturel), 줄여서 ‘펫낫’이라 부르는 약탄산 와인은 좀 다르다. 영어로 ‘내추럴 스파클링’이라는 뜻을 지닌 ‘펫낫’은 한번 크라운 캡을 씌운 후 다시는 열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 앞에 놓인 펫낫의 크라운 캡에는 당신이 처음 뚜껑을 연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크라운 캡으로 유통이 가능한 이유는 기압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과 효모를 첨가해 2차 발효를 거치지도 않고, 발효 후에 인위적으로 탄산을 욱여 넣지도 않았기에 탄산의 압력이 낮다. 샴페인의 탄산이 약 3~5기압, 카바는 6기압에 달하는 제품도 있는 반면 펫낫은 대부분 2.5기압 안짝이다. 이 기압의 스파클링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청량감이 매우 유쾌하다. 전화번호부를 뒤져 여러 와인 박사들에게 펫낫을 하나 추천해달라고 하자 다들 각기 다른 펫낫을 추천했다. 그게 펫낫의 매력이기도 하다. 서로 좋아하는 펫낫이 다르다는 점. 뉴질랜드의 킨델리 와이너리가 한국 시장에만 출시한 ‘퐁당’은 유자 계열의 복잡한 시트러스 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 후 싱그러운 풀 향이 살짝 치고 올라오며, 그 이름처럼 펑키한 맛들이 입안에서 퐁당퐁당 터진다. 프랑스의 소규모 와인 생산자인 ‘르 그랑 비네’의 뷜르 나튀르 로제 나튀렐(Bulle Nature Rosé Naturel)은 잘 말린 자두에서 나는 간지러운 단 향기가 탄산에 섞여 입안을 가득 채운다. 스파클링 로제치고는 묵직한, 그러나 과하지 않고 절묘한 보디감도 무척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