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지금 초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코로나19로 급변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댐의 틈새에 주먹을 밀어넣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BYESQUIRE2020.09.09
 
 

초등학교의 오늘 

 
초등학생 시절을 더듬으면 누구나 떠오르는 단상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괴롭힘으로 표현했던 친구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자기 자신이든. 초등학교 교사로 일해오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처음으로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는 초등학교의 기억이 생각보다 힘이 세다는 것이다. 학습 태도나 자신감도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성실한 생활 태도를 만들어줄 수도 있고, 어쩌다 한 번 받은 칭찬이 특정 과목에 대한 흥미를 불러오기도 한다. 특히 초등학생 때의 학습 경험이 이후의 학업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초등학교 교육이 ‘일상생활과 학습에 필요한 기본 습관과 기초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다른 학습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초학력은 매우 중요하다. 글을 읽고 맥락을 이해하는, 쓰는, 셈하는 능력은 초등학교에서 갖춰야 할 대표적인 기초학력이다. 가치관에 따라 시각이 다르겠으나 초등학교 교사인 내가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공백 문제에서도 특히 초등교육을 걱정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혹시나 이것이 작은 틈새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 전반에 끼친 영향일까 봐.
 
지난 5월 말 드디어 초·중·고교 학생들의 등교 수업이 시작됐다. 그리고 세 달 동안 온라인으로만 만났던 아이들을 직접 만나며 어른들은 반가움과 함께 공백기의 위력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중위권 성적의 학생이 줄고 하위권이 늘어난 양상으로 학력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진 것이다. 그렇게 공식적인 지표를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중2 이상 학생들의 경우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학업 부담을 줄이고 어린이의 전인적(全人的)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말고사 같은 형식의 시험은 보지 않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사별 평가가 수시로 이루어지며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학년 초에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시행하기도 하지만 모든 학교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17년 차 교사인 C의 학교는 기초학력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등교가 미뤄지며 3월에 치러야 할 평가를 6월에야 하게 됐다. 한 해의 절반이 흘렀는데 아이들에게 이전 학년 내용으로 시험을 치르게 하면서 C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6학년인데 5학년 내용으로 시험을 본 거죠. 아이들이 6학년으로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가늠도 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6학년 내용으로 평가를 할 수도 없다. 평가라는 것은 교사가 가르친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니까. ‘온라인 수업도 수업이다’라고 합리화하기에는 교사들이 느끼는 책임감이 무겁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수업의 해당 교과서 페이지가 깨끗한 아이가 많은 데다, 무엇보다 교사들은 영상을 보았다고 그 내용을 아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혹자는 온라인 수업의 복습을 병행하는 식으로 수업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각 학교는 현재 일주일에 하루 이틀, 몇 시간만 등교하도록 하는 식으로 원격 수업과 등교를 병행하고 있다. 매일 원래 계획된 수업 차시대로 수업을 해야 진도를 맞출 수 있다. 특히 수학처럼 전 차시 내용을 배워야 다음 차시 내용을 알 수 있는 계열성이 강한 교과는 오늘 등교 수업에서 계획된 수업을 반드시 해야 다음 날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다음 차시를 배울 수 있다. 교사들이 수업 외에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보통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각은 8시 반에서 9시. 교사들은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부터 자가 진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학부모에게 전화하고, 교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체온을 재고, 보고를 위한 독촉 전화를 받으며, 동시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라고 학생들을 끊임없이 지도해야 한다. 학생 중에 등교하지 않은 유증상자가 있으면 보호자와 연락해 필요한 서류를 요청하고 방역 지침에 따른 조치 과정을 정해진 시간까지 보고해야 한다. 물론 그러다 수업 시간이 되면 수업도 해야 한다. 교사들은 짧은 수업 시간 안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르치려고 애쓴다. 개중에는 기준 미달인 학생을 남겨서 보충 학습까지 시키는 헌신적인 교사도 있다. 하지만 모든 교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며, 모든 학부모가 보충 학습을 달가워하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일주일의 단 몇 시간 동안 교사들은 보통 국어, 수학 같은 과목을 지도하려고 애쓴다. 앞서 말했듯 초등교육이 전인적 교육을 지향하고 있긴 하나 국어나 수학 같은 과목은 기초학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교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학년 담임을 맡은 5년 차 교사 B는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보면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우리 학교는 주 1회 4시간 등교해요. 그 하루 동안만이라도 수학을 조금이라도 더 봐주려고 하다 보니, 아이들이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학습지를 풀게 하죠. 아이들은 들어오자마자 수학 문제부터 풀다가, 하루 종일 선생님한테 ‘모여 있지 마’, ‘말하지 마’ 끊임없이 뭘 하지 말라는 말만 듣다가 집에 가는 거죠. 심지어 우리 반 아이 한 명은 학교에 오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EBS 보는 게 더 좋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기초학력보다 더 걱정해야 할 일은 어쩌면 아이들이 경험하는 관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코로나 시대 이전을 더듬어보면 아이들의 기초학력도 책으로만 얻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만들어간 것이 많았다. 친구와 수학 교구를 조작하며 서로 알려주면서 곱셈을 더 잘 이해한다거나, 독서 토론을 하며 어휘력과 문해력을 키우기도 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고, 선생님과 함께 일과를 계획하고 실천하며, 과정과 질서를 배우며 대화로 생활 습관의 기초를 쌓았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학습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이 아이들의 경험은 지금 어른이 된 사람들이 거쳐온 학습 과정과는 분명히 다르고, 그래서 지금 초등학생들이 성장한 후의 결과는 예측할 수가 없다.
 
교사 입장에서 보면, 현 상황에서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조치는 교원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를 줄이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더 밀착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게 배움을 위한 관계를 회복하고, 교사가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합리적 노력일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교육 당국의 생각은 반대인 것 같다. 지난 7월 말 교육부는 2021년에 새로 임용할 초등 교원 수를 2020년에 비해 363명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만 해도 초등 교원 정원이 558명 줄어들 예정이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아이들의 학력 격차처럼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

 
WHO’S THE WRITER? 송은주는 서울 언주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다. 저서로 학교, 교육, 사회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의 솔직한 생각을 취재하고 담아낸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가 있다.