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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카페 인터뷰 : 6. 퀜치 커피

어떤 게 좋은 커피고, 어떤 곳이 좋은 카페일까? 퀜치 커피의 이누림 대표와 김연우 로스터를 만나 물어봤다.

BY오정훈2020.08.01
퀜치 커피(왼쪽이 이누림 대표, 오른쪽이 김연우 로스터)

퀜치 커피(왼쪽이 이누림 대표, 오른쪽이 김연우 로스터)

자신만의 방식으로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 취향을 탐험하는 진지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커피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떤 게 좋은 커피고, 어떤 곳이 좋은 카페일까? 서울의 개성 있는 카페에 물어봤다. 여섯 째는 서교동의 퀜치 커피다. 퀜치 커피의 이누림 대표와 김연우 로스터는, 만드는 사람의 태도와 소리도 커피의 맛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커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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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빠지는 계기가 된, 한잔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누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커피는 쓰다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날 누나의 단골집이었던 안양의 카와 커피에 가게 됐다. 드립 커피 전문점이었는데 뭐가 뭔지 몰라서 이름이 제일 멋있어 보이는 탄자니아 커피를 골라 마셨다. 신기하게도 커피가 와인 같고 록 음악 같았다. ‘왜 이런 게 떠오르지?’ 싶어 더 마셔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케냐 커피도 마셔보고 브라질 커피도 마셔봤다. 공부할 게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 커피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됐다.  
김연우: 카페에서 일을 하는 것과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나 역시 커피 업계에서 일을 하면서도 커피보다는 카페를 구성하는 공간이나 접객에 좀 더 치중해있었다. 일을 하느라 막상 커피 한 잔을 들여다보지 못했던 거다. 커피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힘들 때 퀜치 커피에 왔다가 니카라과 원두의 드립 커피를 마시고 빠지게 됐다. 커피 한잔이 어떻게 이렇게 마음을 건드리는 건지 궁금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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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진 곳에 위치해있고 기다란 커피 바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고 있다. 어떤 카페의 모습을 상상하며 퀜치 커피를 구상했나?
이누림: 주변이 조용해서 오히려 내 성향과 맞겠다 싶었다. 화장실이 2개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전에 일했던 밀로 커피 로스터스가 모티브가 됐다. 손님과 바에서 얘기하던 그 분위기가 그리웠다. 사실 칵테일 바와 달리 커피 바에서는 말을 많이 건네진 않는다. 일본의 커피 바를 봐도 마스터와 손님 간 대화는 거의 없다. 안부 인사와 눈빛, 커피를 마시고 손님이 보이는 반응 정도인데 그런 사소한 것들이 오히려 감동을 이끌어낸다. “오셨어요?” “오늘 어떻게 드시고 싶으세요?” “오늘은 이 커피가 취향에 맞을 것 같아요” “맛있게 잘 드셨어요?” 정도다. 탁 트인 느낌으로 손님과 평등하게 대화할 수 있게 바를 만들고 싶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나무 소재도 사용했다. 바 이외의 다른 곳으로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으려고 벽도 다 비워놓고 다른 오브제를 두지 않았다. 내가 일하고 싶은 공간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이 공간을 준비할 때 한창 빠져 있던 음악이 있었다. 일본의 여성 기타리스트 무라지 카오리로, 나도 모르게 그 음색과 비슷한 가게를 꾸려가고 있더라.
 
'퀜치(quench)'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  
이누림: ‘갈증 해소’라는 뜻도 있지만 ‘무엇인가를 붓거나 가해서 반응을 중지시키다’라는 뜻도 있다. 용광로에서 철을 식히는 ‘담금질’이라는 용어로도 자주 쓰인다. 손님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바에 앉는다. 화를 품고 오는 사람도 있고 상사 욕을 하러 오는 직장인도 있고 일로 과열된 머리를 식히러 오는 사람도 있고, 마음에 드는 공간에서 쉬며 공허함을 채우러 오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내가 내어드리는 잔이 단지 한 잔의 음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휴식이나 위로의 매개체, 혹은 감정을 가라앉히는 일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었다. 영어에서 퀜치는 외래어다. 라틴어에서 왔는지 프랑스어에서 왔는지 잘 모른다는 그 속성도 마음에 들었다.  
 
커피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이누림: 정성이다. 커피 한잔이 마시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모르니 항상 조심스럽다. 커피 그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공간이나 커피를 내어주는 사람의 자세나 음성도 맛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커피를 드릴 때도 소리가 나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다. 어디까지나 이곳은 ‘끽다휴’다. 차 한잔 마시고 쉬어갔으면 한다.  
김연우: 우리가 커피를 만드는 소리, 커피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소리도 손님들이 머무는 시간 안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 항상 조심한다. 오픈된 공간이다 보니 한번이라도 더 치우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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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출 및 로스팅 관점에서 퀜치 커피의 커피는 어떤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누림: 모나지 않은 맛이다. 손님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 수 있는 맛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마니아를 배척하지 않으려고 한다. 천칭을 계속 움직이면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추출할 때는 맛이 작위적이지 않도록 많은 것을 더하거나 빼지 않으려고 한다.  
김연우: 로스팅 할 때도 생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맛을 최대한 드러내려고 한다. 많은 변화를 주기보다는 살짝 데치는 정도로 볶고 있다.  
 
퀜치 커피

퀜치 커피

필터 커피에 사용되는 원두 종류가 다양하고 구성도 매번 바뀐다. 인도네시아, 콩고, 인도 등 독특한 지역의 커피도 가끔 소개하는데 생두를 고르는 기준이 있나?
김연우: 산미 있는 커피와 묵직하고 고소한 커피, 조금은 색다른 커피, 이렇게 3가지의 원두를 준비하는 편이다. 손님들이 다양한 원두의 커피를 마실 수 있게 여러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가끔은 아메리카노도 싱글로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하기도 한다. 퀜치를 찾는 손님들이 위험한 맛도 즐기고 특이한 맛도 시도해보는 편이라 우리도 즐겁게 원두 사냥을 한다. 3일마다 원두를 바꾼다.  
 
가장 실험적인 원두는 무엇이었나?
이누림: 위스키에서 흔히 쓰이는 ‘피트하다(peat)’라는 표현이 컵 노트에 쓰여 있는 인도네시아 원두가 있었다. 스모키하면서 소독약 향 같은 느낌이 탈리스커와 비슷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맛있는 커피의 기준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은 정말 좋아하겠다 싶어 판매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도 위스키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갔다.
 
카푸치노는 메밀 소바 잔에 나오고, 필터 커피는 웨지우드 같은 클래식한 잔에 담겨 나온다. 잔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나?  
이누림: 잔도 식감이더라. 잔에 따라 커피 맛이 많이 달라진다. 잔을 고를 때는 밀로 커피 로스터스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내가 만드는 커피가 향이 강하고 농도가 옅다는 특성이 있어 이 정도 넓이의 잔이 어울리더라.  
김연우: 잔 두께와 기울기, 입에 닿았을 때의 느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주로 웨지우드, 마이센, 헤렌드, 로얄 코펜하겐, 노리다케를 사용하고 있다.  
 
마포 아이스커피, 샤케라토뿐만 아니라 커피가 아닌 음료 등 다양한 메뉴를 끊임없이 선보이는데, 이유가 있나?
김연우: 카페에서 일할 때 매너리즘이 생기는 이유는 같은 일을 반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같은 일의 반복이 아니라 매일매일 다른 날들의 연장인데 일하면서 오히려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또한, 손님의 취향에 따라 각자에게 괜찮은 메뉴가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기 있다고 해서 혹은 시그니처 메뉴이기 때문에 좋아하지도 않는 메뉴를 마시는 손님들을 종종 보게 된다. 시그니처 커피를 일부러 정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다. 계절감을 반영해 오늘 즐겁게 마실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이는 것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멜론 소다나 매실 소다 등 여름이기 때문에 가능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계절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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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 커피 등 특히 술과 커피의 조합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칵테일 메뉴도 많은데, 이유가 있나?  
이누림: 하는 일이 지겨울 때 자극제처럼 새 메뉴 개발에 착수하는 경향이 있다.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술이 탈출구가 됐다. 어떤 음료를 만들어도 ‘기존에 해봤던 건데, 기존에 있었던 건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메뉴의 한계가 느껴지고 무료하더라. 그때 위스키에 빠졌다. 커피는 그 해 년도에 수확한 걸 볶아 마시는 거고 위스키는 몇 십 년 숙성해서 마시는 거니까 맛의 깊이가 다른 게 당연한데도, 위스키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맛이 나는 건지 놀랍더라. 커피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위스키 덕분에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아이리시 커피와 칵테일 메뉴가 그 결실이다. 칵테일 메이킹와 위스키 테이스팅을 배우면서 오히려 커피의 세계가 넓어지고 풍부해진 느낌이다. 커피 위에 크림을 플로트 할 때나, 에스프레소 로마노에 레몬 필을 넣을 때 등 커피 만들 때 칵테일의 다양한 방식을 차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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퀜치 커피, 에스프레소 로마노

퀜치 커피, 에스프레소 로마노

에스프레소 로마노는 어떻게 선보이게 됐나?
이누림: 예전부터 존재했던 메뉴긴 하다. 에스프레소 로마노는 에스프레소의 쓴맛과 레몬의 상큼한 맛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음료인데 널리 퍼지지 않은 건 맛이 없어서다. 칵테일 기술을 접목하면 좀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도해봤다. 보통은 에스프레소에 레몬즙이나 레몬 조각을 넣어 만드는데, 에스프레소에 레몬 필을 짜서 넣고 레몬 필에 불을 붙여 잔 둘레에 입히는 등 여러 칵테일 기술을 접목해봤다. 산미가 있는 에스프레소에 설탕의 단맛을 추가하고 레몬으로 신맛을 더 극대화했다. 모든 손님이 납득할만한 맛이 아니기 때문에 메뉴엔 넣지 않았고, 요청하면 만들어주는 바의 비밀 메뉴다.  
 
서울에 좋아하는 카페가 있나?
이누림: 카페의 제일 중요한 기능은 ‘끽다휴’다. 차를 즐기고 휴식하려면 거스르는 게 없어야 한다. 말을 너무 많이 거는 바리스타도 불편하고 제대로 청소가 안 되어 있는 공간도 불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일 편하게 쉴 수 있는 카페가 어디일까 생각해봤는데 아메노히 커피점이 그 정답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친절하되 서비스가 지나치지 않아 편히 쉴 수 있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지금도 자주 간다.
김연우: 무엇보다 커피가 맛있고 디저트도 맛있다. 아마 10년 정도 됐을 텐데, 카페와 함께 나이 먹어가는 느낌이라 더 좋다.  
 
앞으로 꿈꾸는 퀜치 커피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건가?
이누림: 나도 그렇고 가게도 그렇고 이대로 곱게 나이를 먹어갔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오래된 카페가 별로 없다. 몇 십 년 지나도 그대로인 노포로 남았으면 좋겠다. 일본의 카페는 언제 가도 똑같은 모습이다. 일하는 사람도 같다. 그렇게 공간에서 보낸 시간이 추억이 되는 것 같다. 퀜치 커피 역시 노포가 돼서 손님들이 여기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들 오늘 어떤 곳에서 어떤 커피를 마셨을까? 그 시간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을까? 그 시간이 작은 추억이 될 수 있다면, 좋은 커피고 좋은 카페라고 생각한다.  
 
퀜치 커피

퀜치 커피

커피 만드는 삶 괜찮나?
이누림: 카페가 생활의 일부가 됐다. 삶의 무게중심이 일 쪽으로 다소 기울어져 있지만 일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집안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웃음).
김연우: 지속할 이유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시간, 일하지 않는 시간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똑같이 소중하게 여긴다. 일하면서 이 공간 안에서 적절히 쉬고 반가운 손님의 얼굴도 본다. 이 안에서 작은 기쁨을 많이 찾으려고 한다.  
 
Info.
퀜치 커피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12안길 9
연락처 010-3859-6108
영업시간 월~수, 금~일 11:30~20:30, 목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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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랜서 에디터 / 나지언
- 사진 / 박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